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알레르기는 고양이 털에 묻어 있는 항원 Fel d1으로 인해 발생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고양이를 좋아해 매일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게 낙이었던 A씨는 결국 입양을 결심했다. 가까운 보호센터를 찾아 유독 정이 갔던 고양이를 데려온 것. A씨는 노란색 고양이에게 '치즈'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정성껏 돌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A씨는 자신도 몰랐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치즈를 데려온 후부터 재채기와 가려움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빗질과 청소도 열심히 해봤지만 나아지는 건 잠시뿐이었다. A씨와 치즈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성인 5명 중 1명 '고양이 알레르기', Fel d1이 원인 물질
농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반려묘는 약 257만 마리에 달한다. 반려묘를 기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서 고양이 알레르기 환자 또한 늘었다. 실제 2017년 세브란스병원이 알레르기 검사를 받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중 고양이 알레르기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16.3%로 10년 전(5.7%)보다 3배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이 알레르기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유럽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CCI)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20%가 고양이 알레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 알레르기는 고양이의 '털'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고양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 물질은 털이 아닌, 'Fel d1'이라 불리는 항원이다. 고양이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혀에 침을 묻혀 온몸을 핥는 '그루밍'을 하는 습관이 있다. Fel d1은 주로 고양이의 침샘과 피지샘에서 분비되는데, 그루밍을 하면서 털에 Fel d1을 옮기게 된다. 특히 털이 잘 빠지는 고양이의 특성상 Fel d1이 옭며 붙은 털이 고양이의 생활 반경에 퍼지면서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털이 길거나 많은 종일 수록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청소·환기·분리로 털 줄이고, 완화 제품 사용도 방법
결국 고양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인 Fel d1을 줄이면 고양이 알레르기도 완화할 수 있다. 우선 털을 줄이기 위해 ▲자주 청소하고 환기하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자주 빗질해줘 빠진 털을 빨리 제거하고 ▲털이 묻기 쉬운 카펫이나 천 재질의 소파 사용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고양이가 생활하는 공간과 주인이 생활하는 공간을 최대한 분리하거나 ▲화장실 모래를 자주 갈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효과가 뛰어나진 않지만,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줄여주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Fel d1 분비 자체를 줄여준다는 고양이 전용 사료가 출시되기도 했다. 네슬레 퓨리나에서 출시한 '프로플랜 리브클리어'라는 제품이다. 고양이와 닭이 함께 지내는 농장 사람들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계란에서 'IgY 항체'를 추출해 Fel d1을 줄일 수 있는 사료를 개발한 것. 네슬레 퓨리나 연구팀과 미국 워싱턴 의대 알레르기·면역학부 제임스 웨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네슬레 퓨리나의 사료를 3주간 섭취한 고양이의 털에서 Fel d1의 양이 평균 47% 감소했다. 또한 인간 대상 실험에서도 완화 사료를 먹인 고양이와 생활한 그룹이 위약 사료를 먹인 고양이와 생활한 그룹보다 코막힘, 눈 가려움 등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유럽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
Fel d1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알레르기를 낫게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의 알레르기 완화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네슬레 퓨리나 고규련 수의사는 "직접 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알레르기 완화 효과를 경험했다"며 "고양이의 타액, 털, 가정에 흩어져 있는 항원까지 줄여줘 감소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는 "완화 제품을 통해 일시적으로 알레르기 완화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100% 예방은 불가능하므로 꼭 기르고 싶다면 면역치료 등 근본적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 심하다면 면역치료로 '평생 면역' 만들 수도
따라서 고양이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완화 제품들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부터 찾는 게 좋다. 매일 똑같은 시간 고양이를 기르는 환경에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증상의 정도는 때마다 다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항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오재원 교수는 "한번 형성된 면역체계는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는 어렵다"며 "검사 결과 알레르기 증상이 Fel d1으로 유발된 것이 확실하다면 Fel d1을 일정한 주기로 투약해 내성을 형성하는 면역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는데, 성공하면 평생 면역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7/05/20210705016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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