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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당뇨교실

오래된 약도 다시 보자…1형 당뇨병 약물 늘어날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3. 24.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980년대 출시된 고혈압치료제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 환아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향후 1형 당뇨병 약물이 늘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CLVer 연구 결과, 고혈압, 부정맥 등 치료제로 사용되던 칼슘채널차단제(CCB)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의 C-펩타이드 수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결과는 임상에 도입된 오래된 약인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고 인슐린 생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JAMA 2월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베라파밀, 베타세포 자멸사 줄여 기능 보존 도움 예상

지난 30년 동안 학계에서는 1형 당뇨병 진단 이후 C-펩타이드 분비능을 보존하는 치료전략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C-펩타이드는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을 보여주는 척도다.

대표적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골리무맙(제품명 심퍼니)은 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C-펩타이드 분비를 보존하는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형 당뇨병 약물로 승인받지 않았다.

현재 FDA 허가를 받은 1형 당뇨병 약물은 테플리주맙(티지엘드)이 유일하다. 미국 프로벤션 바이오사의 항CD3 단일항체 약물인 테플리주맙은 지난해 11월 FDA로부터 8세 이상의 1형 당뇨병 고위험군의 질환 발생을 지연시키는 약제로 허가받았다. 1형 당뇨병 지연제로는 최초이지만, 1형 당뇨병이 새로 발생한 환자 치료제로는 승인받지 않았다.

베라파밀 등 CCB는 티오레독신 상호작용 단백질(TXNIP) 발현과 췌장 베타세포 자멸사를 줄이고, 1형 당뇨병 진단 후 베타세포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전임상연구에서 TXNIP 과발현은 췌장 베타세포 자멸사를 유도하고 당독성 유발 베타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 26명 대상으로 무작위 연구를 진행한 결과, 베라파밀 복용 시 위약 대비 12개월째 C-펩타이드 수치가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Nat Med 2018;24(8):1108~1112).

52주째 C-펩타이드 AUC, 베라파밀군 '유지' vs 위약군 '감소'

출처:메디칼업저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CLVer 연구는 임상적으로 명백한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1형 당뇨병 진단 이후 베타세포 기능과 관련된 베라파밀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로 진행됐다.

2020년 7월~2021년 10월 미국 내 6개 의료기관에서 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30kg 이상의 7~17세 소아청소년 88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추적관찰은 2022년 9월 15일까지 이뤄졌다. 평균 나이는 12.7세였고 36명(41%)이 여아였다.

전체 환자군은 베라파밀 1일 1회 복용군(베라파밀군, 47명)과 위약군(41명)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총 83명(94%)이 연구를 완료했다.

1차 목표점은 1형 당뇨병 진단부터 52주째까지 혼합식 부하검사에 따른 C-펩타이드 수치에 대한 곡선하면적(AUC)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평균 C-펩타이드 AUC는 베라파밀군이 등록 당시 0.66pmol/mL에서 52주째 0.65pmol/mL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위약군은 등록 당시 0.60pmol/mL에서 52주째 0.44pmol/mL로 감소했다.

보정한 두 군간 AUC 차이는 0.14pmol/mL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95% CI 0.01~0.27; P=0.04). 이는 베라파밀군의 52주째 C-펩타이드 수치가 30% 더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52주째 최고 C-펩타이드 수치가 0.2pmol/mL 이상인 비율은 베라파밀군 95%, 위약군 71%였다. 52주째 당화혈색소는 베라파밀군 6.6%, 위약군 6.9%로 두 군간 차이는 0.3%p였다(95% CI -1.0~0.4). 1일 인슐린 투여량은 베라파밀군 0.65units/kg, 위약군 0.74 units/kg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치료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심각하지 않은 이상반응은 베라파밀군 17%(8명), 위약군 20%(8명)에게서 발생했다. 중증 저혈당은 각 1명 보고됐고,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위약군 1명에게서만 나타났다.

베라파밀군 3명에게서 경미한 이상반응으로 ECG 이상이 확인됐고 1명은 고혈압이 있었다. 베라파밀군에서 보고된 경미한 ECG 이상은 이미 알려진 이상반응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지 않다고 평가된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콜로라도대학 Gregory P. Forlenza 교수는 "이번 연구는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흥미로운 결과"라며 "오래된 약인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고 인슐린 생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대규모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라파밀은 안전성이 입증됐고 정맥주사하는 테플리주맙과 달리 1일 1회 복용하며 비용이 저렴하기에, 향후 베라파밀과 다른 약제의 병용요법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호두 애들레이드대학 Jennifer Couper 교수는 논평을 통해 "C-펩타이드 생성 혜택과 내약성, 저렴한 약값, 경구 복용 등은 실제 임상 사용으로 연결되는 요인"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슐린 의존성이 발생하기 전 1형 당뇨병 초기 단계 동안 베라파밀과 다른 효과적인 약제의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1형 당뇨병 성인 대상 베라파밀 'Ver-A-T1D' 임상2상 진행 중

이번 베라파밀 무작위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한 가지 연구만으로 베라파밀을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하기에는 이르다.

이에 1형 당뇨병이 새로 발생한 성인 환자에서 베라파밀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 Ver-A-T1D 임상2상이 진행 중이다. 1형 당뇨병 진단 후 6주 이내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연구는 위약과 비교해 베라파밀이 12개월 후 C-펩타이드로 평가한 베타세포 기능 보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약 24개월 동안 연구가 이뤄지며, 베라파밀 치료 기간은 12개월이고 추가 추적관찰은 연구 완료 후 12개월 동안 진행된다. 연구는 2024년 2월 종료될 예정이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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