명의 안윤옥 내가 생각하는 암은 이것이다
Part1. 명의에게 듣는 암 이야기
안윤옥 교수는 대학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했고, 대한암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암 예방 전문가다. 그에게 암은 ‘진단 이후’보다 ‘진단 이전’이 더 중요한 병이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암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암 발병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우리는 손을 쓰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암(癌)은 ‘앎’과 ‘실천’으로 대응해야 한다.
안윤옥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암 예방 분야를 공부한 암 전문가다. 또 대한암협회 회장직을 5년째 맡으면서 암 예방 홍보와 캠페인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대한암협회와 한국영양학회가 3년간 연구 끝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들의 항암 및 발암 효과를 정리한 ‘항암 식탁 프로젝트’(비타북스)를 발간하는 등, 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예방법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어떤 병이든 원인을 알아야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있겠죠? 이는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사례에 따라 다 달라요.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해서 담배를 끊으면 폐암이 치료되지는 않잖아요. 암은 원인균을 없애면 바로 낫는 전염병과는 달라요. 본질적으로 아주 복합적인 질환이죠.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치료효과와 예방효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암은 오래 두고 진행되는 생활습관병
암환자들은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병을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암의 발병 원인은 85%가 생활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시간을 두고 오랫동안 축적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생기는 질병이 바로 암인 것이다. 그래서 원인을 놓고 인과관계를 결정짓는 범위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폐암의 원인인 흡연만 해도 직장 내 스트레스와 미디어 매체의 영향, 간접흡연 등 어디까지를 원인에 포함시켜야 할지 모호할 때가 많아요. 생활습관 또한 식습관, 수면, 음주, 흡연, 운동시간, 직업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죠. 어쨌거나 시간을 두고 복합적인 영향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질환임에는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생각을 역으로 바꿔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해가 되는 환경 요인을 없애면 85%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말이 되겠죠. 저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암 진단을 사형선고로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다. 암 환자는 완치에 대한 희망을 접은 채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며 황폐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암 환자와 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치료 프로그램에 우선을 뒀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이 바뀌었다. 암과 생활습관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환자를 치료하고 격려하는 일 못지않게 예방을 위한 올바른 정보 전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무슨 약이 어디에 좋다는 상업적인 정보나,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꼼꼼히 따져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암의 약 41%가 음식과 관련해서 발병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김치만 해도 소금 함량이 적당(2.2%)하면 발효 중에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과 유산균 등으로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소금 농도가 높은 김치(7~8%)는 좋을 게 없거든요.”
된장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은 발효음식도 염분이 지나치면 도리어 해가 된다. 식재료 자체에 나트륨이 들어 있는데도 조리과정에서 짠맛을 내기 위해 소금으로 간을 하고, 짭짤한 국물을 양껏 즐긴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특히 가공식품은 만드는 과정에 많은 양의 나트륨이 들어가므로, 되도록 원재료를 싱겁게 조리해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식습관ㆍ생활환경에 따라 암 발병률 달라
우리나라 암 환자를 보면 남녀를 통틀어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위암과 대장암은 식습관과 관련이 있고, 간암은 음주, 폐암은 흡연과 관련이 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중에서 간암과 위암은 환자 수가 줄고 있는 반면, 대장암 환자는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식이섬유 섭취가 줄고 육류 섭취가 늘어난 점을 대장암의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나친 음주를 무시할 수 없어요. 2005년에 나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하루 평균 90g의 고기를 먹는 걸로 나와요. 하루 60g 이하를 권장 섭취량으로 보고 있으니, 두 배 가까이 먹는 셈이죠. 그런데 미국은 이미 1980년대에 하루 평균 90g을 넘어섰지만 대장암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아요. 고기 섭취량만 놓고 볼 문제는 아니란 소리죠.”
윤 교수는 오히려 음주를 대장암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WHO 통계에서 아일랜드, 러시아 다음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가 한국이다. 술자리에 가면 보통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고, 안주로 지방이 많은 삼겹살 등을 자주 먹는다. 비만인 사람이 식이섬유를 적게 먹고 고기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지만, 우리나라는 음주와의 연관성이 더 깊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요. 그래서 쇼트트랙을 잘하는지도 모르죠. 여성은 유방암 증가 속도가 아주 빠른데, 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어요. 결혼 대신 직장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고, 결혼을 해도 임신을 기피하면서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긴 것을 큰 원인으로 볼 수 있죠. 비슷한 사례로 남성의 경우는 전립샘암을 들 수 있어요.”
그러나 유방암과 달리 갑상샘암의 증가는 조금 다르게 본다. 아직은 ‘발병률’이 높아졌다기보다는 병을 찾아내는 ‘진단율’이 높아진 면이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 진단에 필요한 초음파 검사가 늘면서 갑상샘암이 자주 발견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았던 병이다.
Tip | 안윤옥 교수가 제안하는 암 예방법
1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지려면 20, 30대 젊은 나이부터 노력해야 한다. 지금 괜찮다고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습관은 한 번에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하나씩 바꿔갈 필요가 있다.
2 40대 이상은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 못지않게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100%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정기검진을 빠뜨리지 말고, 몸에 안 좋은 습관들을 하나씩 고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3 음식 자체보다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되도록 음식을 싱겁게 요리해 먹고, 태운 고기나 가공식품은 피해야 한다.
4 우리나라 식문화 특성상 차려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외국에서는 원하는 음식을 덜어먹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의식을 바꿔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여성조선
취재 성재경 사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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