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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알아두면 좋은 암상식

스크랩 [아미랑] 무조건 검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1. 3.

<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작품
“병원에서 하라는 검사를 다 받아야 하나요?”

환자들 중 병원 치료를 받다가 가끔 이런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병원 치료를 받다 보면 쓸데없는 검사가 너무 많습니다. 새벽녘 곤히 자고 있을 때 간호사가 혈액을 채취해 가느라 여기저기를 주삿바늘로 찔러대면 무척 속이 상합니다. 잠이 달아나서라는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왜 이렇게 하나마나한 검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합니다.

병원 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환자와 보호자는 그 검사가 꼭 필요해서 하는 것인지, 관례로 하는 것인지 압니다.

병원에서는 반드시 각 치료마다 추적 검사를 합니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 등을 한 후 치료에 제대로 반응하는지, 잘 낫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CT(컴퓨터단층촬영)나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 검사를 합니다. 이러한 추적 검사는 꼭 필요한 검사지만, 그 횟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번 할 것을 한 번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약이 들어가거나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했다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지난주와 다를 바 없는 치료를 하고 있고 몸 상태도 괜찮다면 굳이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몸의 상태가 어떤지는 환자 본인이 더 잘 알 때가 있습니다.

잦은 검사는 환자가 강박을 느끼게 합니다. 좋은 결과를 접한 지 1주일도 안 되어 나쁜 결과를 접하면 환자들은 왜 나빠졌는지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다시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지요.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추적 검사는 옳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꼭 추적이 필요한 검사만 최소한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 투병에서 바람직한 자세는 검사를 통해 호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어떤 결과든 믿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검사라고 생각된다면, 한 번쯤 안 받아도 되는지 담당 주치의나 교수 같은 의료진에게 문의해 봐도 좋습니다. 담당 의사는 반드시 추적이 필요한 검사가 아니라면 “다음에 할까요?”라며 건너뛰라고 할 겁니다.

오래 투병한 환자 중에는 팔뚝의 핏줄이 다 죽은 경우가 많아, 전신에서 채혈이 가능한 혈관을 찾아서 혈액을 뽑을 때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시겠지만 불필요한 검사 한 번이 그만큼 환자에게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나쁜 점은 이렇게 잦은 검사는 환자의 투병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추적 검사 결과가 점점 좋아진다면 환자는 희망을 얻겠지만, 반대로 나빠진다면 심리적으로 낙심하고 흔들리게 됩니다.

의사는 이런 환자들을 위해서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한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말해 줄 때도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환자들은 차트를 보는 의사의 표정만 보고도 금방 알아챕니다. 그렇기에 특별히 알려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검사 결과가 조금 안 좋게 나오더라도 위로와 응원해주는 쪽이 좋습니다. 차트만 보고 수치만 나열하는 것보다 더욱 친절한 마음으로 위로하며 환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길 바랍니다.

환자가 병원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도 몇 가지 요령을 익혀놓는 게 좋습니다. 의사에게 환자의 특징에 대해 말해주고 환자가 걱정할 만한 말은 듣지 않게끔 미리 차단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드물긴 해도 의사와 트러블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환자와 보호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나 후유증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합병증으로 몇 개월씩 병원 생활을 하면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깁니다.

많은 보호자와 환자들이 이럴 때 병원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담당 주치의를 믿고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이미 불신이 생겨 그 골이 깊어졌다면 오히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알아두어야 할 점은 모든 수술에는 합병증이라는 것이 있고, 대개의 경우 합병증은 잘 치료하면 회복된다는 겁니다. 합병증이 생겼다고 무턱대고 감정에 치우쳐 병원을 바꾸면 환자 이송으로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에게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 말고 세심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합니다.

병원 생활이 힘들더라도, 여러분에게는 현명하게 지금을 이겨내실 힘이 있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0/30/2024103002212.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