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정물> 53x53cm Acrylic on canvas 2022
암은 소모성 질환입니다.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먹어야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암 환자야말로 이 말이 더욱 절실합니다. 항암 치료를 할 땐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암에 가장 나쁜 것은 편식과 금식입니다. 경우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식을 시킬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잘 먹어야 합니다. “잘 먹으면 안 된다. 특히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고기의 영양분이 몽땅 암세포로 간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풍문인데 이는 잘못된 믿음입니다. 잘못된 믿음을 갖고 환자들은 소식하거나 최대한 음식에 제한을 두는데, 그런 환자들은 결과적으로 굶어죽습니다. 세포가 아사 상태가 될 때까지 식사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채식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과식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과식은 곤란합니다. 그러나 실제 암 환자 중에서 과식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입맛이 사라져서, 과식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음식을 입에 달고 사세요.” 이렇게 말할 정도로 하루 종일 먹는 게 좋습니다. 음식 공급이 일순위이기 때문입니다. 소화가 되면 먹습니다. 소화가 안 되면 소화가 될 만한 음식으로 먹습니다. 의지적으로 먹는다고 할 정도로 잘 먹어야 삽니다. “자꾸 토하는데 먹어도 되나요? 역류한 위액 때문에 몸이 상하면 어떡해요?” “토하더라도 드십시오. 토하더라도 10분의 2나 10분의 3은 흡수됐을 것이고, 그렇게라도 흡수를 해야 합니다.” 환자와 보호자는 토하는 것을 크게 걱정합니다. 하지만 토하더라도 남은 음식이 쓰임 받을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암 환자가 지켜야 할 두 가지 식사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쉬지 않고 먹는 것입니다. 아침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침을 덜 먹었다면 점심을 많이 먹으면 됩니다. 한 끼를 덜 먹었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입맛이 돌아왔을 때 다음 끼를 든든하게 드세요. 다만 전체적인 양이 적다면 간식으로 보충을 해서라도 양을 채웁니다. 두 번째 원칙은 숟가락을 놓고 싶을 때 한 숟가락을 더 먹는 것입니다. 평소보다 식탐을 내서 많이 먹습니다. 암 환자들은 냄새에 민감합니다. 음식 냄새가 아니더라도 병실 냄새, 베개 냄새, 사람 냄새 등으로 속이 늘 니글니글하고 매슥거립니다. 조미료라든지 천연 맛을 내는 것으로 느끼한 냄새를 없앤 요리가 필요합니다. 고추장처럼 매콤한 음식도 입맛을 돌아오게 합니다. 보통 병원에서는 고추장을 먹지 말라고 하지만 한두 젓가락 집어 먹는 것까지 말리지는 않습니다. 흰 밀가루, 쌀, 조미료, 흰 설탕, 소금은 조심해야 하는 백색식품입니다. 그러나 입맛을 돌리는 데 우동 한 젓가락을 먹어야겠다면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심은 하되 적절히 배분해서 먹으면 됩니다. 병원식은 밍밍하고 자극이 없어서 환자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병원식을 잘 먹기 위해 몇 가지 짭짤하거나 새콤한 밑반찬을 준비하는 것도 지혜입니다. 평소에 먹고 입맛이 돌았던 적이 있는 음식이 있다면 무조건 드세요. 우스갯소리지만 환자들 사이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옆 환자가 먹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 병원에서 수술 의사로 근무할 때 한 할아버지 환자가 설움을 폭발시킨 적이 있습니다. 반찬이 나왔는데 당신 식사의 장조림에는 고기 없이 마늘만 있었는데, 옆 환자에게는 고기가 네 개가 있었다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그것이 먹고 싶었던 겁니다. 이때는 보호자가 “제가 고기 달라고 할게요”하면서 환자를 다독이고 얼른 가서 장조림을 한 접시 더 받아오는 것이 지혜입니다. 아프고 나이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환자 자신이 성숙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보호자가 각별히 더 잘 챙겨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겁니다. 보호자는 평소 환자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꼭 물어보세요. 환자가 좋아하는 밑반찬을 한두 가지 늘 준비하는 것이 의지적으로 먹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고통스럽지만 먹어야 삽니다. 당신이 한 입이라도 더 드시면 좋겠습니다. 사랑과 축복을 보냅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2/28/2024022802609.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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