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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유에 도움/건강기능식품

스크랩 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 세 달… ‘먹던 오메가3’, ‘냉장 보관 제품’ 등 지침 위반 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8. 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을 중고 거래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운영한지 세 달이 넘어가는 가운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질된 제품 등을 섭취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두 숟갈 먹은 오메가3 판매되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8일부터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려면 ▲미개봉 상품 ▲유통기한이 6개월 이상 남은 상품 ▲보관 기준이 실온 또는 상온인 제품 ▲제품명·건기식 도안 등의 표시가 기재된 상품 ▲해외 직구 혹은 구매 대행이 아닌 상품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거래 가능 플랫폼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로 한정되며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는 10회 이하, 금액은 누적 30만원 이하여야 한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쓰다 남은 연고, 파스 등 의약품 판매글이 올라오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다만 이러한 사례들은 플랫폼 자체적으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도입해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마크를 자동으로 판독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줄어든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당근마켓에 따르면 6월 20일부터 7월 19일 한 달간 당근마켓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 올라온 게시글의 97.23%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위 플랫폼들을 살펴본 결과,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판매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개봉된 제품들이었고 간혹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이나 해외 직구 제품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판매자가 직접 게시글을 올리는 방식인데다 모니터링 인력이 개봉 여부 등 가이드라인 준수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섭취 후 잔량이나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 등 가이드라인에 어긋난 판매글들./사진=오상훈 기자

◇건강기능식품, 변질 가능성 커
일반 식품과 달리 건기식은 캡슐, 정제 등의 형태로 돼 있어서 변질돼도 외관으로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떤 제품은 보관을 조금만 잘못 해도 쉽게 변질된다. 예컨대 프로바이오틱스는 균주마다 열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데 잘못 보관하면 유익균이 인체에 섭취되기도 전에 활성화돼 사멸해버린다. 비타민은 빛, 열, 습기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색과 성분이 변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연구회 오인석 회장(수지솔약국 약사)은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시키거나 조직 손상을 억제하는 항산화제”라며 “이러한 성분들은 보관 방법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데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잘못된 제품을 구매했다가 단순 돈 낭비를 넘어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오메가3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혈행 개선 효과’를 인정한 오메가3는 오일로 이루어져 있어 빛·열에 빠르게 산패된다. 오일이 산패하면 과산화물(산에 의해 과산화수소를 발생해 산화제나 표백제로 쓰임)이 생성되며, 과산화물은 체내 조직을 손상시켜 노화 촉진·각종 염증·동맥경화·암 등을 유발한다.

◇책임 소재 불분명
문제는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구매한 제품이 잘못된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건기식은 약국이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시설을 갖추고 지자체에 신고한 장소에서 판매해야 한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1차 판매자나 제조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그러나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진 이후 소비자의 잘못된 보관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건강기능식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관을 잘못한 제품을 구매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 잘못인지, 1차 판매자 잘못인지, n차 거래한 개인의 잘못인지 알기가 어렵다”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짐에 따라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기존 시스템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품질이나 위생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부정·불량식품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식약처가 원인 행위자 대상으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밝혀 규정에 따라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했고 지난 7월까지는 품질 및 위생 문제에 대한 신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마약 등 위해성분 거래 통로” 우려도
건기식 개인 간 거래는 현재 시범사업이다. 정규사업으로 전환되면 수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건기식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거래량이 증가해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니터링 인력이 수백 개씩 발생하는 거래 내역을 모두 확인하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로 중고거래 플랫폼이 마약 등 위해성분 식품 거래의 통로로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 식약처가 지난해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해외 직구 식품 중 위해성분 함유가 의심되는 제품 100개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58개 제품에서 마약류, 의약 성분, 부정 물질 등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어 국내 반입이 차단된 바 있다. 거래 가능 플랫폼에 해외 직구 영양제 판매글이 올라왔던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위해 성분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인석 회장은 “시스템을 잘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상황인데, 정규사업으로 전환돼 거래 가능 플랫폼이 많아지면 품질 문제는 물론 부당 광고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문제를 원천 차단하거나 담당 부처가 전부 책임질 수 없다면 사업을 접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규사업으로 전환될지 여부에 대해 식약처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규사업 전환 여부는 1년 간 시범사업의 성과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광학문자인식을 도입했던 것처럼 우려되는 문제들에 대한 예방책도 강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구매자는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게시글을 통해 구입하지 않는 등의 이용자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8/20/20240820019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