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명치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일종의 소화기관으로서 각종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여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조절을 담당합니다. 췌장은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어 분비된 소화 효소들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고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들과 섞이게 됩니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두부(머리부분), 체부(몸통 부분), 미부(꼬리부분)로 나뉘어지고, 두부는 담도(담낭에서 나온 담즙의 배출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 두부에 췌장암이 발생할 경우 담도가 막히게 되어 황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부는 비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장과 대장 일부에 혈액을 공급하는 상장간막동맥은 대동맥으로부터 분지되어 췌장을 통과합니다.
췌장에 발생하는 종양은 크게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5-10%)과 소화효소 분비와 관련된 외분비 세포에서 기원하는 종양(90% 이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분비 세포 기원의 기능성 종양은 극히 드물며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외분비 세포 기원의 췌장암을 일컫습니다.
췌장암은 췌장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서 대개 50대 이후에 발생합니다. 한국인 암등록사업 보고에 의하면 췌장암은 전체 암 중 남자에서는 2.2%, 여자에서는 2.3%를 차지하고 있고, 남녀 공히 발생순위 10위의 암이며 연도별 발생 빈도를 비교해 보면 과거에 비하여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췌장암은 약 5% 미만의 환자만이 완치 가능하고 그 발생율과 사망률이 거의 유사하여, 대부분의 환자는 췌장암이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발생하는 위치로는 70%가 두부에, 20%가 체부에, 10%가 미부에 발생합니다.
위험 인자
전체 췌장암의 약 30%는 흡연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흡연자에서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2-3배 증가합니다. 그 외에도 당뇨병, 비만, 만성 췌장염과의 관련성이 제시되고 있고, 몇몇 유전적 질환과 관련되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황달(눈 또는 몸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제외하면 증상은 약 2개월 이상에 걸쳐 서서히 발생합니다. 통증과 체중 감소가 75% 이상의 환자에서 관찰됩니다. 통증은 매우 심하고, 상복부 명치끝에서부터 등으로 방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췌장 두부에 발생하는 경우 담도를 막아서 황달로 비교적 일찍 발견되는 반면, 체부나 미부에 발생하는 경우 종양이 상당히 커질 때까지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고, 통증이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증은 특징적으로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완화됩니다.
종양이 후복막(장과 척추 사이에 있는 연부 조직)에 분포하는 신경을 침범할 경우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되고, 이런 경우 이미 절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췌장 두부에 발생하는 종양의 80% 이상에서는 황달이 발견되는데, 담도를 막아서 십이지장으로 담즙이 배출되지 않음으로 인해 회색변을 보게되고, 소변이 짙어지고 전신에 가려움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로감과 식욕부진이 흔한 증상입니다. 췌장암에 의해 췌장에서 만들어진 소화 효소의 배출로가 막히면 소화효소가 장내로 배출되지 못하고, 이 결과 음식물 흡수에 장애가 생기고 변을 보았을 때 기름이 뜨는 지방변을 보게 됩니다. 혈당이 상승될 수 있고, 정맥 혈전증(혈관 내에 피가 응고되는 혈관이 막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종양에 의해 췌장 주위로 지나가는 간문맥(소화 기관으로 간으로 연결되는 혈관)이 눌리면 위장관에 정맥류(정맥이 혈류의 정체로 굵어 지는 현상)가 형성 되고 이것으로부터 위장관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이 의심되나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으로 종양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시경과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하여 췌장도를 촬영한 후 수술 결정을 하게 됩니다. 내시경에 의한 진단법은 직경 1cm 정도의 튜브를 구강을 통해 식도와 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진행시킨 후 췌장도 입구를 관찰하게 됩니다. 내시경 시행 이전에는 금식이 필요하고, 분무기를 이용하여 구강 마취 후 시행합니다. 경우에 따라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위내시경과 동일한 방법으로 시행하나, 췌장도 및 담도의 촬영을 병행하기 때문에 관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수술을 시행하지 못 할 정도로 안 좋은 경우나,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 또는 자기공명영상술 결과 중요 정맥 또는 동맥에 침범이 있어 절제 불가능한 경우, 간 또는 복강, 기타 장기에 전이가 있어 절제 불가능한 경우, 절제술 이전에 종양의 범위를 줄 일 목적으로 방사선 및 항암화학요법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조직 검사를 시행하여 췌장암임을 확진 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조직 검사는 신체 외부에서 가는 바늘을 사용하여 시행할 수도 있고, 내시경에 의해 췌장도를 통해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췌장 조직이나 세포는 일정 처리 과정을 거쳐 현미경으로 세포와 조직 구조를 관찰하고 췌장암으로 확진합니다.
현재까지 정기 검진으로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병기
병기는 원발 장기(췌장)에서의 종양의 침범 정도, 췌장 주위 림프절의 침범 정도, 원격 장기에 전이 여부를 종합하여 1기에서부터 4기로 구분됩니다.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다르며, 1기에서 4기로 갈수록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환자의 치료 방법의 결정에 있어서는 절제 가능한 경우, 국소적으로 진행된 경우, 전이가 있는 경우의 세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절제 가능한 경우는 주요 혈관의 침범이 없고 원격 장기에 전이가 없이 크기가 비교적 작으면서 췌장에 국한된 경우가 포함되고, 국소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원격 장기에 전이는 없지만, 크기가 크거나, 유의한 주위 림프절에 전이가 있는 경우, 주위 장기에 직접적인 침범이 있는 경우, 또는 주요 혈관을 침범한 경우가 해당됩니다. 여기서 주요 혈관이라 함은 상장간막 동맥이나 정맥, 간문맥, 복강동맥을 의미하는데, 이 혈관들에 의해 혈액이 공급되는 장기가 너무 광범위하여 이 들 혈관을 췌장암과 함께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이가 있는 경우는 간 또는 기타 원격 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입니다.
