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만, 영국 등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국가에선 정부 주도 다제약물 관리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복용하는 약의 개수만으로 이 약들이 모두 환자에게 부적절한 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동시복용 의약품 개수가 많다는 건 복합적인 만성질환이 있음을 의미하고, 약물상호작용 가능성 또한 높아진단 것이다.
전 세계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다제약물 복용 문제를 인지하고 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국민만 대상으로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도와 구조의 한계로 어쩔 수 없다고 정부는 이야기한다. <관련 기사 2편 참조>
정부의 말처럼 다제약물 관리 문제는 법이 바뀌기 전까진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의료체계 개선보단 의사 개인의 노력에 맡겨야 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 대만,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제약물 관리가 시행되고 있다. 다제약물 관리는 정부가 나서면 충분히 가능하다.
◇노인 더 많은 일본, '단골 약사'로 질 높은 다제약물 관리
이미 2012년 노인이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약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러 형태의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를 시행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노인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관리 기준 마련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약사 활용 다제약물 관리 제도로는 단골약국·약사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조제하는 약국과 약사를 단일화해 환자 복약 정보를 일원화한 것으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약은 환자가 지정한 단일 약국·약사를 통해 조제를 받는 제도다.
약국과 약사가 한 명으로 통합돼 있기에 환자는 처방조제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약을 종합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 약사는 환자의 과거 부작용 정보, 알레르기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환자가 언제든 건강관리를 위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수준 높은 다제약물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단골약사 자격을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골약사에겐 별도의 수당을 지급한다.
2008년 발표된 일본 연구를 보면 중복 약제와 병용 금기 약제 관리, 약물 복용법 관리, 약제 보관 등 약사 복약지도와 약품관리지도를 시행한 결과 버려지는 약제비는 약 475억엔(5200억원)에서 424억엔(약 47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 국민 건겅보험 대만, 디지털 시스템 적극 활용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대만의 경우, 2015년부터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다제약물 관리를 하고 있다. 대만은 진료를 받거나 약을 받을 때 국민건강보험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여기엔 개인 의료정보가 내장된 IC칩이 포함돼 있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보험카드를 삽입하면 의사 또는 약사는 15초 이내에 복약 기록을 비롯한 외래진료 기록, 검사 기록과 결과, 수술 기록 등 최근 의료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은 의료기관과 지역 약국에서 활발하게 활용된다. 의사나 약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최근 복용 약물과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어 진료의 연속성과 의료 질을 향상시킨다.
건강보험 의료정보 클라우드 시스템 사용 이후 하루 100만 건의 건강보험 환자 내원 중 89.1%가 진료를 받거나 약을 받을 때 상담을 했고, 중복 복약일수가 2015년 이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만성질환자 약물 관리 더 신경 쓰는 영국
국가에서 건강보험(NHS)을 운영하는 영국은 의약품 사용검토서비스(MUR)를 통해 약물 관리를 시행한다. MUR에는 처방의약품 외에도 일반의약품, 대체의약품, 온라인 구매 의약품 등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의약품과 복용 현황이 기록돼 약물 부작용, 상호작용 예방 등이 가능하다.
영국은 지역사회 약사가 MUR를 활용해 다제약물 복용 위험이 큰 환자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약사는 두 개 이상 약품을 복용하는 환자, 고위험군 약물을 복용하나 환자 등 특정 환자가 잠재적 부작용이 있는 약을 먹고 있지 않은지, 불필요한 약을 먹지는 않는지, 더는 복용하지 않는 약을 가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정리한다.
특히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천식과 COPD 또는 항혈소판과 항응고제 치료를 받는 만성질환 환자가 약을 새롭게 처방받았을 때 약물상호작용 우려가 없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익힐 수 있게 하는 별도의 서비스(신규의약품서비스, NMS)를 제공한다. 약사의 다제약물 관리 행위에는 정부가 MUR 건강 20~28 파운드(3만 9000원~4만3000원)를 지급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안화영 지역사회약료사업본부장(약사)은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갈수록 다제약물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약을 여러 개 먹을수록 부적절한 약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은 커지고, 이는 결국 또 다른 질환을 불러 개인 건강 악화는 물론 국가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더는 미룰 일이 아니라는 걸 정부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2/17/20230217009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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