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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여행을 떠나요

융프라우 ‘아이거 익스프레스’ 개통… 알프스 정상 더 빠르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0. 12. 9.

꿈의 설경(雪景)일 뿐이던 알프스 정상을 내 눈앞, 내 발밑으로 가져다 준 게 융프라우철도다. 1912년, 일군의 몽상가와 야심가들이 뜻을 모아 해발 3454미터, 융프라우요흐에 이르는 길을 냈다. 그로부터 108년, ‘유럽의 정상’에 더 빨리 이르려는 시간과의 사투가 있었다. 이제 스위스의 조용한 마을 인터라켄에서 출발하고 아이거북벽을 관통해 융프라우 정상에 안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두 시간. 그마저도 기적에 가까운 급행이지만, 바로 며칠 전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융프라우요흐 도달 시간을 편도 기준으로 47분 줄인 최첨단 초대형 곤돌라 ‘아이거 익스프레스(Eiger Express)’가 지난 5일 운행을 시작했다. 알프스 산악관광의 새 지평이다.

이달 초 개통한 아이거 익스프레스.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는 시간을 편도 기준으로 47분 단축시켰다. /융프라우철도 제공

◇융프라우요흐 도달 시간 47분 줄여
융프라우철도가 3년 넘게 추진해온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의 완결이다. 융프라우 지역의 대표 산악마을에 신설된 그린델발트 터미널(해발 943m)을 기점으로 아이거글레처역(2320m)까지 이어지는 곤돌라 시스템이다. 두 곳을 15분만에 연결한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는 첨단 곤돌라를 이용해 알프스 3대 북벽 중 가장 악명 높은 아이거북벽을 정면으로 거슬러 오른다. 총 연장 6.5km의 케이블과 거기 매달린 26인승의 초대형 캐빈 44개를 단 7개의 기둥으로 지탱한다. 첨단 친환경 공법의 성과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는 융프라우 지역을 ‘알프스관광 궁극의 1번지’로 등극시키겠다는 융프라우철도의 열망과 야심이 빚어낸 결과다.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고 인허가를 받는 기간까지 포함해 8년이 걸렸다. 핵심은 취리히·베른 등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 유럽 최장의 알레취 빙하(세계자연유산)가 조망되는 융프라우요흐까지의 이동 시간을 47분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가 출발하는 그린델발트 터미널. /융프라우철도 제공

◇26인승 곤돌라, 시속 100km 강풍에도 건재
시간의 단축뿐일까. 아이거 익스프레스로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내리는 동안 아이맥스 스크린 영상처럼 광대하게 펼쳐지는 아이거북벽의 위용을 의자에 앉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융프라우 산악 관광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 캐빈의 통유리창에는 열선이 내장돼 눈 성애로 인한 시야 차단 우려도 없다. 어지간한 강풍에도 운행을 멈추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케이블 두 개로 유지되는 26인승 초대형 곤돌라는 시속 100km 강풍 속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게 융프라우철도 측의 설명이다.

그룬트에 지어진 새 곤돌라역(그린델발트 터미널) 자체가 융프라우의 새로운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곤돌라 탑승장 주위로 초대형 주차장과 스위스 브랜드 제품 쇼핑몰, 스키 대여가 가능한 스포츠숍들이 포진한다. 철도역(베르너오버란트철도)도 갖췄다. 명실상부, 융프라우 산악관광의 새 거점이다.

우르스 케슬러 융프라우철도 사장은 “기존 융프라우철도를 지상 최고의 산악 관광수단으로 자임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며 “아이거 익스프레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개될 새로운 관광 환경에서 그 빛을 더 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가능하게 한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는 908일 간의 공사 기간에 총 4억70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5828억원)이 투입됐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07/20201207017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