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치료기의 노화 방지 효과를 임상에서 시현해보는 것은 위험하다. 사진은 성남시의료원 이 모 원장이 사용한 다인용 고압산소챔버 안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최근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 이 모 원장이 고압산소치료기를 사적인 목적으로 수십 번 사용해 공분을 샀다. 사용한 이유는 고압산소치료기의 노화 방지 효과 때문. 얼핏, 얼마나 효과가 있으면 공공병원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할 정도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알아봤다. 실제로 고압산소치료기는 젊음을 되돌려줄까?
◇고압산소치료, 노화 방지 효과 확인한 연구 결과 있어
효과를 증명한 연구 결과는 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혈액 속 산소 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압보다 2~3배 높은 압력으로 고농도 산소를 들이마시게 하는 의료기기다. 보통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오래 전부터 이 기술이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었다. 202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샤미르 메디컬 센터 연구팀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연구팀은 64세 이상의 건강한 사람 35명을 대상으로 90일 동안 60회 고압산소치료를 받게 했다. 치료 전, 중, 후에 채혈했고, 혈액 내 각종 면역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염색체가 노화할수록 짧아지는 부분인 텔로미어가 길어졌고, 혈액 속 노년기 세포 비율이 11~37%가량 감소했다. 실제로 고압산소치료가 노화를 늦춘 것. 이 모 원장도 이 연구 결과를 실험해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활성 산소 줄이려 항산화 효소 역설적으로 많아져
실제로 과학적 일리도 있다.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조직과 장기에도 다량의 산소가 운반된다. 이는 세포의 신진대사 기능을 높인다. 산소는 세포에 쌓인 노폐물이나 체내 독소와 교환되는데, 교환되는 산소량이 많아지면 해독 능력도 향상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몸속에 산소가 일정량 이상 많아지면, 활성 산소가 많아져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며 "고압산소치료는 활성 산소 제거를 위해 오히려 항산화 효소가 많아져 노화가 늦춰지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설적인 반응을 'hyperoxic-hypoxic paradox'라고 부르는데, 항산화력이 높아져 세포 재생 등 노화를 늦추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임상 활용은 위험해
다만, 임상에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고기동 교수는 "이 연구 논문 하나만으로는 효과가 있거나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며 "임상에 적용하려면 많은 대상자로 무작위 대조연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연구팀의 연구엔 허점이 많다. 일단 실험에 참여한 대상자 수(35명)가 너무 적다. 또, 대조군이 없었다.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조군과 실제 실험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군이 모두 존재해야 한다. 물론 실험 대상자는 본인이 실험군인지 대조군인지 모른 채 진행된다. 위약 효과도 고려하기 위해서다. 혹여 효과가 입증돼도 고농도 산소에 노출되는 시간과 기간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치료 효과를 내는 정확한 수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고기동 교수는 "텔로미어가 고압산소치료 후 바로 길어지는지, 시간이 지나서도 유지되는지 등도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5/11/2022051102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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