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사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EGFR 변이는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30~50%에서 발견되는 흔한 변이로, 비흡연자의 유병률이 높고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아 효과적인 치료제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영역이다. 그동안 국가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논의가 다소 지연됐으나, 작년 1월부터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을 받으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타그리소는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예후를 바꿨다고 평가받으며, 작년 2분기 기준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69%)을 보유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어떻게 의사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폐암 치료제가 됐을까?
◇뇌 전이에 효과… 기존 표준치료 대비 우월한 효과·약한 부작용 주목
의료진들이 타그리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뇌 전이에 대한 효과와 ▲기존 치료제 대비 약한 부작용에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뇌 전이가 많은 질환으로, 특히 EGFR 변이 환자의 약 30%는 질환을 처음 진단받을 때 뇌 전이가 이미 생긴 상태다.
그러나 기존 약제는 약효가 뇌에 잘 듣지 않아 방사선 치료나 감마나이프 시술 등을 진행해야 했고,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뇌 전이에도 잘 듣는 약제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타그리소는 뇌를 잘 통과하는 이점이 있어 미충족 수요를 충족했다고 평가받는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숙희 교수는 "그리 큰 증상이 있지 않은 뇌 전이 환자가 타그리소를 잘 복용하면 1~2주 내에 증상이 개선될 수 있고,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뇌에 있는 병세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3세대 표적 치료제는 기존 1·2세대 대비 개선된 효능과 덜한 부작용을 입증한 약제다. 임상 3상 시험 'FLAURA'에서 타그리소를 1차 단독요법으로 투여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환자가 암의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이 18.9개월로 1세대 치료제인 이레사·타쎄바(10.2개월) 2배 가깝게 연장됐다. 평균 전체 생존기간(OS)은 38.6개월로 1세대 치료제(31.8개월) 대비 약 7개월의 차이를 보였다. 부작용도 1·2세대 치료제 대비 더 순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타그리소는 기존 치료제 대비 생존 기간을 늘리면서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약제라고 평가받고 있다. 연세암병원 김혜련 폐암센터장은 "무진행 생존기간의 두 배 차이가 사실 별거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동양인 환자 결과에서 이 정도의 치료 혜택은 엄청난 증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사용 경험 고려해 처방… "부작용 민감한 고령자에게는 타그리소 선호"
타그리소는 미국과 유럽에서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획득한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함께 비교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타그리소·렉라자 모두 1차 단독요법으로 허가가 난 상태로, 두 품목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처방할 수 있다.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부작용을 제외하면 효능에서 크게 다른 부분이 없는 약이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1차 치료제를 처방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환자의 몸 상태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파악해 약제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타그리소는 선청성 부정맥의 일종인 QT 간격 연장이 극히 드물게 보고되며, 렉라자는 팔·다리에 쥐가 나는 통증을 부작용으로 갖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타그리소는 아주 드물게 심장에 대한 독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렉라자는 손·발 저림 등 말초신경염 부작용이 있다"며 "환자의 전신 상태를 고려해 약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다만 타그리소는 의료계에서 렉라자 대비 우선 처방이 더 자주 고려되는 약제로, 크게 세 가지의 요인이 작용한다. 첫 번째는 부작용의 발생 빈도다. 타그리소는 드물게 심장 독성이 보고되나, 렉라자의 말초신경염 부작용에 비해서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작용 자체에 민감한 고령 환자에게는 타그리소 처방이 우선 고려된다. 홍숙희 교수는 "렉라자가 효과가 더 좋다고 알려진 데이터도 있긴 하지만, 렉라자는 쥐가 나는 통증 등 신경 부작용이 있다"며 이어 홍 교수는 "3세대 표적 치료제는 1~2달 먹고 끝나는 약이 아니라 2년을 생각하고 먹는 약"이라며 "고령 환자들이 렉라자의 심장 등 중요 장기 부작용이 더 적은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매일매일 복용할 때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의료진들의 약제 사용 경험이다. 타그리소는 2015년 2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약제이며, 2018년부터 1차 치료제로 승인되는 등 의사들의 처방 경험이 많은 약제다. 안명주 교수는 "타그리소는 약 10년 가까이 수많은 환자들이 사용해 효과·안전성에 대한 가장 많은 데이터가 축적됐다"며 "아무래도 타그리소가 오래된 약제이고 효과나 안정성에 대한 의사들의 경험이 많아서 처방이 렉라자 보다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숙희 교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써 왔던 경험이 있는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발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타그리소를 비롯한 3세대 표적항암제는 뇌 전이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약제다./사진=헬스조선DB
◇후속 약물 선택 가능성에도 영향 있어
세 번째 요인은 후속 약물의 선택지 여부다. 현재 타그리소나 렉라자를 1차 단독요법으로 사용했으나 내성이 생겨 치료에 실패할 경우, 일반 항암화학요법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일반 항암화학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최대 9개월로, 9개월 안에 치료에 실패하면 또 내성이 생겨 치료제를 바꿔야 한다. 두 차례의 치료에 실패하고 나면 환자도 기운이 많이 빠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38개월 후 사망하는 환자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차 항암화학요법보다 효과적인 선택지를 찾고자 다수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이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한 환자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렉라자가 아직 단독요법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FDA는 단독요법으로 승인된 타그리소를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 참가자 등록 조건에 '타그리소 치료에 실패한 환자'라는 내용을 붙인다.
즉, 의료진들은 이러한 임상시험에 더 많은 환자가 참여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김혜련 센터장은 "1차 치료로 타그리소·렉라자를 사용하고 나서도 이후에 무슨 약을 쓸지를 항상 계획해야 한다"며 "가용한 임상시험 옵션이나 임상 참여 조건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현재 후속 임상 연구들은 타그리소를 사용한 환자를 가지고 설계한 시험이 대부분"이라며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후속 약물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상 반응 대부분 약해… 내성 생겨도 타그리소-렉라자끼리 교차 투여 불가
타그리소는 기전상 EGFR(상피 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을 표적으로 하는데, EGFR은 피부·장점막·손톱·두피 등 골고루 분포해 있다. 따라서 타그리소의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발진 ▲피부 건조증 ▲설사 ▲조갑주위염 등이 있으나, 모두 경증 수준이다. 이 경우 피부 보습제나 지사제 등을 사용하면 대부분 개선되며,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투약을 중단, 부작용이 회복된 이후 투약을 재개한다. 이외에도 발생 확률은 극히 낮으나, 1~3%의 확률로 간 독성·폐렴·심장 독성을 경험할 수 있어 의료진들은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간 독성으로 인해 간 효소(ALT) 수치가 오를 수 있어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하며, 3~4개월 간격으로 심전도 검사를 진행해 부정맥 증상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간혹 환자들 중 렉라자를 복용하다 내성이 생길 경우 타그리소로 교체 투여를 원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타그리소를 먼저 복용하다 내성이 생겨 렉라자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김혜련 센터장은 "부작용이 조절되지 않을 때 같은 계열의 약제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만, 내성이 생겨 약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며 "효과·기전이 비슷한 약제 중 하나에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이 계열의 약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것으로, 같은 계열의 다른 약으로 바꾼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1/03/20250103017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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