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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암(癌)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 모든 분야 전문의가 모여 환자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4. 20.

암(癌)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 모든 분야 전문의가 모여 환자와 세미나하듯 진료를

슐만 교수는 암 발병 사실을 환자 본인에게 숨기지 말라고 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해 한국 병원 실정을 잘 아는 그는 한국식 암 치료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김철중 기자

'유방암 분야 세계적 석학' 미(美) 슐만 교수가 본
'한국 병원의 암 치료 체계 문제점'암 환자의 절반은
암으로 죽는게 아니라 심장병·폐렴 등으로 사망

"암(癌)에는 '세미나 치료'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 다나-파버 암센터의 로렌스 슐만(Shulman) 교수가 한국 병원의 암 치료 체제가 잘못돼 있다고 충고했다. 시간과의 싸움인 암 치료에 좀더 신속하고 기동력 있는 체계를 갖추라는 뜻이다.

그가 조언한 '세미나 치료'란 관련된 모든 분야 전문의가 암 환자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세미나하듯 진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슐만 교수는 "암 치료 성공 여부는 적합한 치료법을 적시에 쓰는 게 관건"이라며 "종양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 등이 한꺼번에 모여야 최적의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부분 암센터는 환자가 분야별 전문의를 찾아다니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외과에서는 수술을, 종양내과에서는 항암제를 각각 치료법으로 제시하여 환자들이 혼선을 겪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론 의사들끼리 모여 치료법을 결정하지만 환자까지 참여시켜 세미나 방식으로 진료하는 경우는 드물다.

슐만 교수는 미국 최고의 암 연구·치료 기관으로 꼽히는 다나-파버 암 센터의 진료 시스템 책임자로, 유방암 치료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세미나 진료' 시스템을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미국 병원 최초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번에 서울아산병원이 주최한 국제 암 심포지엄의 특강차 우리나라를 찾았다.

"수술을 해야 할지, 항암제를 써야 할지,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지 암 환자마다, 치료 과정마다 각각 다릅니다. 환자와 같이 회의를 하면서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진료 현장에서 바로바로 골라줘야 암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다나-파버 암센터는 '세미나 진료'를 위해 각종 암 종류별로 진료실 구조도 회의실 형태로 바꿨다고 그는 전했다.

"의사들이 처음엔 반대했죠. 번거로운데다 진찰료도 의사 한명분밖에 못 받으니까요(웃음). 하지만 환자들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저희 센터에 오는 암 환자가 3배 이상 늘었죠. 이제는 많은 미국 병원이 따라 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도 그의 조언에 따라 유방암·두경부암·근육암 등 6개 암 분야에 '세미나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슐만 교수는 또 한국 병원들이 입원 환자 위주의 항암제 치료를 하기보다 환자들로 하여금 출퇴근하면서 외래에서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체계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병원은 백혈병 등 면역력이 극도로 감소한 암 환자 말고는 항암제 치료를 모두 외래에서 합니다. 외래 항암치료실을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일 14시간 문을 열어 놓습니다. 토요일·일요일도 엽니다. 마음이 불안한 암 환자들이 언제든지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마음이 편해지고 치료 결과도 좋아지니까요."

요즘 국내 대학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가량이 암 환자로 채워지면서 항암제 사용이 부쩍 늘었다. 그러다 보니 의료계에서는 항암제 오·남용 사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병원에서는 항암제 조제를 병동에서 근무하는 인턴·레지던트 또는 간호사들이 즉석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우리도 항암제 관리를 느슨하게 하다가 1990년대 중반 항암제가 과잉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례를 겪었다"며 "항암제는 한 번 잘못 들어가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비행기 안전 준칙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파버 암센터는 사고 이후 항암제 사용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적정 용량을 초과하는 항암제를 처방할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걸러낸다. 환자의 등록 번호와 담당 전문의 처방 코드, 간호사의 고유 번호가 일치하지 않으면 항암제가 투여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으로 체크한다. 슐만 교수는 "항암제 사용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에게는 처방권을 절대 줘선 안 된다"며 "항암제 조제도 반드시 전문 약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암 환자가 늘고 있지만 한편으론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암 치료 후 생존자들도 늘고 있다. 현재 암 생존율은 50%를 웃돈다.

슐만 교수는 "암 환자의 절반은 암으로 죽는 게 아니라 심장병이나 폐렴 등으로 사망한다"며 "이제는 병원들이 암 생존자를 위한 심장병 예방, 재활, 성생활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가족들 요구로 환자 본인에게 암 진단 사실을 감추는 문화가 있다"고 하자, 그는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 환자가 암 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 치료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며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가족들을 설득해 환자에게 직접 알리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