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전 운동의 효과] 수술 전 2~3주 꾸준히 운동하면 염증으로 인한 무기력·불면 개선 방사선·항암 견디고 회복 빨라져 암 종류·동반 질환에 맞춰 운동을
'암 수술 전 운동'은 환자의 예후나 삶의 질을 확연히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암 수술 전 운동 중요성을 강조하고 환자에게 독려하고 있지만, 국내는 인식이 미비하다. 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윤승현 교수는 "병원에서 암 수술 날짜를 잡으면 적어도 2~3주는 시간이 있다"며 "이때 적극적으로 운동하면 암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며, 치료 중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줄어들고, 수술 후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도 잘 견디게 된다"고 말했다.
◇암 피로 감소시키고 체력 만들어 항암 견디게 해
암 수술을 앞두고 운동해야 하는 이유는 ▲'암 피로' 감소 ▲항암·방사선 치료에 대한 거부감 감소 ▲수술 후 빠른 기능 회복 ▲사망률 감소 도움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암 수술 전 운동이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의대 재활의학과에서는 운동에 무리가 없는 환자라면 암 수술 전 운동을 권장하며, 영국마취의학회지나 미국종양간호협회지 등 해외 학회지에 암 수술 전 운동이 환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논문이 많다.
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수술 후 피로감도 덜 느끼게 되고, 치료 예후도 좋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암 피로란 암 환자가 쉽게 무기력해지고, 잠을 잘 못자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증상을 뜻한다. 윤승현 교수는 "암 환자의 약 90%가 암 피로를 호소하는데, 암에 대한 반응으로 몸에서 분비되는 염증물질 등이 원인"이라며 "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심폐기능을 높여야 암 피로가 덜해지고, 피로가 줄어들면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도 덜 힘들어해 운동하지 않을 때보다 예후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는 "암 수술을 하면 전신 기능이 조금씩 쇠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수술 전 미리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두면 미리 체력을 비축해두는 셈"이라며 "게다가 암 수술 후에도 운동은 필요한데, 수술로 몸과 마음이 힘든 환자가 운동을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 가급적 수술 전 운동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고 말했다.
◇수술 불가능한 환자가 가능해지기도
운동은 때로 상태가 나빠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에게 수술을 가능하게 해 준다. 심폐 기능이 떨어진 폐암 환자가 대표적이다. 전재용 교수는 "나이나 흡연 등으로 심폐 기능이 약하면 무호흡 상태 등 마취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어, 수술이 필요한데도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폐암 환자가 꽤 있다"며 "이때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면 수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심폐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더딘 경향이 있다. 운동을 하면 수술 회복도 빨라진다.
◇운동 강도 환자마다 달라, 의사와 최대한 많은 상의 필요
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기본은 ▲최소 2주 이상 ▲유산소 운동을 포함해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총 150분 정도 ▲1회 시간은 90분 이내 ▲너무 쉬운 운동이 아닌, 적당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는 중강도로 해야 효과가 있다.
암 종류에 따라 도움되는 운동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라면 숨을 쉬고 뱉는 호흡 근육과 관련된 상체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하면 좋다. 자궁경부암이나 전립선암은 수술 시 골반 근육에 손상이 생기기 쉽다. 이때는 척추나 골반 부근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코어 근력 운동이나 케겔 운동을 중심으로 한다.
윤승현 교수는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수술한 쪽 팔이나 어깨가 자주 뭉친다"며 "수술 전 외전운동·견갑운동 등 어깨 근력 강화 운동을 자주 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 대장암 환자가 복근 운동을 해 주면 예후가 좋다는 연구도 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다면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 조깅 등 운동 종류는 큰 상관이 없다.
단, 환자의 신체 상태에 따라 운동이 제한될 수 있다. 항암치료 여부나 동반 질환에 따라 운동 강도는 천차만별이라, 의사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운동을 계획해야 한다.
전재용 교수는 "특히 수술 전 항암치료를 했다면 일반 운동이 힘들 수 있다"며 "심장독성이 있는 항암제는 심장기능을 저하시켜, 가벼운 스트레칭 같이 부담 없는 운동만 권장한다"고 말했다. 심장독성이 있는 항암제 성분으로는 독소루비신이나 트라스트주맙이 있다. 또한 특정 항암제 사용으로 말초신경병증이 온 상태라면 조깅이나 등산은 낙상 위험이 커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