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에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들 속에 다량 함유돼 있는 칼륨 때문이다.
여름철에 칼륨이 부족하면 혈압강하는 물론 신장결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 골밀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칼륨의 부족은 특히 근육경련, 창자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호흡근육 마비로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심부정맥을 초래하는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다.
일반인들의 경우 과일과 야채에는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생과일이나 야채를 생으로 또는 주스로 만들어서 먹으면 여름 극복에 좋다고들 한다. 반면 어떤 환자에게는 독이 되는 양면성도 있다.
# 신장 기능과 칼륨은
칼륨은 몸에 중요한 영양소이건만 신장기능이 떨어진 만성신질환자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어떨까. 신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과다한 과일과 야채의 섭취는 생명을 빼앗아가는 독이 될 수 있다. 칼륨의 함량이 높은 과일과 야채의 과다한 섭취는 고칼륨혈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일과 야채의 섭취는 계절적으로 여름에 많고 이러한 이유로 신질환 환자에게서 고칼륨혈증이 여름에 더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경희의료원에서 혈액투석을 시행받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 91명에게서 여름철의 혈청 칼륨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 혈청 칼륨의 농도는 여름(6~8월)에 5.3mEq/L로 겨울(12~2월)의 5.2mEq/L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일반적으로 식사로 섭취하는 칼륨은 하루에 ㎏당 1mEq 정도이다. 이 중 90% 이상은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 정상인에게서는 칼륨을 과잉 섭취하더라도 신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배설되므로 혈중 칼륨 농도의 비정상적 상승은 초래되지 않는다.
# 만성신질환 환자의 경우
신장을 통한 칼륨 배설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칼륨의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여 고칼륨혈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신장의 기능이 정상의 4분의 1 이하로 감소된 심한 신부전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면 근육의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의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한다. 칼륨은 대부분의 식품에 존재하므로 만성신질환 환자에게서 칼륨의 섭취를 완벽하게 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칼륨 함량이 낮은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륨의 1일 섭취량은 과일은 50~100㎎, 야채는 250~300㎎으로 소량이다.
# 신장 질환 환자의 경우 땀과 갈증의 계절이라는 여름에 과일이나 야채를 안먹을 수는 없고 어떻게 칼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자.
▲칼륨의 함량이 높은 과일의 섭취를 피한다. 과일도 종류에 따라 칼륨의 함량이 각각 다르다. 즉 바나나, 토마토, 키위, 참외보다는 단감, 포도, 사과에 칼륨이 적다.
▲생과일보다는 통조림 과일이 칼륨 함량이 적다. 물론 통조림 과일의 경우에는 시럽은 먹지 않아야 한다.
▲칼륨 함량이 높은 야채의 섭취는 피한다. 야채도 종류에 따라 칼륨의 함량이 각각 다르고 잎보다는 줄기에 칼륨이 많다. 양송이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고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에는 적게 들어 있다.
▲야채를 섭취할 때는 데친 후에 섭취하되 국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야채는 가급적 잘게 썰어서 야채 재료의 10배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놓았다가 새 물에 몇번 헹구어서 사용한다. 그후 야채 재료의 5배 정도 되는 물에 삶거나 데친 후 삶은 물은 버리고 야채만을 먹도록 한다.
▲과일주스, 야채주스, 녹즙 등은 피한다. 그외 음료 중 현미 녹차와 코코아에 커피보다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100g당 960㎎, 730㎎, 65㎎), 콜라와 사이다에는 칼륨이 없다.
▲껍질이 있는 과일, 또는 야채는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한다.
▲주식은 흰밥으로 먹는다. 곡류 중 백미보다는 검정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에 칼륨이 많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고구마, 감자, 토란, 밤, 땅콩에도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노란 콩이 검정콩보다 칼륨이 월등히 많다(50g당 670㎎ 대 84㎎). 녹두, 팥에도 칼륨이 많다. 우유에는 두유보다 칼륨이 월등히 많다(200g당 296㎎ 대 18㎎).
▲조리시 저나트륨 소금은 피한다. 만성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부종이나 고혈압이 흔히 동반되므로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 등을 사용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에는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준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