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갑상선암 명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
갑상선암 만큼 논란이 많은 질병도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발생률이 크기 증가하자 일부 의사들이 발생률 증가가 과잉 진단 때문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급기야 2014년 정부 권고안에서는 혹이 만져지는 등의 증상이 없으면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일상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 이후 갑상선암 진단은 줄었고 발생률은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생률 추이에 따르면 남성은 1999~2011년 연간 변화율이 25% 증가했지만 2011~2017년에는 -6.3%로 감소했다. 여성 역시 1999~2011년 22.1% 증가했지만 2011~2017년 -11.9%로 감소했다. 갑상선암 수술에 있어서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교수는 “통계로 과잉 진단 프레임을 만들어 정작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모든 갑상선암 환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정수 교수에게 갑상선암 진단과 수술에 대해 들었다.
-한국에 갑상선암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2000년대 초반부터 건강검진이 활성화 됐다. 한국 초음파 검진 비용이 저렴해 너도나도 갑상선 초음파를 받다가 발견이 많아졌다. 초음파 해상도도 좋아져 1cm 미만의 암 발견이 많아졌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은 왜 생겼나
갑상선암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은 수술을 안 해도 5년 생존율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는데, 갑상선암은 위암, 폐암, 대장암과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완전히 다른 암이다. 갑상선암은 환자 대다수가 5년 지나도 살고 10년 지나도 거의 산다. 암은 5년 생존율을 보지만, 갑상선암은 수술을 안 해도 5년까지는 대부분 생존하기 때문에 5년 생존율 보다는 그 이상 기간의 생존율을 따져야 한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은 (2013~2017년) 100.1%에 달한다. 통계만 놓고 보면 갑상선암 환자가 일반인 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이런 통계 때문에 ‘오래 살려면 갑상선암에 걸려야 하는 것이냐’하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갑상선은 5년을 볼 것이 아니라 평생을 봐야 한다. 미국에서 나온 유명한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를 30년 간 추적했을 때 30%가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한 환자의 15%는 사망했다.
-갑상선암을 일찍 진단할 필요가 없는 건가
잘못된 얘기다. 갑상선암도 암이다. 어떤 암이든지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환자가 고생을 덜 하고 치료 비용도 적게 들며 완치율도 높다. ‘갑상선암은 혹이 만져지는 등 증상이 있을 때 초음파 검사를 하라’는 권고는 병을 키워서 치료하라는 얘기와 같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갑상선암 생존율이 높은데, 갑상선암이 이렇게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일찍 진단해서 치료를 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갑상선암 5년 생존율(1996~1999년)이 남자 74.2% 여자 73.5%이다. 갑상선 초음파 등 건강검진이 활발한 한국의 5년 생존율을 보면 1993~1995년을 기준으로 94.2%, 1996~2000년은 94.9%, 2001~2005년 98.3%, 2008~2012년은 100.1%로 훨씬 높다. 실제 내 환자 중에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퍼져서 오는 경우가 있다. 환자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라고 물어보면 주변인들이 '갑상선암은 별거 아니라던데...' '갑상선암으로 안 죽는다던데...' 라고 얘기해 이를 듣고 방치하다가 늦게 왔다고 말한다. 갑상선암은 진단할 필요도, 수술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다.
-갑상선암이 치료 예후가 좋은 건 사실 아닌가그렇다. 치료 성적이 좋은 건 틀림없다. 갑상선암은 치료를 안 하고도 10~20년 살고, 재발해도 오래 사는 환자들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있던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난치성갑상선암연구소가 있었는데, 환자가 뒤늦게 와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암이 퍼진 사례들을 많았다. 단순히 통계만 가지고 개별 환자들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난치성 갑상선암으로 고통받고 사망하는 환자들을 보면 갑상선암을 아무 것도 아닌 암으로 치부할 수 없다.
-갑상선암 증상은 무엇인가
갑상선암은 95%가 증상이 없다. 다만 갑상선암이 목소리 신경을 침범하면 목소리가 바뀌고, 기도에 침범하면 기침이 나오고 피가 나는 증상도 있다. 암이 식도를 침범하면 음식을 삼키는 데 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늦은 상태다. 기도에 암이 침범하면 수술 시 기도를 잘라야 된다. 성대신경나 식도도 마찬가지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완치율도 떨어진다. 증상이 없을 때 빨리 발견해서 치료를 해야 한다.
-갑상선암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 하면 된다. 갑상선암은 혹이 만져지는 등 증상이 있을 때만 진단을 하라고 하지만, 갑상선암 환자의 95% 이상은 증상이 없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갑상선암 진단은 초음파 검사가 기본이며, 초음파 상에서 암이 의심되면 목에 침을 꽂아 세포를 떼내는 세침검사를 한다. 55세 이후에 발생하는 갑상선암은 재발율이 높고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55세 이상이라면 갑상선 초음파를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수술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진단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갑상선암 중에 빠른 치료가 필요한 예후가 나쁜 종류의 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침 검사에 대한 부담이 크다
갑상선암 크기가 5mm이하라면 세침 검사를 안 해도 되고 크기가 커지면 하라는 것이 현재의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암 크기가 5mm 이하라도 식도나 기도, 성대 신경 근처에 있거나, 암이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왔다면 세침검사를 하고 암이면 수술을 해야 한다.
