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허위·과대 광고 화면./사진=온라인 캡처
포털사이트에 ‘관절’, ‘무릎 통증’ 등을 자주 검색했다면 볼 수 있는 광고가 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 담긴 ‘유사 기사’ 광고다. 해당 광고를 클릭해 내용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품 구매 페이지로 이어진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광고가 허위·과대 광고이며 판매 제품의 성분을 알 수 없어 주의하라”고 권고했지만 관련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업체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으며 기사 형태로 게재되는 광고의 URL이 계속 바뀌어 단속이 쉽지 않은 탓이다.
◇‘유명인 무단 도용한 유사 기사’ 광고 주의보
서울 성북구에 거주중인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0월 14일 오전, 출근길에 온라인으로 ‘관절염 치료제’를 구매했다. 처음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할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뉴스를 훑다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관절염 통증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접했고 기사 속의 배너를 누르자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 페이지로 이동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본 건 진짜 기사가 아니었다. 기사 형식으로 꾸며놓은 허위·과대 광고다. A씨가 이 광고를 통해 구매한 제품명은 ‘PharmaFlex RX Joint Support’다. 관절염 치료제로 둔갑했지만, 사실상 가공식품에 해당한다. 제품 설명에는 “글루코사민 황산염, 메틸설포닐메탄(MSM)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관절 건강을 개선한다”고 쓰여 있다. A씨는 4개월 치를 약 190달러에 구매했고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은 30만원에 가까웠다. 그는 찜찜한 마음이 계속 돼 출근 직후 환불을 결심했다고 한다. A씨는 “특정 카드로는 결제가 안 됐고 일시불만 가능했다”며 “돌이켜보니 기사 맞춤법도 이상해서 환불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환불 신청은 메일로만 가능했으며 답변은 영어로 쓰여 있었다. 업체는 제품이 이미 배송중이라는 이유로 50% 추가 할인을 받거나, 배송비와 수수료 등을 부담하고 반품하는 것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때부터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소비자원과 카드사에 연락했으나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었다. A씨가 할 수 있는 건 추가 결제에 대한 우려로 카드를 정지시키는 것뿐이었다.
환불을 요구하자 업체가 보내온 답변. 50% 할인을 받을지 15%의 수수료를 제하고 환불을 받을지 선택하라는 내용이 담겼다./사진=A씨 제공
◇해외사업자라서 규제 어려워… 차지백 서비스에도 지장
A씨가 접했다는 광고를 살펴보면 ‘신약’, ‘관절을 완전히 회복’이라는 단어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쇼핑몰 홈페이지에서는 ‘질병 예방 및 치료 목적의 제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의료법과 약사법, 식품표시법 등 위반 사항이 다분해 보였지만 사업자 주소나 전화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관련 피해를 접수받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에 물어보니 해당 업체는 해외사업자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사업자다 보니 국내에서 추적한다거나 사업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울러 구매 한 달쯤 뒤에 실제로 제품을 보내주기 때문에 ‘차지백 서비스’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백 서비스는 신용카드 해외 결제 후 사기·미배송·환불 미이행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카드사에서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소비자가 신청하면 카드사는 소비자들에게 자료를 받아 판매자에게 해명을 요청한다. 해당 거래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카드사는 청구 금액을 돌려준다. 다만 판매자가 물품을 보내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된 것으로 간주돼 청구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A씨 역시 구매 이후 한 달이 지나자 집으로 물품이 배송됐다.
◇식약처도 모르는 판매 업체·광고 제작자
해외직구가 증가함에 따라 허위·과대 광고에 의한 피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의료 제품 및 식품 관련 게시물을 점검한 결과, 불법 유통‧부당 광고 게시물 총 669건이 적발됐다. 식품의 경우, 일반 식품을 ‘장건강’, ‘배변활동’ 등 기능성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탈모’ 등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기사 형태의 광고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사기 의심 업체들의 허위·과대 광고는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평소 제품과 관련된 검색을 했던 사람에게만 광고가 노출되고, 광고 링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URL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광고’라는 표시 없이 포털사이트의 뉴스 화면 구성을 도용해 MSN이나 유튜브 등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으로 유통되다 보니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A씨도 “광고인 줄 알았으면 아예 클릭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 기자 이름이 있는 기사 형식이었고 이국종 교수가 아버지를 위해 신약을 개발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제품과 관련해 올해 몇 번 민원 신고가 들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네 차례 차단 요청을 한 바 있다”며 “그러나 해당 업체의 소재지와 광고 운영자가 확인되지 않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식품 등에 대한 허위·과대 광고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명인 광고·번역 문장이라면 무조건 의심
현재로서는 사기가 의심된다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특히 유명인 무단 도용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이는 이미 규제가 적용된 상태다. 마주했다면 해외사업자일 가능성이 높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믿을 수 있는 쇼핑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기 의심 쇼핑몰은 ▲번역투 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하고 ▲신용카드 정보 입력 후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바로 결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만약 사기 당했다는 걸 알았다면 빠르게 차지백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쇼핑몰을 이용할 땐 차지백 서비스가 가능한 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며 “차지백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제출해 해당 거래가 부당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이번 사례에서는 업체가 치료제라고 광고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제품은 치료제가 아니라는 부분을 카드사에 주장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을 받더라도 섭취는 금물이다. 정식 절차를 밟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국내 반입이 금지된 원료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도 많은데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보상 받을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0/29/20241029024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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