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신중하고도 어렵습니다. 환자가 아니라, 나의 아버지나 형제라면 차라리 편하겠지요. “말하기 전에 환자를 먼저 파악하라!” 바바리 깃을 세운 형사 콜롬보는 아니지만, 저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진료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걸음걸이는 어떤지, 어디가 아픈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찰 대상이 됩니다. 보통은 30분 정도의 초진으로 환자의 특성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천 번의 위암 수술을 했지만, 완전히 같은 경우의 수술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전 세계에 70억 내지 100억 인구가 있다면, 암도 70억 내지 100억 가지가 있습니다. 그에 따라 환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도 모두 다릅니다. “선생님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환자의 이런 질문에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그냥 먹고 싶은 대로, 입맛이 당기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와 같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반대로 “규칙적으로 매끼 식사하시고, 가급적 식단을 짜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을 겁니다. 두 가지의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첫 번째 의사의 대답은, 평소에 식단을 짜서 깐깐하게 챙겨 먹던 사람에게는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질문한 환자가 평소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외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이런 대답은 곤란합니다. 두 번째 의사의 대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규칙적인 식사를 운운하면, 이런 환자는 식단을 짜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그대로 먹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매끼 정해놓은 반찬을 한 가지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매일 마트로 종종걸음을 칠 수도 있겠죠. 우유를 빠뜨렸다면 “우유를 마셔야 하는데”라며 우유를 섭취할 때까지 조바심을 내게 될 겁니다. 의사는 환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질문한 환자의 성격이나 생활패턴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평소에 의사의 말을 어느 정도로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살펴야 합니다. 의사의 한 마디는 절대적인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환자에 대한 조언은 맞춤형이 아니면 곤란합니다. 조언할 때는 의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말해야 합니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정확한 말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앞선 상황에서 깐깐한 모범생 같은 환자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게 좋습니다.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이왕이면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을 드시고, 한 번씩 먹고 싶은 것을 드세요. 입맛이 없다고 무작정 끼니를 거르시면 안 됩니다. 먹기 힘들다면 죽이라도 드셔야 기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밥 먹는 걸 싫어하는 환자에게는 잘 먹으라는 잔소리를, 몸에 좋은 걸 지나치게 밝히는 분에게는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에 현혹되지 말고, 세 끼 식사만이라도 잘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는 물론 환자의 보호자까지 어르고 달래야 합니다. 환자가 보호자에게 못 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는 의사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환자마다 성격이 다르듯, 의사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걸 고려해 의사의 말을 듣는 게 좋습니다. 지나치게 꼼꼼한 의사와 지나치게 대범한 의사가 있다면, 그 의사의 성격을 고려해 말을 이해해야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2/05/2025020502578.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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