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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건강정보

스크랩 ‘소변 줄기세포’ 보관하라던데… 전문가 의견, “왜? 굳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8. 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 김모(60)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소변 줄기세포 저장 탱크 업체에 고객들을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씨도 솔깃했지만 ‘소변 유래 줄기세포’라는 게 정말 있는 건지, 믿을 만한 업체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소변에서 ‘중간엽 줄기세포’ 채취 가능
줄기세포는 ▲제대혈(출산 시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 ▲골수 ▲지방 등 몸 곳곳에서 채취할 수 있다. 이들 조직에서 채취되는 줄기세포를 통들어 중간엽줄기세포라 한다. 같은 중간엽줄기세포라도 어디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뼈·연골·지방·피부·신경 등 다른 조직으로의 분화 능력이 다르다. 예컨대 지방 유래 줄기세포는 골수 유래 줄기세포에 비해서는 뼈 형성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제대혈 줄기세포는 뼈 형성 능력이 뛰어나 무릎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채취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출산 시에만 채취할 수 있어 시간·물리적 제약이 크다. 지방 줄기세포는 엉덩이나 복부에, 골수 줄기세포는 엉덩이뼈나 대퇴골두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어야 해 환자에게 부담이다.

줄기세포를 쉽게 채취할 방법을 찾던 학자들은 ‘소변’으로 눈을 돌렸다. 소변에 섞여 나오는 세포 일부가 중간엽 줄기세포 특성을 보인다는 논문들이 2019년 무렵 발표됐다. 소변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수분을 제외한 소변 속 물질들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침전물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소변을 누기만 하면 돼 주삿바늘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언제든지 채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골수·지방 줄기세포보다 뛰어난 점 없어
간편하게 채취할 수 있는데, 어째서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걸까. 전문가들이 본 소변 줄기세포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첫째로, 소변 줄기세포는 말만 새로울 뿐 결국 ‘중간엽줄기세포’다. 중간엽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20년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가 신체 모든 부위로 분화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미 태어난 사람에게서 얻은 중간엽줄기세포는 일부 신체 부위로만 분화할 수 있어서다. 채취 부위에 따라 분화 능력도 편차가 크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신근유 교수는 “중간엽줄기세포의 이러한 한계점은 소변 줄기세포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채취가 쉽다는 걸 빼면 제대혈·골수·지방 등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보다 뛰어나지 않다.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조쌍구 교수는 “제대혈·지방·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보다 기능이나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양이 떨어진다”며 “경제성과 효능 측면에서 소변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워, 현재 연구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현재는 소변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한 상태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 류지현 교수는 “소변 줄기세포로 형성할 수 있는 조직은 지방·골수 등 다른 줄기세포로도 형성할 수 있는 데다가, 소변 줄기세포의 뼈·연골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본 소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어려워”
치료제를 개발함으로써 ‘연구’에서 ‘산업’ 분야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게 마지막 이유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려면 재료로 들어간 줄기세포들이 ‘표준화’돼야 한다. 줄기세포는 유래한 신체 부위에 따라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또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배양을 통해 충분한 양을 확보해야 한다. 종합하면, 어디서 떨어져나온 줄기세포인지 파악하고, 유래와 특성이 같은 것들을 정제해 배양해야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신근유 교수는 “유래도 정체도 명확하지 않으나 치료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을 수는 없다”며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려면 소변 속 줄기세포들의 출처와 작용 기전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비롯한 소변 속 세포들의 기원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소변이 콩팥, 방광, 요로 등 다양한 기관을 거쳐서 몸 밖으로 나오는 동안 이중 어느 곳에서라도 세포가 떨어져나올 수 있어서다. 주지현 교수는 “지방 줄기세포는 지방, 골수 줄기세포는 골수로 출처가 일정하다”며 “그러나 콩팥, 요관, 방광 등 여러 기관을 거치는 소변 특성상 소변 줄기세포도 출처가 제각각이고, 출처마다 생물학적 특성이 조금씩 다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쌍구 교수 역시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으나 소변에서 얻은 줄기세포들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양도 적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래가 같은 줄기세포들을 일정량 확보하기 어렵다면, 하나의 줄기세포를 계속 배양해서 양을 늘림으로써 표준화하면 안 될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지현 교수는 “줄기세포를 무한정 배양할 수는 없다”며 “계속 배양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줄기세포 성능이 점차 떨어진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가 새로운 산업 분야의 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도 줄기세포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술비 요구는 불법… 인체 실험도 거의 없어
병·의원에선 환자 본인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무릎 등 아픈 곳에 투여하는 시술을 일부 시행한다. 소변 줄기세포도 시술에 활용할 수 있을까? 시술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비용을 청구하는 건 불법이다. 의료법 제53조 신의료기술의 평가 조항에 따라 병·의원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시술에 대해서만 환자에게 치료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시술법에 관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문헌을 평가한 후,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될 때만 신의료기술로 인정한다. 현재(8일 기준) 인정된 줄기세포 관련 신의료기술들에서는 골수·지방·태반(제대혈) 줄기세포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소변 줄기세포의 효과를 입증한 실험도 없다. 주지현 교수는 “소변 줄기세포 치료 효과에 대한 실험은 콩팥 기능 저하, 절박뇨, 만성 방광염 등 비뇨기계 질환과 관련해 동물 모델에서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8/09/20240809008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