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주변에 미군이 많았다. 그곳이 부평인지 원효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미군이 지나가면 “기브미 쪼코렛”을 외치던 시절이었다. 주머니에서 사탕이나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나누어 주었는데 동내 형들에게 밀려 못 받았다. 입이 댓 발 나왔는데 그걸 본 지나가던 어른이 “기브미 쪼코렜 니그로” 하면 틀림없이 준다고 하였다. 며칠 후 기회가 왔다. 문밖을 나가려는 데 미군이 지나갔다. 배운 대로 기브미 쪼코렛 니그로 하니 그 미군이 갑자기 돌아서면서 어흥 하면서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이제까지 본 표정 중에서 제일 무서운 표정이었다. 얼른 뒤돌아 집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잠시 후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큰누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난 큰누나 치마 뒤에 숨었는데 그 미군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국말로 “니그로 하면 안돼요!” 하면서 손에든 엿을 주었다. 그 당시에는 엿장수가 많았다. 큰누나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큰누나가 너 만약 흑인 아저씨한테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후 난 그 미군과 친구가 되었다. 지나가다 나한테만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었다. 그리고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둘 다 어리삐리 한 한국말로 나한테 친구라고 불러서 친구로 안다. (C 레이션?) 도 한번 받았다.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각종 통조림이 든 미군 전투식량이다. 아무튼 그 친구? 가 지나가는 시간이면 밖에서 기다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제과업을 하시던 아버지 따라 이사가 잦았는데 이사 할 때 많이 울었다. 친구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아니 주소하고 이름 써 달라고 할 걸 나중에 찾아간다고 생존해 계시는지 모르겠다. 살아계시면 90살은 족히 넘으셨는데~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 > 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황당한 이야기 당황한 이야기 3. (0) | 2024.03.15 |
---|---|
스크랩 천일염(天日鹽), 토판염(土版鹽) (0) | 2024.03.13 |
스크랩 죽마고우 만진이 (0) | 2024.03.08 |
스크랩 양생법과 기허증 (0) | 2024.03.08 |
스크랩 황당한 이야기 당황한 이야기 1. (0) | 2024.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