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담도암은 어떤 질환인가?
간세포에서 담즙을 만들어서 장으로 이동시키는 통로를 담도라고 하는데, 여기서 생기는 암이 담도암이다. 장에서 지방 분해를 돕는 소화 효소인 담즙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내보내는 방법의 하나다. 간 담도암은 크게 3가지, ▲간에 생기는 간내 담도암 ▲간 입구에 생기는 간문부 담도암 ▲간 바깥 담도에 생기는 하부 담도암으로 나뉜다.
- 담도암은 왜 이렇게 생존율은 낮은가?
먼저 조기 발견이 어렵다. 담도암 환자 70%가 이미 수술하기 힘든 상태에서 발견된다. 담도암은 뚜렷한 종양 없이 담도가 좁아지는 협착형 암이 약 70%라 진행될 때까지 인지하기 힘들다. 담도 내 종괴를 형성하거나, 표면에 살짝 흘러가는 표재성 암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이 황달인데, 황달도 간이 이미 손상됐을 때 나타난다. 황달이 생기기 전까지 암이 있는지 몰라 병원에 잘 내원하지 못한다. 두 번째로 담도암은 빠르게 악화한다. 담도 주변에는 간문맥, 간동맥 등 큰 혈관이 많은데, 암은 생기자마자 바로 이 혈관들에 쉽게 침범한다. 일단 혈관을 자르면 간이 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데 전이가 안 됐더라도 수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위치 문제다. 전체 담도암 발병 중, 간문부 담도암이 60%다. 간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담도, 왼쪽에서 내려오는 담도 그 가운데 종양이 생긴 것. 교차로 한 가운데 사고가 나면 모든 방향에서 차가 멈춘다. 마찬가지로 간문부에 담도암이 생기면 왼쪽, 오른쪽 담도 모두 암이 침범하기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 간 전체를 드러낸 후 이식해야 하는데, 간 담도를 이식할 부위에도 종양이 있어 간 이식 성적도 별로 좋지 않다. 그나마 예후가 좋은 건 하부 담도암이다. 하부 담도암은 황달이 빨리 오기 때문에 병이 일찍 발견되고, 주변에 중요한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있을 가능성도 크다. 간내 담도암도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면 간을 반 잘라내면 된다. 다행히 담도암은 다른 암보다 전이율이 낮다. 다만, 담도를 따라서 번진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가 하부 담도에 생긴 담석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주 증상은 역시 황달이다.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황달이 생기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담즙이 종양 때문에 막히면 담즙 속 빌리루빈이라는 성분이 혈관으로 넘어간다. 이때 소변이 황갈색으로 매우 진해지고, 눈 흰자와 피부는 노래진다. 빌리루빈이 침착되면 피부가 굉장히 가렵다. 황달이 생기기 전엔 아주 오랫동안 소화 불량이 반복된다. 담즙이 안 나오니 지방 분해가 잘 안되면서 소화 불량이 나타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안 된다. 담도에 이상이 생기면 가벼운 열이 지속되기도 한다.
- 담도암은 왜 생기는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민물고기 안에 들어있는 일종의 기생충인 간디스토마(간흡충)가 담도암의 주범이었다.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어 우리 몸에 들어온 간디스토마는 평생 간의 담도에 살게 된다. 거기서 알을 낳으면 새끼들도 간의 담도에서 산다. 이 들은 빨판으로 담도 벽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이때 담도가 지속해서 자극된다. 최근에는 이 사실이 알려지고, 위생도 좋아지면서 간디스토마증으로 인한 담도암이 줄었다. 담석도 담도암의 원인 중 하나다. 간 안에 담석이 생기면 염증이 계속 생겼다 가라앉기를 반복해 담도암을 유발한다. 간 속 담석은 크기가 크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다. 간 바깥 담도에 담석이 생기면 통증이 느껴져 담도암으로 악화하기 전에 담석을 제거하곤 한다. 선천성 담도 기형도 담도암 원인 중 하나다. 췌장에서 이자액이 나오는 이자관과 담즙산이 나오는 담도는 십이지장 끝에서 만난다. 그러나 태아일 때 간혹 관들이 모이는 부분에 선천성 기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환자는 이자액이 담도로 역류하는데, 이자액 속 단백질과 지방 분해 효소가 담도를 자극한다. 평생 조금씩 담도가 자극되다 약 30~40대에 갑자기 담도암이나 담낭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B형, C형 간염도 담도암의 강력한 원인이다.
