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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巡禮者]와 [국화 옆에서]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12. 6.

[순례자 巡禮者]와 [국화 옆에서]

 

순례를 하는 사람을 순례자라 합니다.  보통의 순례는 살아서 혹은 죽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신에게 희생을 바치는 행

위입니다.  좀 특별한 순례는 무(無)로 돌아가서 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함입니다.  신이 순례를 허용했다면 순례는 존재했

던 모든 것과의 통공[通功]을 인간에게 허락한 은총입니다.

 

21세기의 순례는 대부분 [기복祈福을  위한 관광]입니다.  순례는 초자연적인 힘 -종교와 관계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박수무당의

대감귀신이라도 보러갔다는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의학의 암치료를 순례한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여러 번의 수술을 했고,  거의 모든 종류의 항암치료, 방

사선 치료를 병원을 바꿔가면서 무수히 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현대의학은 신을 능가하는 절대자이며 종교입니다.  그리고 그 믿

음을 죽음으로 지키려 했습니다.  우연히 암이 발견되고 1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 분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만 들고 차가버섯 요양원에 끌려왔습니다.  이 분의 인체는 이미 생존임계치 이하에 존재하고 있습

니다.   머리부터 다리, 복강, 대장, 뼈, .......까지 인체의 거의 모든 곳이 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걷고 먹고 배설하는 행위가 매

우 힘든 상태입니다.

 

살 수 있겠습니까?

살 것 같습니다.

 

며칠 만에 통증이 사라졌고,  혈액성분이 정상을 회복했고,  배설기능이 살아났습니다.  통증은 그냥 보면 알 수 있고, 혈액성분은

빈혈로 인해 수혈을 예약했던 병원에서 피 검사 결과입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인 11 (g/dl)을 넘어 13이 나왔고 당연히 수

혈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장(腸)이 거의 다 빌 정도로 변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먹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와 볼펜을 달라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적고 있습니다.  요양원에 들어 온지 10

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인체가 생존임계치에 들어올 때까지 아직 몇 번의 위기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만 힘을 다하면 곧 생존임계치를 넘어 갈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말기 암은 감기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다]라는 진리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 분을 조금 멀리서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분이 나에게 잊고 있었던 [국화 옆에서]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국화(菊花)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솔작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닢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네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