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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유에 도움/암 대체,보완요법

병난 데 병 주면 낫는다… [이거레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4. 1.

병 유발 원재료를 처방하는 동종요법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보완·대체의학 중 하나다. 극도로 희석된 약을 사용해 안전에 위해를 주진 않지만,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A씨는 최근 인도를 방문했다가 배탈이 났다. 현지 약국에서 증상을 설명하고 받아온 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 문의해 다시 작은 동네 약국에서 약을 받아왔고, 이번엔 신기하게도 증상이 완화됐다. 이 작은 약국에선 동종요법(Homeopathy)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이론을 설명하며 똑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물질을 약이라고 지어줬다. 동종요법은 병을 일으키는 원재료의 농도를 낮춰 섭취해 체내 생리 작용을 끌어올려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 볼수 없는 동종요법은 200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으로, 실제로 전 세계 인구 중 5억 명 이상이 동종요법으로 치료받았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여행을 갔거나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을 방문했을 때 현지 의료 서비스에서 A씨처럼 직접 접할 수 있을 만큼 흔하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동종요법 시장 규모는 더욱 커져 해외여행을 갔을 때 접하게 될 가능성은 더 올라갔다. 실제로 동종요법 시장은  2020년 기준 62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약 197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Precedence Search) 한국동종의학연구원 김영구 원장은(영보의원 원장) "프랑스 개업의 중 약 30%, 독일 개업의의 약 20%, 영국 개업의의 약 40%가 동종요법 치료자에게 환자를 의뢰한 적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도에서는 우리나라 한의대처럼 동종요법 의학자를 양성하는 5.5~6년제 대학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병을 유발하는 재료를 처방하는 동종요법, 받아도 되는 걸까?

 



◇똑같은 증상 유발하는 원재료로 치료
동종요법은 그리스어 '유사(Homoios)'와 '질병(Pathos)'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환자가 앓고 있는 병과 비슷한 병을 가볍게 앓게 하는 약을 주는 의학이라는 뜻이다. 이열치열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동종요법 학자들은 약으로 유발된 자극이 우리 몸의 반작용을 유발해 치유 반응을 끌어 낸다고 설명한다. 1796년 독일 의사 사무엘 하네만(Hahnemann)이 최초로 소개한 이론으로, 하네만은 남미와 유럽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던 킹코나 껍질(Chinchona Bark)을 건강한 사람에게 쓰면 오히려 말라리아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동종요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럽 전체로 해당 이론이 보급된 후 미국, 중남미, 러시아, 인도 등지로 퍼졌다.

◇극도로 희석된 약… 안전성 걱정은 없어
실제 해외에서 아파 동종요법을 접했더라도, 안전성을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동종 요법의 또 다른 핵심은 극도로 '희석'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종약은 몸의 반응만 유도하면 되므로 원액을 수십에서 수백 번 희석하고 진탕하는 과정을 겪는다. 역동화(dynamization)라고 부르는 작업으로, 약을 희석한 후 세게 흔들면 물질의 독성은 제거되고 물질 안에 있는 치유 에너지는 활성화된다고 설명한다. 수십에서 수백 번 희석되다 보니, 화학적 분석으로 원액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김영구 원장은 "희석과 진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물 등 용액이 원료의 정보를 기억한다는 가설로 설명되기도 한다"며 "원료 물질 용량이 매우 적기도 하고, 같은 증상을 보여도 환자 특성에 따라 처방 질환이 달라지기도 해 기전과 효과를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동종요법이 부작용을 유발하지는 않으며 희석률이 높아 안전하다"며 "동종요법만 받는 건 위험할 수 있으므로 기존 치료를 중단해선 안 된다"고 했다. 동종요법은 현대 의학을 돕는 보완의학으로, 실제로 가장 동종요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도에서도 동종요법과 현대의학이 병용돼서 함께 사용되고 있다.

한편, 동종요법 약으로는 할미꽃, 석송, 측백나무 등 식물부터 꿀벌, 거미, 뱀 등 동물, 금, 은, 동, 철 등 광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결핵환자의 고름, 암 환자 암 조직으로 약을 만들기도 한다. 상품화된 약의 종류는 약 3500종 이상이며, 그중 100~200가지가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오히려 효과 없다는 논란 커
높은 희석률 때문에 오히려 효과가 있냐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데, 이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는 위약 효과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모이고 있다. 1997년 란셋에는 185개 동종요법에 대한 임상시험 중 분석이 가능한 89개를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 동종요법 임상효과가 순전히 위약효과는 아니며, 실제로 치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그러나 이후 2005년 메타분석을 통해서 동종요법의 효능이 위약 효과에 불과하다는 반박 논문이 다시 란셋에 게재됐다. 2015년 호주 국립 건강 의료 심의회(NHMRC)는 동종요법이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2019년 유럽과학자문위원회(EASAC)는 동종약에 관한 엄격한 임상시험과 광고·판매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김영구 교수는 "효과라는 단어는 모든 걸 간략하게 만드는데, 동종요법은 개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효과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렵고, 방법론적으로 분석하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나온다"며 "그런데도 동종요법을 찾는 사람은 계속 있는데, 그건 기존 의료에 대해 불친절하다든지, 너무 권위적이라든지 등의 불만족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동종요법 약. 왼쪽부터 새한제약의 트라우밀정, ​대한약품의 에스밀​주./사진=약학정보원

◇심리까지 고려하는 대체 요법 중 하나로 봐야
현대의학과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동종요법이 심리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동종요법 치료는 크게 개별화 치료와 비개별화 치료로 나뉘는데, 진료 후 처방하는 개별화 치료로는 육체뿐 아니라 환자 심리 상태, 체질 등까지 고려해 치료한다. 현대의학처럼 질병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신체 항상성이나 균형을 회복시키는 게 목표라, 약 1~2시간 정도로 긴 진료 시간을 갖는다. 자세한 환자 이야기를 듣고 환자의 증상은 물론, 말, 행동, 특성, 외모를 고려해 적합한 치료 약을 처방한다.

비개별화 치료는 체질 상관 없이 증상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처방하는 약으로, 약국 등을 통해 살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감초기에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 오실로콕시넘이 있다. 이 약은 오리 간과 심장 추출물을 1:100 비율로 200번 희석한 제품으로, 원래 성분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초고희석을 거친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판매량도 높은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허가된 동종요법 약이 있다. ▲새한제약의 트라우밀 ▲대한약품의 에스밀주  ▲휴온스의 트로우민주 ▲한국유니온제약의 타우틴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브로밀 ▲삼진제약의 마로비벤-에이주사 등이다. 각 ▲여러 기관과 조직에서 염증과 관련된 염증성 및 퇴행성 과정(건초염, 경돌염, 상과염, 점액낭염, 관절주위염, 상완견갑골염) ▲고관절, 무릎관절 및 작은 관절에서의 관절증 ▲급성 뇌진탕 외상(삠, 탈구, 타박, 골절) ▲혈액삼출 및 관절 내 삼출 ▲수술 후 및 외상 후의 유연부 부종 및 종창 등을 치료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 약들은 독일 등 외국에서 이미 허가된 제품을 과거에 허가받아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김영구 교수는 "동종요법이 코로나19 이후로 커졌다는 말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여전하다"며 "소수의 전문의들이 현대의학을 기본으로 치료하고, 동종요법 도움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29/20230329008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