절제 가능한 췌장암에서 치료의 근간은 절제술입니다. 췌장암에 있어 유일한 완치 방법은 절제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치 목적의 절제술은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15% 이하에서만 가능합니다. 근치적 목적의 절제술을 시행 받은 환자에 있어서도 재발은 상당히 흔한 현상으로서 약 75%의 환자는 주위 림프절 또는 국소 재발을 경험하고, 약 70%는 간에, 약 45%는 복막에, 약 35%는 폐에 재발합니다. 간 전이 또는 복막(복강 내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막) 파종은 수술 후 비교적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하는데, 이러한 환자에 있어서는 이미 수술 당시에 영상 진단이나 육안적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미세 전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수술 방법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두부에 발생한 경우에는 췌장 두부를 포함하여 십이지장을 동시에 절제하여 수술의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해지며, 수술로 인한 사망률은 2-10%로 높은 편입니다. 췌장 체부나 미부에 발생하는 경우는 진단 당시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극히 일부 환자에서만 절제술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혈관을 침범하였거나 원격 장기에 전이된 경우, 복막에 파종된 경우는 절제술이 의미가 없습니다. 수술 시 병변이 광범위하여 수술로 완전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잔여 종양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절제술에 의한 생명 연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절제술을 높일 목적이나, 수술 후 재발율을 낮출 목적으로 수술 전 혹은 수술 후에 방사선과 항암화학요법을 병합하여 치료하기도 합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추가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재발율이 낮아지고 생존율이 향상됨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합요법에는 항상 치료 독성이 문제가 되고 모든 환자들이 병합요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주지해야 합니다. 병합 요법의 결정은 치료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고, 환자의 전신상태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시도될 수 있습니다.
2. 국소적으로 진행되어 절제술이 불가능한 경우
췌장암의 약 40%는 이 범주에 듭니다. 이 들 환자에서는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소 진행된 췌장암에서 방사선 치료 단독만으로는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 정도로 생존율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범주의 환자에서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동시에 병행하는 치료를 하거나 항암화학요법 단독으로 치료를 하는데, 이러한 치료 방법을 시행할 경우의 평균 생존기간은 방사선치료 단독에 비해 생존율 향상이 기대됩니다. 항암화학요법은 방사선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황달이 있는 경우 항암화학치료의 독성이 증가하여 사용을 할 수 없고, 피부를 통하거나 내시경적인 치료로 담즙을 배액함으로써 황달을 사전에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주로 외부 X-선 장치를 사용하여 약 5주에 걸쳐 시행합니다.
3. 전이가 있는 경우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근간이 됩니다. 항암화학요법은 일종의 약물 치료입니다. 전이가 있는 경우는 생존기간이 평균적으로 6-8개월에 불과합니다. 항암화학요법은 완치 목적이 아니고, 생명 연장 또는 통증 등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합니다. 고식적인 항암제에 대한 반응율은 약 20% 미만으로, 생명 연장 효과는 일반적으로 수개월 미만입니다. 최근 다양한 항암제들의 조합 또는 분자타겟치료제를 병합하여 사용할 경우 그 반응율 및 생존기간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에 있어 항암화학요법의 사용여부는 전신상태를 고려하여 치료독성과 치료효과의 득실을 감안하여 치료 전문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전신상태가 허락하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혈액검사를 통해 치료독성 평가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게 됩니다.
4. 증상의 조절과 담도 배액술
진행된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마약을 사용한 통증 조절이 필요합니다. 암 환자에 있어 마약의 사용은 중독을 염려하여 기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증조절의 한 방법으로 통증 유발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췌장암에 의해 담도가 막혀 황달이 발생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담즙을 배액시킬 수 있습니다. 담즙 배액은 황달에 의한 가려움증을 해소할 목적이나, 장기간 담도가 막히는 경우 간기능 손상이 우려될 때, 항암화학요법을 계획하고 있을 때 황달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행합니다. 담즙 배액의 방법은 수술적 방법, 내시경을 이용하여 담도에 stent를 넣는 방법, 피부를 통해 담도에 튜브를 삽입하여 담즙을 배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각각의 방법은 종양의 위치와 복수의 존재 유무, 기대되는 여명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췌장 두부에 종양이 있는 경우 위치상 십이지장을 폐쇄시킬 수 있는데, 이 경우 위로부터 내려오는 음식물이 십이지장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 여명이 긴 경우 음식물 통과를 위해 우회루 수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생존기간은 진단 당시 종양의 침범 범위와 전신 상태에 좌우됩니다. 종양의 침범 범위에 따라서는 절제 가능한 경우, 국소적으로 진행된 경우, 원격 장기에 전이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절제 가능한 경우에도 평균 생존기간은 13-20개월 정도이고, 약 20%의 환자에서만 장기 생존이 가능합니다. 국소적으로 진행된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6-10개월 정도입니다. 간 또는 기타 원격 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약 6개월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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