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성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사람의 삶이며 세월의 흐름을 새삼 생각해 본다. 지나온 날들의 덧없음과 추억들보다 앞으로 남은 길지 않을 삶에 대해 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암과 같은 악성 질환은 죽음을 예고하여 시한부 인생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인생 자체가 시한부이긴 하다.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진행되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아무리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노력하지만 100세를 넘겨 사는 이가 많지 않다. 언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이다.
숫제 죽음을 떠올리기조차 역겨워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죽음을 두려워하여 각종 종교가 태어났다.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저승사자니, 염라대왕을 만든다. 아무도 가 보지 못한 저승세계에 대해 궁금증만 있지 확증된 것은 없다.
살아 있는 동안의 소중함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듯 저승세계에 대한 불안이 죽음을 앞두고는 더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다.
죽기 전에 하였으면 하는 것을 “뭣하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고 한다. 배 고프던 시절에는 쌀밥이나 실컷 먹고 죽으면…, 돈이나 맘 놓고 써봤으면, 진한 사랑을 한 번 해 봤으면… 하며 죽기 전에 할 일을 소원한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모처럼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보게하는 영화다. 죽음이며 삶의 가치를 음미하게한다.
한 병실을 쓰게 된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은 대조적이지만 결국 의기투합하여 버킷 리스트에 오른 일을 실천하러 함께 여행길, 죽음길에 나서는 과정이 흥미를 이끈다.
꿈을 접고 자동차 정비사로 평생을 산 모건 프리먼은 해박한 잡학지식을 갖춘 멋쟁이 흑인이고, 억만장자로서 여러 병원을 소유한 이 병원의 소유주인 잭 니콜슨은 돈 버는 일에 이골이 난 냉철한 백인으로 둘이 다 시한부 인생으로 몇 달 생존 선고를 받은 상태다.
모건 프리먼이 대학 입학생 시절 철학교수가 인생에서 죽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인 버킷 리스트를 적어 오라던 숙제를 떠올리며 낙서한 걸 보며 잭 니콜슨도 같이 동참하기로 한다.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대신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낌없이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들 둘은 15개의 병원에서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자동차 밑에서 누워 샅샅이 살피며 정비하기 위해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병원이건 자동차의 병을 고치는 정비소건 고장난 것을 고치는 사업과 작업이란 것이다. 정작 자신의 병은 고칠 수 없지만.
리스트에 추가한 스카이 다이빙을 함께하고, 허술한 곳에서 문신을 한다. 자동차 경주를 즐기며 스릴을 느낀다.
리스트에는 ‘배낭여행하기’가 있었다.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으로 동물들 속에서 총질도 하고 타지마할, 만리장성을 보고 히말라야에 오르려다 날씨 때문에 중단한다. 하긴 건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장엄한 것을 직접 보기’는 아주 그만두는 것일까.
흑인이 아주 가정적인데 비하면 이 백인은 외롭고 냉혈적이다. 병원 입원 중에도 부인과 자녀들이 자주 찾는 모건 프리먼에 반해 잭 니콜슨은 늘 혼자다. 누가 오는 것도 싫어하지만 가족도 없다. 흑인이 먼저 죽어 그토록 만나기를 바랐던 딸과 화해를 하는 잭 니콜슨.
리스트에 있는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는 무도회에서 기대했던 항목이지만 결국 외손녀와 만나 포옹하는 것이 되었다. 가족을 되찾게 된 건 친구의 시도 때문이었다.
모건 프리먼이 죽어 잭 니콜슨은 조사를 하며 애도한다. 석 달 전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그를 사랑했음을 고백한다. 그와 함께한 시간들이 최고의 시간이었음을 강조하며 리스트의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항목을 지운다.
마지막 ‘장엄한 것을 직접 보기’는 히말라야 설산 위에서 커피통에 유골로 각각의 통에 함께 담겨 장엄한 설산을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마친다.
2009년을 시한부로 보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리스트에 적어서 실천하려 한다면 뜻깊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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