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담도암

[의학칼럼] 새끼손톱보다 작은 담낭용종 수술해야 하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8. 25.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

70대의 어머니와 딸이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동네 병원에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고, 담낭에 혹이 있다고 듣고,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환자는 용종의 크기가 작고, 모양이 양성용종에 가까워, 추적검사를 예약 후 귀가했다. 40대 직장인은 연례행사인 건강검진을 홀가분하게 마친 후 우편을 통해 결과지를 수령받았다.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담낭용종, 1년 후 추적검사’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어? 작년에는 깨끗했는데, 병원을 방문해야 하나?" 혹은 "대장용종은 암이 된다는데, 담낭용종도 제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복부 초음파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수의 환자가 담낭용종에 관한 상담을 위해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진료실에만 들어서면 할 말을 잊어버리곤 한다. 지면을 빌려 담낭용종 상담 시에 환자들의 궁금증을 정리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담낭용종이라는 진단명에서부터 생소한 사람들이 있다. 용어부터 정리하면, 담낭과 쓸개, 용종과 폴립은 같은 말이다. 담낭은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농축, 저장했다가 십이지장으로 분비함으로써 지방의 소화와 흡수에 관여하는 주머니 모양의 장기이다. 담낭벽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안쪽인 점막에서 돌출된 혹을 담낭용종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담낭용종은 주머니 안쪽에 작은 점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담낭용종이 담낭에 생긴 혹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환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흔한 건가요?"하고 묻는 경우가 많다. 담낭용종의 유병률은 보고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6~7%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임상에게는 통계적 수치보다 훨씬 흔하게 접하는 친근한 질환이다. 긍정적인 의미를 포함한 ‘친근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우연히 발견된 용종은 대부분 암이 아닌, 양성용종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콜레스테롤 용종의 빈도가 단연 높다. 이에 반해 암인, 악성용종의 비율은 0.6% 정도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내 담낭용종은 양성용종인가, 악성용종인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 임상에서 악성용종과 양성용종을 감별하기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진료 가이드라인 없어, 유럽 가이드라인을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고, 마침 2022년에 개정되었다. 악성용종을 감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1cm 크기를 선택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1cm 이상 크기의 담낭용종은 수술을 권하고 있다. 최근에는 1cm 이상 용종에서도 악성용종의 유병률이 낮다는 보고를 근거로, 모양이 양성에 가까운 용종은 1.5cm까지도 추적검사하자는 반론도 있지만, 아직 1cm 기준을 변경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렇다면 1cm 보다 작은 용종은 안전한가? 안타깝게도 1cm 이하 크기의 용종에서도 암은 발견된다. 그대도 다행스러운 점은 5mm 이하 용종에서는 악성용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럼 크기를 기준으로 6~9mm 용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실제 담낭용종의 진료 중 의사의 판단이 가장 많이 개입되는 부분이고, 그만큼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 2022년 개정된 유럽가이드라인에서는 4가지 위험인자를 제시하고 하나라도 있으면 수술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위험인자 4가지 중 아시아인과, 60세 이상의 고령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 60세 이상 환자에서는 기저질환도 많고, 아프지도 않은데,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결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담낭암의 유병률은 고령에서 증가하며, 특히 60대 이후에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즉, 고령의 환자에서 판단에 주의가 더 필요한 것은 명백하나, 나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래서 60세 이상 환자의 6~9mm 크기 용종에서 무경성(납작한 모양), 단일 용종, 크기 증가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별적으로 수술을 권하고 싶다. 

그 밖에도 "매년 추적검사 중이던 담낭용종이 사라졌어요" "담낭결석도 있는데 수술해야 하나요?" "제가 고지혈증이 있는데, 관련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환자도 있다. 간단히 언급하면 담낭용종은 추적검사 도중 크기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 자연경과이다. 담낭결석을 동반한 담낭용종의 경우 담낭암의 위험성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지 않지만, 있다고 해도 작은 정도라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에서 콜레스테롤 용종이 잘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콜레스테롤 용종은 양성용종으로 암과 관련이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 용종과 악성용종을 영상으로 구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추적검사를 통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리해 보면,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담낭용종은 대부분 암이 아니지만, 1cm 이상 크기의 용종은 담낭암 위험성이 있어 수술을 권한다. 6~9mm 크기의 용종은 위험인자를 고려하여 적절한 추적검사 혹은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5mm 이하 크기의 용종은 위험인자 여부와 관련 없이 최소 3년 정도의 추적검사를 권하고 싶다.

(*이 칼럼은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의 기고입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8/22/20220822008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