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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수술실 CCTV 의무화 코앞… 환자·의사 모두 반대한다고?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9. 21.

사진=연합뉴스

오는 25일부터 수술실 CCTV(폐쇄회로) 설치가 의무화된다. 2021년 8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2년 만이다. 이제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촬영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 의사단체는 물론 환자단체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환자단체 “예외 조항 많은데 영상 열람도 까다롭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운영기준(가이드라인)’을 의료기관에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다음 6가지 상황에서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수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술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한 경우 등이다.

예외 조항이 많은데다가 환자가 직접 CCTV촬영을 해달라는 신청을 의료진에게 해야 하고, 의료진이 이에 동의를 해야 하며, 수술실 CCTV촬영을 했어도 열람을 하려면 절차가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환자단체의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말은 의무지만 결국 환자가 신청을 해야 촬영이 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비치거나 치료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또 소송이나 조정 신청을 해야 CCTV를 열람할 수 있고 영상 보관 기간도 30일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열심히 수술해도 의료과실로 비칠 우려” 헌법소원
의사단체는 기존 입장을 통해 최후의 저항을 펼치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조항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CCTV 촬영은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수술 중 파악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의료과실로 잘못 비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등은 수술실 녹화가 결국 의료 질을 저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술실 녹화가 방어 진료를 조장하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화 할 거란 전망에서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는 전공의 지원자가 매년 정원에 미달하면서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필수의료는 특성상 수술이 많은데 CCTV 의무화까지 더해지면 ‘외과의사 기피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 늘어날까? 법조계도 의견 갈려
한편, CCTV 설치로 소송이 증가할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먼저 수술 결과 등에 불만을 품은 환자들이 영상을 한 번 보자며 소송을 제기해 의료소송이 증가할 거란 전망이 있다.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 했음에도 수술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로 인한 고소가 의료 소송의 90% 이상”이라며 “물론 CCTV가 실제 의료사고와 대리수술 등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입법만능주의로 인해 소송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CCTV로 인해 시시각각 증거가 쌓이고 있으므로 오히려 분쟁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그동안 기록이나 음성 녹음이 없는 의료 사고의 입증 책임이 모두 환자에게 있어서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CCTV 설치를 정답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의료계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은 혼란, 기기 오작동이라도 하면…
위와 같은 첨예한 논란은 사실 입법 전부터 진행돼왔다. 현장은 어쩔 수 없이 법 시행에 대비하면서도 내심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관절병원 관계자는 “지난 7월 CCTV 설치 공사를 완료했지만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영상이 훼손됐을 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기 오작동이나 촬영 시 실수가 없도록 의료기관의 장이 관리 의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CCTV 설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바로 벌금을 부과하는 건 아니고 보건소에서 먼저 시정명령을 보낸다”고 말했다.

영세한 병원은 비용도 고민거리다. CCTV 설치비용은 정부, 지자체, 병원이 함께 부담한다. 그런데 기기 관리 및 영상 보관 등 추가비용에 대한 지원은 없다. 인력도 문제다. 대학병원은 관리 담당자를 따로 두겠지만 의원급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대신할 수밖에 없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여러 의원이 비용은 물론 인력, 해킹까지 우려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특히 수술을 해야 이익이 생기는 외과의원은 수술실 CCTV로 인한 소송 등으로 수술실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9/20/20230920028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