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과 유방암 문제에 지금 즉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병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늦습니다."
5일 여성환경연대가 이화여대 이화신세계관에서 개최한 '환경과 여성건강' 국제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 '침묵의 봄 연구소(Silent Spring Institute)'의 상임 연구원 캐들린 앳필드씨는 유방암과 환경호르몬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침묵의 봄 연구소는 미국에서 유방암발병률이 가장 높은 5개 주(州)에 속하는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됐으며 환경호르몬이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한다.
앳필드씨는 "우리는 '왜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까'라는 의문점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환경호르몬과 유방암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규명하지 못했지만 유방암을 일으키는데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 환자 중 10∼15%는 BRCA1과 BRCA2라고 불리는 유전자 문제로 드러나는 등 환자의 50% 정도만 발병원인이 밝혀졌다"며 "나머지 환자는 왜 유방암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앳필드씨는 환경호르몬이 유방암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로 발병률이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이민 온 여성 또는 그 다음 세대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점과 유전자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너무 빨리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 재미교포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2000년대 들어 80년대 후반보다 66%나 증가했고, 미국의 유방암 발병률은 1960년대부터 매년 1%씩 늘어 현재 여성 8명 중 1명이 유방암에 걸린다.
또 유방암 세포에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주입하면 암세포가 커지는데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환경호르몬 또한 같은 역할을 하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살충제, 화장품 첨가물 등 216종의 화학물질이 유방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유방암 발병 유전자를 가진 여성 중 1940년 이전에 태어난 경우 발병률이 24%이지만 그 이후 태어난 여성의 발병률은 67%라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이는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유방암 발병을 촉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앳필드씨는 매사츄세츠주에서도 유방암 발병률이 타 지역보다 20%나 높은 케이프 코드라는 지역에서 침묵의 봄 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실험결과를 설명했다.
연구소는 케이프 코드지역의 120개 가정을 방문해 실내공기를 조사한 결과 67종의 환경호르몬을 찾아냈고, 한 가정당 평균 20종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됐으며 이 중에는 1972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DDT(살충제)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집안은 직사광선이나 비 등의 영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DDT가 아직도 남아있었다.독성 화학물질은 한 번 쓰고 나면 이후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도 환경에 잔류하면서 인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것"이라고 말했다.
앳필드씨는 "화장품 회사들은 유해성을 테스트하면서 피부알레르기 반응에는 관심을 쏟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10∼20년 뒤에 나타날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정부도 화학제품들을 테스트하고 'OK'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환경 속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처음 세상에 알려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1964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환경호르몬과 유방암의 연관성은 30년이 지난 199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앳필드씨는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아내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텐데 그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은 바보짓이다. 지금 즉시 우리를 둘러싼 유해물질들에 관심을 갖고 나와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의 유방암 발병률은 미국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고, 2002년부터는 한국 여성암 중 유방암이 1위를 차지했다"며 "한국에도 이제 막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아 기꺼이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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