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무를까, 단단할까?' 언뜻 느닷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연구가 암 연구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이 진전될수록 암세포가 물러지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암세포의 무른 정도를 파악하면 암 진단이 훨씬 더 정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LA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제임스 짐저스키(Gimzewski·56) 교수는 지난해 12월 전문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세포가 얼마나 무른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이 많은 암세포일수록 무르다
유방암이나 폐암의 암세포는 육안으로는 정상세포와 구별하기 힘들다. 세포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반 정도로 작은 데다,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크기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짐저스키 교수는 세포가 정상세포인지 암세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AFM(Atomic Force Microscope)이라는 현미경을 사용했다. AFM은 빛을 사용해 피사체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이 아니다.
짐저스키 교수는 AFM의 뾰족한 탐침을 세포가 어느 정도 굳은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탐침으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눌러보면 굳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바늘로 토마토의 껍질을 조심스럽게 찔러서 토마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실험 결과 유방암의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연했다. 췌장·폐에서도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세포의 무른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발병 초기의 암세포보다 진행이 많이 됐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암세포가 더 무른 것으로 밝혀졌다.
AFM을 이용한 암세포 진단이 암세포 발생 자체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향후 암세포의 상태와 무른 정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표준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세포막이 무른 것은 확인됐지만 무른 정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 ▲ 레이저가 AFM의 탐침이 놓인 곳에 지속적으로 발사되어 반대편으로 반사된다. 탐침이 세포로 가까이 다가가면 레이저의 반사 위치가 바뀌어 탐침의 위치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한다. /UCLA 짐저스키 교수 제공
◆세포도 소리를 낸다
AFM을 활용한 세포 진단은 '음향세포학(sonocytology)'에서 유래했다. 음향세포학은 짐저스키 교수 자신이 창안한 분야로 세포가 내는 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귀로 듣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다. 세포 역시 세포 전체가 떨리면서 공기를 진동시킨다. 세포도 일종의 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짐저스키 교수는 2001년 의사들로부터 살아 있는 심장세포가 주기적으로 진동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심장세포를 떼내 배양접시에서 적당한 영양분을 공급하면 주기적으로 진동한다는 것이다.
짐저스키 교수는 곧바로 세포가 만드는 소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착수했다. 이때 이용한 것이 AFM이었다. 세포가 진동을 하면 AFM의 탐침과 세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진다. 짐저스키 교수는 2004년 AFM의 탐침을 이용해 효모세포가 초당 1000번 정도 진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직경 20나노미터의 뾰족한 탐침이 3나노미터의 높낮이를 읽어가면서 효모 세포가 내는 소리를 읽어 낸 것이다. 다만 세포의 떠는 강도가 워낙 작아서 직접 귀로 들을 수는 없다.
연구팀은 또한 효모에 알코올을 뿌리면 진동 주파수가 낮아진다는 점과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성된 효모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낮은 소리를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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