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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말기 환자도 수술 가능한 시대… 사망률 세계 최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9. 12. 29.

[암 극복, 어디까지 왔나] [6] 발생률 세계 2위 '대장암'

수명 연장 위한 항암치료 옛말
정기검진 통해 조기발견 늘고 항암제 발달로 예후 좋아져… 腸·유전자에 맞춰 개인별 치료

한국인 대장암 발생률은 10만명당 44.5명으로, 세계 2위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WHO IARC)가 세계 186국 암 실태를 토대로 분석, 2018년 발표한 결과다. 그러나 발생 대비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186위)이다. 한국은 '대장암 치료 잘 하는 나라'인 셈이다. 실제로 국내 대장암 생존율은 크게 늘었다.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강영 교수(대장암센터장)는 "일례로 과거 대장암 3기 환자와 지금의 3기 환자를 살펴보면 병세나 예후가 무척 달라졌다"며 "국가암검진 수검률이 높아지고, 4기 같은 말기암도 적극 치료하게 됐으며, 국내 대장암 의사들의 수술 기술 표준화나 약제가 발달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5년 생존율 75.9%로 크게 향상

국립암센터의 주요 암종 5년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생존율은 1993~ 1995년 54.8%에서 2012~2016년 75.9%로 향상됐다.

대장암 그래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혜인
병기별 환자 분포도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대장암은 병기(病期)에 따라 생존율 차이가 있는데, 초기일수록 예후가 좋다. 병기를 크게 0~4기로 구분했을 때, 1995~1999년 0~2기 환자 비율은 41.2%에 불과했다. 2010~2014년 0~2기 환자 비율은 54.2%로 늘었다. 3기 환자는 같은 기간 31.2%에서 25.2%로, 4기 환자는 27.6%에서 20.5%로 줄었다(연세암병원 대장암 환자 자료). 국립암센터 보고에 따르면,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았다면(대부분 0~2기) 5년 생존율이 95.3%로 크게 높다.

조기발견 늘고 4기 환자도 수술 가능

국내 대장암 생존율 변화 그래프
/그래픽=권혜인

국내 대장암 성적 향상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수검률 향상으로 인한 조기발견 ▲수술 기술 발달·표준화와 이로 인한 말기암 적극 치료 ▲새로운 항암제 개발 등을 이유로 꼽는다.

조기발견=건국대병원 황대용 병원장(외과·대장암센터장)은 "1등 공신이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라며 "과거에는 대장내시경검사를 힘들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당연히 하는 검사라는 인식이 생겼고 국가암검진 항목에도 대장암 검사가 포함되면서 조기발견이 늘었다"고 말했다.

수술 기술 발달·표준화=대장암은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수술 기술이 발달할수록 생존율도 높아진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김희철 교수는 "직장암 수술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직장을 싸고 있는 직장막과 관련 없이 암 조직을 제거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직장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암 조직만 제거할 정도로 10년 사이 기술이 발전했다"며 "사과를 울퉁불퉁하게 깎아낸 게 과거 기술이었다면, 예쁘고 매끈하게 잘 깎아낸 게 최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수술하는지 따라 국소재발률이 다른데, 과거에는 약 15%였지만 지금은 약 5%로 줄어든 것만 봐도 기술 발달과 생존율 관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장암 수술 기술이 지역과 큰 상관없이 표준화된 편이다. 이강영 교수는 "의사들의 자발적인 세미나·교육 및 학회 차원에서의 노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말기암 환자 적극 치료=과거에는 전이(대장암 환자의 경우 주로 간에 전이된다)된 4기 대장암 환자는 수술을 시도하지 않고, 여명을 늘리기 위한 항암치료를 주로 했다. 암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희철 교수는 "최근에는 4기 대장암 환자라도 수술 치료를 받으며,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며 "암치료로 크기를 줄인 뒤, 간은 고주파로 치료하고 대장은 절제하는 등 다양하게 전이된 병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시도돼 생존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거였다면 수술이 불가능했던 대장암 환자 30~40%는 현재 기술로 수술이 가능하다.

항암제 발전=1980년대에는 '5FU'라는 약제가 사실상 유일한 대장암 항암제였지만, 1990년대에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이라는 항암제가 나왔다.

또한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도 등장했는데,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면 기대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대표 표적치료제인 베바시주맙 제제는 암세포로 가는 혈액 공급을 차단하고, 세툭시맙 제제는 암세포 분열을 막는다. 혈관 형성이나 종양 관련 효소를 억제하는 레고라페닙도 2013년 출시됐다. 전이성 대장암의 2차 약제로 곧 출시 예정인 애플리버셉트 제제도 있다.

세툭시맙의 경우, 'K-ras'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어야 약제에 대한 반응이 더 좋다.

맞춤형 치료시대, 생존율 올라간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황대용 병원장은 "암의 위치나 유전자에 따라 특정 치료제가 더 잘 듣거나, 소용없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예를 들어 횡행결장을 기준으로 종양이 우측에 있으면 세툭시맙이 잘 듣지 않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MSI 대장암 환자는 항암제 경과가 나빠 면역치료제를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황 병원장은 "수술·방사선·항암 등을 개인별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대장암 생존율은 더 높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