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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스크랩 '안경'만 쓰면 화면 안보고 수술… 의료용 글라스 ‘스코프아이’ 30개국 수출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2. 22.

스코프아이./사진=이슬비 기자

의사가 수술할 때 가장 많이 반복하는 자세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도리도리'다. 1940년대 전후로 우리나라에 내시경이 들어온 후, 수술실에는 빠르게 모니터가 자리 잡았다. 내시경으로 몸속에 카메라를 집어넣고, 카메라 화면을 모니터로 확인해 수술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사들은 카메라 화면을 보다가 실제 수술하고 있는 환부를 보는 등 반복해서 고개를 흔들게 됐다. 8시간 이상 긴 수술에서는 의사들이 불편한 것은 물론, 수술의 정확도까지 떨어지는 실정인 것. 해결책을 우리나라 헬스케업 스타트업이 냈다. 의료용 AR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솔루션 전문기업 메디씽큐가 의료용 스마트 글라스인 스코프아이(SCOPEYE) 상용화에 성공했다.

실제로 착용해 보자, 완전히 눈에 붙지 않고 코끝 위치에 있는 안경 두 알에 화면이 떠 있었다. 내시경 화면이 3D로 구현돼 보였고, MRI 등 필요한 자료로 화면을 바꿀 수도 있었다. 화면이 살짝 떨어져 있어 주변도 매우 잘 보였다. 옆사람이 건네주는 물건을 쉽게 받을 수 있었고, 눈동자만 움직여 환부가 있을 법한 위치를 포함해 사방을 다 볼 수 있었다. 머리에 썼는데도,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메디씽큐 관계자에 물어보니 약 500g도 되지 않았다. 메디씽큐 임승준 대표는 "한 의사는 이 기기를 차고 실제로 12시간 수술을 잘 끝내기도 했다"고 했다.

이미 글로벌에선 메디씽큐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글로벌 최대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은 지난 1월 메디씽큐 스코프아이의 미국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씽큐 임승준 대표​./사진=벤처블릭 제공

◇스코프아이, 올해 제대로 글로벌 시장 진입
20일 글로벌 헬스케어 육성 전문기업 벤처블릭과 메디씽큐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헬스케업 육성 프로그램과 국내 성과를 발표했다. 임 대표는 "벤처블릭의 지원으로 올해 2월 다국적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JLK 테크놀로지로부터 210만 달러(한화 약 28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며 "메드트로닉 미국 본사와 미국 전 지역 독점 유통 계약도 체결해, 글로벌 진출로 매출 성장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메드트로닉과의 계약은 지난 1년간 미국 병원 100여곳에서 현지 의사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확인된 긍정적인 피드백과 평가를 바탕으로 체결됐다. 지난해 7월에는 메드트로닉 일본과 세일즈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해, 미국과 일본 시장 모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스코프아이는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해 30개국, 60개 이상의 병원으로 수출돼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 등 5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올해 10배 정도 성장해 약 100~13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코프아이는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의료진이 기존에 사용하던 모든 종류의 내시경, 의료용 네비게이션, 씨암(C-Arm) 등 영상 의료기기를 연결해 고화질 2D, 3D 영상을 무선으로 볼 수있는 의료용 글라스다. 임대표는 "쓰고 있어도 바깥이 잘 보여 편안하게 눈동자만 올렸다 내리면서 수술을 하면 된다"며 "의료용 장비라 화질, 해상도는 물론 좋고, 지연도 0.07초까지 줄였다"고 했다. 이어 "주변이 잘 보여 스코프아이를 장시간 쓰고도 멀미를 느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스코프아이./사진=이슬비 기자

◇세계 최초 웨어러블 현미경도 출시 준비 중
메디씽큐는 신규 시장 진출 계획도 발표했다. 스코프아이와 기존 2D현미경에 광학 솔루션 모듈을 연동해 3D현미경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인 '메타스코프'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 웨어러블 현미경이다. 사용자는 고가의 3D 현미경 장비를 새로 구매하지 않고도 2D 이미지를 3D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메디씽큐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광학 솔루션 회사와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4분기 출시 예정이다.

한편, 메디씽큐의 글로벌 진출 시작엔 벤처블릭의 도웁이 있었다. 메디씽큐는 벤처블릭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육성 프로그램 '슈퍼 인큐베이터' 성장 단계(Growth-Stage)에서 지원받고 있는 국내 1호 기업이다. 벤처블릭 이희열 대표는 "메드테크(MedTech) 혁신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인은 ▲시장 니즈 초기 단계 파악 ▲즉시 활용 가능한 리소스와 전문 지식 ▲빠른 시장 진입과 확산"이라며 "벤처블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맞춤 원스톱 솔루션 '슈퍼 인큐베이터'로 메디씽큐처럼 앞으로도 국내 헬스케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2/21/20240221010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