-암으로 진단되면 바로 수술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갑상선암의 95%를 차지하는 유두암의 경우 느리게 자라는 거북이암이다. 암 크기가 1cm 미만이라면 6~12개월 간격으로 검사만 하다가 암이 커지면 수술해도 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암의 위치가 ▲기도·식도·성대신경 근처에 있거나 ▲피막을 뚫고 나갔거나 ▲림프절 전이 ▲다른 장기로의 원격전이 ▲나쁜 세포(키큰세포, 말발굽세포, 원주세포, 저분화, 미분화, 수질암)가 발견되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
-갑상선의 절반만 절제하는 반절제술이 가능한 때는
전세계 치료 가이드라인이 되는 미국갑상선학회는 과거 암 크기가 1cm 미만이면 암이 있는 부위, 즉 갑상선의 절반만 절제하라고 권고했다. 암 크기가 1cm 이상이면 무조건 전절제술 하라고 했다. 전절제술은 '과잉'인 측면이 있었다. 환자의 80% 이상이 1cm 이상의 갑상선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이 너무 많고 의료 재정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미국갑상선학회는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암 크기가 4cm까지도 반절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cm 인 경우는 선택적으로 수술하라는 것이다. 4cm미만이라도 수술해야 할 예외적인 경우는 ▲나비 모양의 갑상선에 암이 양쪽에 있는 경우 ▲2mm 이상의 림프절 전이가 5개 이상 있는 경우 ▲5mm 이상 림프절 전이가 1개 이상 있는 경우 ▲암세포가 피막을 뚫고 나온 경우 ▲나쁜 세포(키큰세포, 원주, 저분화암, 미분화암, 수질암 등)암일 때는 4cm 미만이라도 전절제를 해야 한다.
-갑상선 반절제술을 하면 호르몬제를 먹지 않아도 되나
갑상선 반절제술을 하면 갑상선호르몬제(신지로이드)를 먹지 않아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갑상선이 절반 남았다고 해도 갑상선호르몬이 분비가 충분히 안 되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지 않아 체내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히 없으면 뇌하수체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계속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암세포를 자극해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 현재 반절제술을 한 절반의 환자가 약을 먹는 것으로 추정한다.
-갑상선암 수술 시 흉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목 가운데를 절개하지 않고 옆쪽으로 2.5~3㎝로 작게 절개하고, 띠근육과 흉쇄유돌근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갑상선을 떼어낼 수 있다. 수술 절개가 작다보니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도 경미하다. 수술 흉터는 레이저 등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환자 선택 문제지만, 외과의사로서 개인적인 견해는 적군(암)은 최단 거리에서 눈으로 보면서 섬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갑상선 양성종양은 언제 수술을 해야 하나
양성종양이라도 4cm이상이면 수술을 해야 한다. 4cm 이상 양성종양을 조직검사 해보면 20~30%에서 암세포가 발견된다. 그리고 양성종양 때문에 음식을 삼킬 때 걸리는 느낌이 드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양성종양인지 암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갑상선암 중에서도 독한 암이 있나
그렇다. 미분화암이다. 미분화암은 어느 날 갑자기 확 자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암세포 성질이 달라진다. 비교적 ‘착한’ 암세포였다가 ‘독한’ 암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미분화암은 현대의학으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전체 갑상선암의 1% 미만이 미분화암으로 많지는 않지만, 걸리면 대부분 사망한다고 봐야 한다. 미분화암은 1cm미만이라도 수술이 가능하면 한다. 크기가 크다면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한다.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모든 환자가 해야 하나
갑상선암 전절제를 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그러나 전절제를 한 사람 중에서도 저위험군의 암을 가진 5%는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갑상선암 저위험군은 ▲2mm 림프절전이 5개 미만 ▲갑상선암 완전절제술 ▲피막 침범 없고 ▲혈관 침범이 없는 경우이다.
-수술 후 재발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에는 3~6개월 마다 하고, 이후에는 1년 마다 한다. 5년 이후에는 2년마다 검사를 해야 한다. 기본검사는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다.
-갑상선암은 왜 생기나
모든 암이 그렇듯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방사선’은 갑상선암의 가장 밝혀진 원인이다. 방사선에 피폭이 되면 갑상선 세포가 망가진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5년이 지나자 어린 아이들에게서도 갑상선암이 생겼다. 방사선 피폭을 줄이기 위해 필요 없이 CT나 펫CT를 찍으면 안 된다.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요오드를 너무 많이 먹는 것도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요오드를 섭취하면 갑상선으로 요오드가 모이게 되는데, 너무 많으면 갑상선염이 생긴다. 갑상선염은 갑상선 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뇌하수체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 호르몬 때문에 갑상선 세포가 자극이 돼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암은 가족력도 있다. 내가 암에 걸리면 딸이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이 3~4배가 된다.
박정수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전문클리닉 팀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특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박정수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 분야를 세부전문화한 장본인이다.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최신 최첨단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1980년대에 미국과 일본으로 연수를 하고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대한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를 창립하고 이 분야를 학문적으로 발전시켰다.
갑상선암 치료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먼저 임상 부문에 있어서 갑상선암환자 조기진단 수술, 갑상선암 최소침습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까지 세계 최다인 2만1000례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시행했으며, 갑상선암 수술 후 20년 생존율 95%, 수술합병증 0.3%라는 임상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각각 16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학술활동도 펼쳐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 내분비외과학회 회장,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회장, 대한내분비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4년에는 세계두경부외과학회 두경부외과 창립 100주년 기념 100대 인물로 선정되는 등 학술활동에 있어서도 큰 성과를 남겼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3/20200403033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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