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폐암

스크랩 진짜 전쟁 시작… 폐암 신약 ‘렉라자vs타그리소’, 명의의 선택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12. 7.

3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인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모두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에 성공했다. 다수의 폐암 명의는 뇌전이가 두드러진 환자에겐 렉라자를, 부작용 우려가 큰 환자에겐 타그리소를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유한양행,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최근 폐암 환자들의 오랜 소원이 이뤄졌다. 3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인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니팁)'가 1차 치료제 보험급여 약가 협상을 완료, 사실상 보험급여 적용이 확정된 것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만 통과하면, 폐암 환자들은 내년 1월부터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를 치료비용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둘 중 어떤 약을 사용하는 게 좋으냐'는 문제가 남았다. 둘 다 최신 폐암치료제라 할 수 있는 3세대 표적항암치료제이지만, 같은 약은 아니다. 폐암 명의들은 렉라자와 타그리소 중 어떤 약을 선택할까? 헬스조선이 직접 물었다.


◇첫 치료제로 3세대 약 선택은 대세… 렉라자·타그리소 '적극 고려'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1세대 치료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와 2세대 치료제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을 사용하다 내성이 생기면, 선택하는 세 번째 선택지로 사용돼왔다. 1, 2세대 치료제는 보통 12~18개월 정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3세대 치료제 역시 18~20개월 정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눈에 띄는 4세대 폐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3세대 치료를 사용했다가 내성이 생기면, 마땅한 답이 없다.


그럼에도 모든 폐암 명의들은 폐암 환자의 첫 번째 치료제로 3세대 치료제인 렉라자 또는 타그리소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3세대 치료제는 일찍 사용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철 교수는 "3세대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하는 건, 전 세계 폐암치료의 표준지침이다"며 "그만큼 3세대 약은 일찍 사용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근거가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폐암은 진단 당시부터 뇌전이가 함께 발견되는 일이 많다"며 "3세대 치료제는 뇌전이에도 효과가 좋아 첫 치료부터 3세대를 선택하는 게 환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도 "운 좋게 기존 1, 2세대 약의 효과가 좋아 내성이 생길 때까지 사용하고, 내성이 생긴 다음에야 3세대 약을 사용해 오랫동안 치료약의 혜택을 보는 경우도 물론 있다"며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3세대 약을 첫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가 1, 2세대 약을 먼저 사용하는 것보다 평균 수명 연장 측면 등에서 이득이 크다"고 했다.


일부 환자는 손해를 보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재철 교수는 "3세대 폐암치료제는 기존 1, 2세대 약을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겼을 때, T790M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사용하는 약이다"며 "T790M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1, 2세대 치료제 내성이 생긴 환자의 30~40% 정도이기에, 1,2차 치료제에 내성(T790M)이 없는 60~70% 환자는 3차 치료제를 미리 써서 약간의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앞선 연구들을 보면, 3세대 치료제를 첫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이는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이와 종류도 다르고 더 까다롭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까다로운 변이'라는 건 다음 치료약의 선택이 더 어려워진단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민감 고령자엔 '타그리소'-뇌전이 심한 환자엔 '렉라자'


그렇다면 폐암 명의가 선택하는 첫 번째 약은 무엇일까? 부작용에 민감한 고령자에겐 타그리소를, 뇌전이가 심각한 경우엔 렉라자를 선택하겠단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강진형 교수는 "두 약제는 효과는 비슷하나 기전이 완전히 달라, 사용하는 환자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렉라자는 임상시험에서 뇌전이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이 타그리소보다 약 3개월 긴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사용해보면 발 저림 등 의사와 환자를 모두 불편케 하는 말초신경계 부작용이 있다"며 "반면, 타그리소는 말초신경부작용 등은 보고되지 않지만, 드물게 심장독성이 보고된다"고 했다. 강 교수는 "부작용과 효과를 모두 고려할 때 진단 당시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겐 렉라자를, 고령이라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겐 타그리소 처방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철 교수는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모두 장단점이 있기에 부작용을 고려해 약을 처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렉라자는 손발 저림이나 쥐가 나는 등 말초신경 부작용이 있고, 타그리소는 렉라자보다 심장독성 관련 보고가 조금 더 많이 확인된다"며 "뇌전이가 있거나 심장질환 관련 우려가 있다면 렉라자를, 말초신경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엔 타그리소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진석 교수는 "환자가 가진 변이 종류와 부작용을 고려해 처방할 예정이다"고 했다. 안 교수는 "타그리소는 임상데이터가 풍부하고, 부작용 측면에서 렉라자보다 보고가 적다"며 "그러나 L858R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선 약효가 다소 떨어지고, 심장 독성 관련 부작용이 보고된다"고 했다. 그는 "두 치료제 다 국내에서 처방경험이 충분히 쌓인 상태이기에 환자의 상황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렉라자가 한국인 임상시험 데이터가 풍부한 약이라해도, 아직은 타그리소를 우선 고려하겠단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A 교수는 "렉라자가 아시아인에게 적합하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지만, 아직 처방 기준으로 삼기에는 성급하다"며, "렉라자 임상에 한국인 등 아시아인이 많이 참여하긴 했으나, 실제 환자들에게 사용한 결과는 2, 3년 정도 지켜봐야 적합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뇌전이 치료 측면에서도 렉라자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A씨는 "뇌전이 폐암환자에서 어느 약물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마찬가지"라며 "실제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준혁 교수도 "기존 임상데이터만으로는 한국인에게 렉라자가 더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두 가지 경쟁 치료제 중 실제 한국 등 아시아인에게 더 효과가 좋은 약은 실제 환자들이 사용해본 이후에 알 수 있다"며 "렉라자는 중추신경계에 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의 경우, 우선 적용이 가능한 정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교차 투여가 불가능하다. 치료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치료제 변경이 가능하고 보험급여 적용도 계속되지만, 단순히 치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거나 다른 약도 사용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약을 변경하면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2/06/2023120602302.html
 

출처: 암정복 그날까지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