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췌장암 명의'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
10년 전만 해도 췌장암은 ‘절망의 암’이었다. 5년 생존율이 한자릿수(8.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두자릿수(12.2%)로 올라섰다. 수술만 가능하다면 생존율이 50%까지도 올라간다. ‘췌장암=사망선고’가 아니라, 이제 충분히 ‘해볼 만한’ 암이 됐다. 이런 성과는 췌장암 표준 수술법이 정립되고, 효과가 좋은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췌장암 명의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는 “췌장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크지만, 췌장암도 다른 암처럼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며 “췌장암 치료에 희망적인 소식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장암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위험 요소가 있다. 먼저 유전적인 요인이 10%를 차지한다. 직계 가족 중에 췌장암이 2명 이상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췌장암 위험도가 9~10배나 된다. 이런 사람들은 췌장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 기관에서 유전 상담을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만성 췌장염도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염증이 지속적으로 췌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인데,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며 동시에 췌장암의 신호이기도 하다. 과도한 육류 섭취, 비만, 담배 등도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췌장암은 대표적인 악성암인데, 그 이유는
첫째, 췌장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더불어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 전이가 잘된다. 그래서 진단 당시 3~4기인 경우가 80% 이상이다.
둘째, 조기 발견해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합병증이 많다. 수술을 해도 췌장이 잘 아물지 않기 때문. 수술 후 회복이 더디다 보니 항암치료가 늦어지고, 아예 항암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셋째, 췌장암은 조직 특성상 항암제 침투가 잘 안 된다. 또 췌장암에 특화된 강력한 항암제 없다. (최근에 3~4기 췌장암 생존 기간을 크게 늘린 폴피리녹스가 등장하면서 그나마 상황이 달라졌다.)
넷째, 재발이 잘 된다. 수술 후 1~2년 안에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재발한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이 높아진 이유는
현재 암통계는 2017년까지 나와 있어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췌장암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로 높아졌다. 수십 년 동안 20%에 머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3기 완치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췌장암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해 환자가 췌장암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 조기에 정밀 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늘었다.
둘째, 췌장암의 표준 수술법이 정립됐으며 새로운 항암제도 등장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췌장암 항암제는 젬시타빈 한 종을 주로 사용했는데 폴피리녹스가 등장하면서 3~4기 췌장암 또는 재발성 췌장암에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셋째, 환자들의 영양 상태와 면역 상태가 좋아졌다. 수술 후 합병증도 이겨내고 독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넷째, 수술 후 합병증 관리가 체계화됐다. 과거에는 합병증이 생겨도 손쓸 수 없었던 것들이 해결이 가능해졌다. 일례로 수술 부위 염증은 초음파를 보면서 관을 넣어 제거하고, 혈관이 녹아서 심한 출혈이 발생하면 중재 방사선 치료를 통해 배를 열지 않고 터진 혈관을 막는 시술이 가능해졌다. 이런 요인들 덕분에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이 높아졌다.
-췌장암은 의심 증상이 있나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면 담관 막혀서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진해지는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관을 통해서 내려가는데, 담관이 췌장에 박혀있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이므로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거나 혈당 조절이 안 되면 한 번쯤은 췌장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건강 검진을 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운 좋은 경우도 있다. 허리 수술하려고 복부 CT를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거나, 위암·대장암·유방암 수술 환자가 추적 정기 검사를 받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췌장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특별한 이유없이 속이 거북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한편, 췌장 물혹이 암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췌장 물혹이 발견된 사람은 추적 관찰을 잘해야 한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잘 이뤄지나.
확실한 조기진단법이 없다. 복부 초음파, 복부 CT, 내시경, 혈액검사 무엇하나 확실하게 췌장암을 조기진단 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복부 CT가 췌장암을 가장 잘 보는 검사지만, 방사선 피폭의 문제가 있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췌장암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조기 진단을 위한 선별 검사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 중이다. 췌장암 의심소견이 있으면 정밀 진단을 위해 복부 CT의 단층 간격을 3~5mm로 줄여 찍으며, 내시경 초음파도 한다. 내시경 초음파는 내시경 끝에 초음파가 달린 의료기기로, 내시경이 위로 들어간 다음에 위에서 초음파를 통해 췌장의 모양을 살펴본다. 내시경 초음파 검사 중에 췌장의 조직 일부를 떼 조직 검사도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이 가능한 때는
췌장암 1~2기는 수술이 가능하다. 2~3기 초는 수술은 해볼 수 있지만, 수술 결과가 좋을지는 확실하지 않아 환자 개별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3~4기는 항암치료가 주요 치료 법이다. 모든 암이 그렇듯 췌장암도 수술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췌장암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10~15% 정도 되는데, 조기 진단을 통해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췌장암 생존율을 올리는 주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췌장암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췌장은 위 뒤에 있으며 십이지장에 둘러싸여 있다. 췌장은 머리-몸통-꼬리로 나뉘어 있다. 췌장의 머리는 십이지장과 붙어 있고 췌장 꼬리는 비장하고 붙어 있다. 암이 췌장 머리에 있으면 췌십이장 절제술을 하고, 암이 췌장 몸통이나 꼬리에 있으면 췌미부비장 절제술을 한다. 암의 60% 이상은 췌장 머리에 발생한다.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췌장 머리와 함께 담관·쓸개까지 같이 절제하는 수술이다. 절제 후에는 소장을 끌어올려 한쪽은 위에 붙이고 다른 한쪽은 간에 붙여 담즙이 나오는 길을 만든다. 나머지 40%는 췌미부비장 절제술로 췌장 몸통·꼬리와 비장을 함께 절제한다. 췌장암이 머리에 있으면 황달 증상이 있어 비교적 병을 빨리 발견하는 이점이 있다. 췌장의 몸통과 꼬리에 암이 있으면 증상이 없어서 3기 이상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췌장 전체에 암이 있으면 드물게 췌장 전절제술을 한다. 이렇게 되면 100% 당뇨병이 온다. 가급적 췌장을 남기려고 한다.
