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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갑상선암

‘천의 얼굴’ 갑상선암…방치하면 말기 생존율 40%까지 급감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0. 4. 24.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하는 갑상선에 생기는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암 가운데 하나다.

‘2017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암 신규 환자 중에서는 위암, 대장암, 폐암에 이어 4위를 차지했으며, 그 중 여성에서는 유방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갑상선암은 대개 진행이 느리고 예후도 좋아 다른 암에 비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갑상선암도 ‘암’인만큼 방치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 및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착한 암’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갑상선암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 가운데 몇몇 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췌장암보다도 나쁠 정도로 위험하다.

▲박정수 센터장 (사진=일산차병원 제공)
▲박정수 센터장 (사진=일산차병원 제공)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은 “대다수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늦고 치료예후가 좋아 소위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방치한다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암과 동일한 만큼 갑상선암에 대한 인식을 ‘착한 암’에서 ‘느린 암’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 중 미분화암과 같은 경우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도 6개월 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며,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 및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암이 아니다. 갑상선암은 발생 부위나 암세포의 성숙도(분화)에 따라 세분화된다. 비침습여포변종유두암과 같이 예후가 너무 좋아 사실상 암이 아닌 양성종양으로 분류하자고 논의되는 암이 있는 반면, 미분화암과 같이 예후가 극히 나쁜 종류도 있다.

우리나라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이 암들은 모두 갑상선 내 여포세포(내분비 조직 내 주머니처럼 생긴 조직)에서 발생하는 분화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중 유두암은 국내 갑상선암 중 90~95%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한 암으로, 암의 진행속도가 느리고 치료 예후도 갑상선암 중에서 가장 좋다.

유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여포암은 전체 갑상선암의 2~3%를 차지하는데, 여포암 중 90%는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는 ‘최소침범형’으로 반절제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치료가 어렵거나 예후가 나쁜 갑상선암도 적게나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분화암(역형성암)’이다. 미분화암은 갑상선분화암(유두암, 여포암)이 오래 방치될 경우 분화의 방향이 역전되어 생기는데, 전체 갑상선암 중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다른 갑상선암보다 성장속도가 빨라 진단과 동시에 4기로 분류된다.

미분화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몇 개월 단위로 짧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지만, 최근에는 암이 갑상선에만 국한되어 있을 경우 적극적인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다소 높일 수 있다. 그 외에 전체 여포암의 10%를 차지하는 ‘광역침범형’ 여포암이나 조기에 발견되지 않는 ‘수질암’ 등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주의할 점은 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이라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공동암위원회(AJCC) 통계에 따르면 55세 이상 유두암과 여포암 등 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1기 99%, 2기 95%에 이르지만 3기에는 84%, 4기에는 40%까지 급감하게 된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 진도가 느린 유두암은 크기가 1cm 미만인 상태에서 기도, 성대신경, 갑상선 피막 등으로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또는 원격전이가 없다면 추적관찰을 시행하고 악화되면 수술을 시행한다.

다만 1cm 이하 미세암이라도 암의 위치가 성대신경 근처, 기도 근처, 피막을 뚫고 나가는 위치에 있거나 림프절 전이 또는 원격전이가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수술을 해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수술방법은 전신마취 후 목을 4~8cm 가량 절개해 환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수술할 때 암세포를 직접 확인하고 떼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에 흉터를 남긴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목 중앙이 아닌 옆목 쪽의 3~3.5cm만 절개하는 ‘최소침습갑상선절제술’ 등의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다. 수술을 통해 치료를 하더라도 30년 장기 재발률이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종류의 암은 재발이 일어나면 경과가 나쁜 경우가 많지만 유두암이나 여포암과 같은 분화 갑상선암은 재발하더라도 사망률이 8%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되, 재발하더라도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치료에 적극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정수 센터장은 “갑상선암은 무조건 순한 암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갑상선암의 95%는 증상이 없고, 5% 정도에서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진 경우, 결절이 커서 호흡이 불편하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갑상샘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목소리 변화가 같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이는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pj9595@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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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health.chosun.com/news/dailynews_view.jsp?mn_idx=358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