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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마이온리독 My Only Dog

동물도 아프면 괴롭다… '펜타닐 패치' 찾는 반려인들 [멍멍냥냥]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3. 12.

펜타닐은 마약이지만, 전문가 판단 하에 통증 조절 목적으로 사용하면 암 말기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펜타닐 패치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을까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요…’

아픈 반려동물을 병간호하는 보호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엔 ‘펜타닐 패치’가 처방되는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암 말기 호스피스 환자인 반려동물을 돌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이 극심한 통증에 경련하거나 축 처진 채 눈물만 흘리는 걸 보기 힘들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만이라도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 효과 덕에 진통제로 사용되고 있는 마약류다. 반려동물 수가 늘며 동물병원 진료·수술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병원 내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5602건이었던 동물병원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2021년 1만 862건으로 약 1.9배 늘었다. 그러나 동물 중증 환자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보호자들이 ‘수소문’을 해야 할 정도다.

◇'식약처 보고' 등 관리 까다로워 취급 병원 드물어
펜타닐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약류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진통 효과가 100배 이상 강력하다. 소염진통제나 강도 낮은 마약성 진통제로 잠재울 수 없는 통증에 사용된다. 노화로 중증·만성 질환을 앓는 반려동물이 늘며 통증 조절 수요가 늘었지만, 펜타닐을 취급하는 동물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오남용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어서다. 환자에게 펜타닐을 처방하는 순간부터 동물병원은 각종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병원으로선 일이 덤으로 생기는 셈이다.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개발사 올위드(ALLWITH) 권혁호 수의사는 “마약성 진통제를 구매하면 정부에서 관리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면 관리부서에서 조사·감독차 병원에 수시로 들러 진료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수술 환자에게 펜타닐을 사용하는 예은동물병원 권기범 원장은 “병원에서 실제로 사용한 펜타닐 개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한 개수가 다르면 영업정지 등 중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에 마약류 의약품을 관리할 전담 직원이 필요하다 보니, 펜타닐을 사용하거나 처방하는 동물병원이 드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펜타닐 사용 관리망을 느슨하게 할 순 없다는 데 수의학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권혁호 수의사는 “펜타닐이 마약류인 만큼, 오남용 방지를 위해 사용 내역을 철저히 기록하고 감시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통증을 느끼니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통증 조절에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이니까 무조건 나쁘다? 사용 불가피할 때도 有
펜타닐은 보통의 마약류 진통제로도 잡히지 않는 통증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패치가 나와 있어 사용하기도 쉽다. 권기범 원장은 어깨 탈구 수술을 받은 것을 계기로 병원에 펜타닐을 도입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소 경험해서다. 권 원장은 “어깨 수술 후 심한 통증에 펜타닐을 처방받고 나니, 동물들도 수술 후 통증이 괴로울 거란 생각에 ‘진통’에 관심이 생겼다”며 “펜타닐 패치 처방을 시작한 후로 동물 환자들이 이전보다 편해한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은 펜타닐 패치보다 상위 등급의 진통 처치인 신경차단까지 시행하고 있다. 슬개골 탈구 수술 등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수술에 한해서다.

고양이의 경우, 펜타닐이 아니면 큰 통증을 관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고양이에겐 이부프로펜·나프록센·아세트아미노펜 등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DIs)를 사용할 수 없다. 조금만 투여해도 위궤양, 구토, 설사, 급성 신부전, 급성 간 손상, 적혈구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서다. 미국과 한국 동물병원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권혁호 수의사는 “미국 동물병원은 고양이의 강한 통증에 쓸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를 폭넓게 취급하지만, 국내 동물병원은 아직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며 “종양·신체 부위를 절단하는 큰 수술이라면,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고려하는 게 고양이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용량 계산 잘 하고 부작용 관리하면 의학적 장점 분명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면 펜타닐은 분명 의학적 장점이 있다. 단, 모든 약이 그렇듯 펜타닐 패치도 부작용이 있으므로 보호자가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수의학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펜타닐 패치를 붙인 곳에 붉은 발적이 생기는 부작용이 가장 흔하다. 이외에도 ▲숨을 천천히 얕게 쉬거나, 무기력해지는 증상 ▲심박 수가 낮아지는 증상 ▲구토가 관찰되곤 한다. 펜타닐을 투여하면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 식욕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사례도 있다.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은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르다. 권혁호 수의사는 “고양이는 가볍게 흥분하는 부작용이, 개는 우울감을 느끼거나 무기력해지는 부작용이 더 잦다”고 말했다.

동물 전용 펜타닐 패치가 따로 나와 있진 않다. 각 동물에게 적합한 용량을 계산해, 사람용 패치를 작게 잘라서 쓴다. 과도한 양을 사용할 경우 호흡 억제로 사망할 위험이 있어 용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동물에 사용할 수 있는 적정 용량에 관한 연구가 여럿 이뤄졌다. 권기범 원장은 “용량을 정확히 조절하면 펜타닐 부작용으로 사망할 일은 없다”며 “부작용이 관찰되면 펜타닐 패치를 제거하고, 필요할 경우 길항제(해독제)를 주사한다”고 말했다. 동물은 인간처럼 고통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보호자가 평소에 반려동물의 상태를 잘 관찰하며, 사소한 변화까지 모두 기록해두면 통증 조절을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08/20230308019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