-췌장암 수술은 복강경이나 로봇으로도 시행하나
개복 수술을 할 때는 가슴부터 배꼽까지 25~30cm 크게 절개해서 수술을 한다. 췌장은 여러 장기와 혈관을 절제하고 또 남은 장기를 연결해야 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5~6시간 이상 걸린다. 오전에 수술방에 들어가면 오후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로도 많이 진행한다. 암이 혈관에 침습하지 않고 췌장에만 있는 경우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적용해볼 수 있다. 복강경은 2차원 평면 이미지로 보이기 때문에 의사가 수술 시 원근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로봇은 3차원 영상이라 원근감 측면에서 훨씬 개선됐고, 수술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로봇 팔이 360도 회전을 해 관절 움직임이 복강경보다 훨씬 좋다.
-췌장암 수술 트렌드는
췌장암 수술도 복강경·로봇 같은 최소 침습 수술을 시도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개복에 비해 복강경·로봇 수술이 췌장암 생존율에 더 우월하지는 않지만, 상처와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큰 수술을 하면 그만큼 환자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복경경·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환자의 컨디션을 좋게 할 수 있다. 환자 체력이나 컨디션이 좋아지면 항암치료를 빨리,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또한 3기 환자들은 과거에 비해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도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시도한다. 30~40% 환자가 항암 치료 후 수술이 가능한 상태까지 호전된다.
-수술 전 항암치료의 장점은
췌장암은 결국 수술을 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항암 치료를 하면 암 크기가 줄어 수술해볼 수 있다. 또 췌장암은 수술해도 1~2년 내 50%가 재발을 한다.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이 췌장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하면 이런 암세포들을 없앤 뒤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췌장은 절제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항암치료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사전에 항암 치료를 하면 수술 후 빨리 회복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항암치료는 어떻게 하나
췌장암 항암제는 주로 폴피리녹스와 젬시타빈+아브락산을 사용한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췌장암 항암제는 젬시타빈 한 종을 주로 사용했는데 폴피리녹스가 등장하면서 3~4기 또는 재발성 췌장암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들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치료 효과가 많이 좋아졌고 의사들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하이푸, 중입자 등의 치료가 접목될 가능성도 있다. 췌장암의 생존율은 점점 올라갈 것이다.
-신약 개발 등 항암치료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췌장은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정상 조직 속에 암세포가 숨어 있는 등 일종의 '외투'를 쓰고 있어 항암제가 잘 투여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항암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표적치료제는 없지만, 면역치료제는 다른 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췌장암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 두려움이 크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는데 삶의 성적표가 췌장암이라는 생각에 허무함과 절망감 속에 사는 환자를 자주 본다. 그러나 그 무게감을 이겨내야 한다. 혼자 감당하라는 것이 아니다. 췌장암과의 전쟁에서 같이 싸워줄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다. 또 환자 생명을 위해 고생하는 의사들이 함께할 것이다. 췌장암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치료를 받다 보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암이다. 또 지금도 계속 치료제 등이 발전하는 암이므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강창무 교수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다. 고난도 수술로 알려진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복강경·로봇으로 시행하는, 최소 침습 수술의 권위자. 복강경을 이용한 췌십이지장 절제술이 기존 개복 수술과 동등한 수술 효과를 보이는 것을 밝혀 지난해 국제학술지 ‘Surgical Endoscopy’에 게재했다. 세계적으로 복강경 췌십이지장 절제술의 대규모 임상 경험을 발표한 사례는 드물다.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을 수술하는 의사지만 ‘긍정 에너지’는 넘친다. 긍정 에너지를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된 수술을 하면서도 진료실에서 틈틈이 물구나무서기 같은 ‘고난도’ 운동을 한다. 진료 철학은 최선을 다해 가족처럼 진료하겠다는 것. 실제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님이 암 선고를 받고 고생하다 돌아가신 것을 지켜본 뼈아픈 경험이 있어 암 환자는 물론, 암 환자 가족 케어에도 신경을 쓴다. 췌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 환자 예후에 영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환자용 드링크 제제도 개발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1/08/20210108023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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