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날씨가 추워지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우리 몸이 피부를 통한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심박 수와 혈압이 상승하는데 혈관 내벽에서 떨어져 나온 혈전이 혈관을 막거나 혈관 자체가 터져버리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건 뇌졸중이다. 사망률이 매우 높고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아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서다. 뇌졸중은 무증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혈관이 99% 좁아져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설사 막혀도 운동 신경이 없는 곳이라면 환자가 의식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뇌졸중의 치료, 예방에 대해 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에게 물었다.
-뇌졸중 골든타임은 어떻게 되나?
1995년경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의 임상시험이 성공했다. 3시간 이내에 적용해야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2007년에는 4.5시간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뇌졸중 발생 후 24시간이 지나도 혈전제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생겼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시간 내에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면 안 한 것보다는 낫다 정도다. 뇌졸중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치료까지 1시간이 걸렸는지, 3시간, 4.5시간이 걸렸는지에 따라 예후는 천차만별이다.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면 어떤 조치가 취해지나?
간단한 병력 청취를 통해 뇌졸중인지 확인한다. 그런 다음 출혈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CT실로 이동한다. CT를 찍으면서 심전도, 혈액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들이 이뤄진다. 의료진이 CT 결과를 받아 뇌경색인지, 뇌출혈인지 판단하기까지 평균 20분이 소요된다. 뇌출혈이라면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외과나 신경외과 교수한테 연락이 간다. 출혈이 없다면 뇌경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증도를 평가한 다음 혈전용해제나 혈전제거술을 적용한다.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
우리나라에선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와 혈전용해제를 투입받기까지 40~50분이 소요된다. 섬 지역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유럽이 평균 1시간 반, 인도는 2시간 이상 걸린다. 미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80% 이상의 환자들을 1시간 이내에 치료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병원에 속한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차이는 무엇인가?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는 것이고 뇌출혈은 터지는 것이다. 전체 뇌졸중 환자 중 뇌경색이 80%, 뇌출혈이 20%를 차지한다.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는 원인에 따라 구분한다. 동맥경화증, 콜레스테롤 등의 원인으로 큰 혈관이 막히는 환자가 약 30%, 고혈압 등 혈압 문제로 작은 혈관이 막히는 환자가 또 30%, 부정맥, 심장 판막질환에 의한 혈전 때문에 뇌혈관이 막히는 환자가 30%라 볼 수 있다. 나머지는 유전질환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뇌출혈은 혈관이 터지는 위치에 따라 구분한다. 동맥류 등 큰 혈관이 터지면 혈액이 뇌 지주막 아래쪽에 고이므로 지주막하출혈이라 부른다. 절반가량은 사망하기 때문에 예후가 안 좋다고 볼 수 있다. 작은 혈관이 터지면 혈액이 뇌 실질 안에 고이기 때문에 뇌내출혈이라고 부른다. 뇌혈관에 문제가 없다면 교통사고 등에 의한 외상성 뇌출혈 가능성이 높다.
-뇌졸중 종류에 따른 치료 옵션이 다른가?
혈전용해제와 혈전제거술은 뇌경색에만 적용한다. 뇌출혈은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혈액이 고이면 멀쩡한 뇌 조직을 압박하기 때문에 머리뼈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고 관을 넣어서 혈액을 흡입한다. 혈액의 양이 너무 많으면 머리를 절개해 혈액을 제거하기도 한다. 뇌 척수액이 잘 순환하게끔 뇌압을 빼주는 시술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조치들이 있다.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발전한 게 혈전제거술이다. 골든타임을 지났다고 하더라도 시행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는 보고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이다. 뇌경색 환자의 20%에서 심방세동이 관찰되는데 며칠에 한 번씩 나타나는 경우 감별하는 게 어렵다. 온종일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의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 뇌졸중의 치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약제의 발전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항응고제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새로 개발된 약들은 먹기도 편하고 모니터링의 중요성도 적다.
-뇌졸중은 재발률이 높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어떤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국내 환자는 병원을 잘 다니면 급성기 치료 후 1년 내에 약 5%가 재발한다. 그 다음 해에는 2.5% 정도가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심방세동이 있다면 재발률은 두배 가량 높아진다. 국내 다른 관찰 연구나 해외 데이터를 보면 병원에 잘 다니지 않거나 치료를 안 받는 경우 재발률은 30~300%까지 증가한다.
-후유증이 남는 비율은 어떤가?
전국 데이터를 보면 1000명 중 40%는 아무런 신체적 후유증도 없다. 20~30%는 자유롭게 걸을 수는 있지만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이 남고 10~20%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가 15% 정도 나머지 5%는 사망한다. 신체적인 장애가 심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은 처음부터 뇌졸중이 심하게 왔다기보다는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뇌졸중은 급성기 치료 후 2차 예방이 중요하다.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약물 치료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따라 입원인지 외래인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다음이 생활습관이다. 술·담배 금지하고 적절한 운동, 음식 섭취 등인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뇌졸중을 의심하고 빠르게 119에 신고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뇌졸중 환자의 절반은 편마비를 겪는다. 한쪽 뇌 손상으로 반대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것이다. 의식이 쳐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도 많다. 말이 어눌해지는 건 크게 두 가지인데 발음이 잘 안 되는 경우와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경우다. 모든 경우가 위급하지만 언어중추가 망가져 말을 못하는 환자가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병원으로 이동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스스로 운전해서 응급실에 방문하면 안 된다. 증상이 미미하더라도 갑자기 편마비가 오면 한 쪽의 시야장애가 생길 수 있다. 사고로 외상에 의한 뇌출혈까지 겹치면 부검해도 결과도 안 나온다.
-뇌졸중이 무증상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없나?
건강검진에서 뇌 MRI를 찍었더니 뇌졸중에 의한 병변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뇌졸중 발생 확률이 높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뇌졸중에 준하는 치료를 적용해야 할 때도 있다. 크게 세 가지인데, 먼저 뇌졸중이 이미 지나간 경우다. 환자는 기억을 못하지만 운동 신경이 지나가지 않는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 증상이 살짝 생겼다가 없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뇌혈관이 많이 안 좋은 경우다. 혈관이 많이 좁아져 있다든지 동맥류가 발견된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일시적으로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졸중 증상이 찾아왔다가 몇 시간 후에 다시 괜찮아지는 경우다. 뇌졸중 예고편에 해당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뇌졸중 원인은 무엇인가?
고혈압이다. 뇌졸중 환자의 80~90%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인구집단기여위험도라는 개념이 있다. 뇌졸중 환자 100명 중 고혈압 환자 85명, 당뇨병 환자 30명, 고지혈증 40명, 심방세동 20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각 질환이 뇌졸중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고혈압은 최소 50%다. 이말인 즉슨, 고혈압만 완벽하게 컨트롤 하면 뇌졸중 환자 100명 생길 걸 50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혈압 관리는 필수다. 혈압이 높은데 혈압약은 안 먹고 근거 없는 아스피린을 먹으려고 한다면 주변인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고혈압 다음으로는 심방세동,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영향을 끼친다.
-뇌졸중 발병이나 재발을 막으려면 운동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뇌졸중과 재발 예방에 운동이 좋은 건 맞다. 그런데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 뇌졸중 위험이 높은 사람은 대개 혈관이 안 좋은데 과하게 운동하면 뇌졸중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걷기 운동을 한다면 남성은 1만2000보, 여성은 7000보만 걸어도 충분하다. 운동 시간도 2시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같은 이유로 사우나, 반신욕 등도 오래 하면 안 된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1/08/20231108009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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