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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쉬어가기

스크랩 가까운 사람과 갈등 잦아진다면… "화 대신 진심을 전하세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8. 19.


한승민의 인간관계 설명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가 있다. “왜 갑자기 짜증을 내?” “왜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때도, 혹은 반대로 듣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분노를 느끼게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 그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토록 화를 억제하지 못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진 감정의 비밀을 탐구하고,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는 대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당신이 저녁 먹고 들어와도 된다고 했잖아!
먼저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한 남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회사에서 퇴근하려던 찰나에 갑작스럽게 저녁 약속이 생겨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갑자기 저녁 약속이 생겼어. 저녁 먹고 들어갈게” 아내는 기분 좋게 “그래, 밥 잘 먹고 너무 늦지 마”라며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약속을 마치고 늦지 않게 집에 들어갔지만,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남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아내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아내가 갑자기 쏘아붙였다. “지난주에도 갑자기 저녁 약속 잡지 않았어?” “이번 주 토요일도 모임 있다고 나간다며?” “당신은 맨날 밖에서 놀기만 하잖아!” 이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점점 더 큰 소리로 이어졌다. 당황한 남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까는 기분 좋게 전화했잖아. 갑자기 왜 이래?” “네가 싫어했으면 저녁 먹고 오지 않았겠지. 왜 갑자기 태도가 이랬다저랬다야?”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그러자 아내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이 상황에서 내가 화가 안 나겠어?” 이 대화는 결국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은 채 끝이 나고 말았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가까운 관계에서 갑작스러운 감정의 폭발로 다툼이 일어나는 패턴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화, 그리고 그것이 정말 화낼 일인가를 묻는 상황, 또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더 화가 나는 순간들 말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왜 이렇게까지 소리치며 화를 냈을까?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더 나은 표현 방법은 없었는지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자.

분노에는 각자의 이유가 꼭꼭 숨겨져있다
남편에게서 저녁 약속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내는 이미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후 첫째 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딸, 언제 오니?” 그러자 첫째는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늦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 왜 미리 이야기를 안 했어?” 아내가 물었지만, 딸은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엄마, 며칠 전에 말했잖아. 끊어 이따 봐.” 딸과의 통화가 끝나자 아내는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녀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을 준비하던 중, 마침 둘째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 녀석도 이미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최근 들어 자신이 가족들에게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감정에 내심 힘들어하고 있던 차에, 오늘 저녁 가족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외로움과 서운함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남편과의 큰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분노는 단순히 남편의 저녁 약속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이 오랫동안 쌓인 결과였다. 이러한 감정의 폭발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두 가지 감정을 가진다: 1차 감정과 2차 감정
우리의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1차 감정(Primary Emotion)과 2차 감정(Secondary Emotion)이다. 1차 감정이란 특정 상황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말하며, 이는 우리의 진심 어린 내면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기쁨, 행복,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나 두려움, 외로움, 상실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1차 감정에 속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의 내면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2차 감정은 1차 감정 뒤에 이어지는 감정으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아닌 가공된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부정적인 1차 감정에 대한 방어기제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화나 분노와 같은 형태로 표현된다. 즉, 2차 감정은 1차 감정을 숨기고 방어하려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반응인 셈이다.

우리가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려는 이유는, 관계를 손상시키는 대화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이 두 감정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진정으로 중요한 1차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2차 감정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솔한 감정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근본적인 1차 감정을 드러내야 하지만, 2차 감정이 그 과정을 방해한다. 앞서 언급한 아내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표현 방식은 따로 있다
아내가 이날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요즘 가족들에게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인한 고통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버려졌다는 느낌에 상처받았고, 그로 인해 더욱 힘들어졌다는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외로움, 상실감, 그리고 가족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바로 아내의 1차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솔직한 감정들이 남편에게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남편이 느낀 것은 아내의 분노뿐이었다. 그는 아내가 단지 자신이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온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받아들였고, ‘이 정도로 화를 낼 일인가?’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화는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감정일 뿐, 가깝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중요한 것은 바로 앞서 말한 1차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당신도 그렇고 아이들도 나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그래서 요즘 굉장히 외롭고, 마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많이 힘들어. 당신이 좀 더 나에게 신경 써주고, 내 옆에 더 있어줬으면 좋겠어.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 행복할 것 같아”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면, 남편은 아내가 요즘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앞으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진심이 통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2차 감정은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지만, 1차 감정의 표현은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많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바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상대방이 해주지 못할 때 우리는 실망하고 화가 나지만, 이 화가 우리의 중요한 감정을 가리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기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더 진솔하게 표현해보자. 감정 표현의 방식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소중한 이들과의 다툼이 줄어들고,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8/16/2024081600712.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