- 간디스토마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면, 담도암 전체 유병률도 감소하고 있는가?
아니다. 위암, 대장암 등은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확인이 가능해져 유병률이 약간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담도암은 과거나 지금이나 유병률이 비슷하다. 원인은 바뀌었다. 과거에는 간디스토마 환자가 많았다면, 지금은 B형, C형 간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담도암이 별로 없는 서양에선 유전병인 원발성 담도 경화성 담관염이라는 병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원발성 담도 경화성 담관염은 발병 빈도가 낮다. 한편, 담석으로 인한 담도암도 줄고 있다. 검사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간은 초음파로 아주 잘 보이는 기관이라, 간내 담석은 증상이 없어도 초음파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담도암은 건강검진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운가?
그렇다. 담도는 아주 작기 때문이다. 종양도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종합 검진에서 유일하게 이 부위를 볼 수 있는 게 복부 초음파인데, 종양이 크거나 이상이 확실해야 초음파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담도암 조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추적 검사를 한다. 담도암을 잘 걸릴만한 고위험군을 찾아 정기적으로 CT 등 복부 초음파보다 한 단계 진일보된 영상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간내 담석이 있거나 ▲담도암·담낭암 가족력이 있거나 ▲B형·C형 간염이 있거나 ▲만성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을 앓고 있거나 ▲원발성 담도 경화성 담관염을 진단받았다면 고위험군이다.
- 생존율 낮은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어떤가?
과거보다 5년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환자들이 미디어 등을 통해 담도암 증상과 검진 방법 등을 알면서 병원 내원이 빨라졌다. 일찍 발견될수록 치료 예후가 좋다. 수술 테크닉도 좋아졌다. 또, 과거엔 담도암에 적합한 치료 약물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좋은 항암제가 개발됐다. 진행성 암 예후도 좋아졌다. 원인이 일부 준 것도 생존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담도암에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다. 일단 표준 치료법은 일찍 발견했다면 암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을 못 할 때는 황달을 먼저 막아준다. 담즙이 잘 흘러가도록 스텐트를 넣어 담도를 넓힌다. 이후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등이 있는데, 이 약에 실패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약은 별로 없다. 대신 담도 속 종양을 줄이기 위한 여러 국소 치료법이 개발됐다. 담도암은 담도를 따라서 암이 번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암과 다르게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전이가 잘 안되기 때문에 담도 속 종양만 조절하면 어느 정도 환자 삶의 질이 좋아지고 생존도 연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내시경 치료로 고주파열 치료가 있다. 암을 직접 열로 태워 없애는 것이다. 광역학 치료도 있다. 광과민제 물질을 주사하면 정상조직보다 암세포에 이 물질이 많이 축적된다. 주사 후 약이 활성화될 수 있는 특수 파장의 레이저를 쏘면, 빛을 받은 광과민제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인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어떤 치료법 연구가 활발한가?
표적 항암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다. 담도암은 60%가 수술을 못 할 때 발견되기 때문에 결국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별로 없기 때문에, 유전자적인 연구를 진행해 적합한 표적 치료제를 찾고자 한다. 아직 담도암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표적 항암제는 없다. 최근 새로운 것들이 개발돼서 임상 시험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이 있는가?
담도암은 일단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날것은 먹지 않고, 비위생적으로 오래 숙성된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십이지장을 통해서 담도로 균이 올라갈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땐 올바른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으로 살을 빼야 한다. 극도의 다이어트를 해 우리 몸의 영양 상태가 부족하다고 몸이 인지하면, 일시적으로 담즙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 담도암의 원인 중 하나인 콜레스테롤 담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사를 잘 받아야겠다.
- 담도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 마디는?
일반 사람들이 담도암을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여렵고 치료약도 별로 없다고 인식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치료법 효과도 좋다. 담도암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생겼다면 치료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담하길 권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천영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천영국 교수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 의과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 대한내과학회 위원장,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연구위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섭외이사·학술 부이사, 대한췌담도학회 담석·담도암연구회 위원장, 외국 논문 리뷰어(Reviewer)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소화기학회 등 각종 세계 학회에서 적극적인 강연도 이어 나가고 있다. 낙천의학상, 순천향대 우수학술연구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서 우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려한 경력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친절한 의사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환자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질환에 대해 잘 설명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7/22/20220722017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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