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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췌장암

"췌장암은 극복 가능한 병, 무조건적인 공포에서 벗어나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9. 8. 6.

건강똑똑 '췌장암 바로 알기' 현장스케치

두명의 토크 콘서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와 그에게 치료받은 췌장암 경험자 이경숙씨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한소화기암학회와 헬스조선이 함께 하는 건강콘서트 '건강똑똑'이 지난 26일 삼성서울병원 본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췌장암 전문의 4명이 '췌장암 바로 알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 후반에는 2010년 췌장암 3기 말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췌장암 경험자와의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행사에는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 등 약 400명이 참석했고, 활발한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강의 시작에 앞서 대한소화기암학회 정현용 이사장(충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췌장암 바로 알기 대국민 건강강좌 캠페인을 작년에 이어 개최했다"며 "췌장암이 정확한 진단 하에 올바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알리고, 췌장암의 올바른 치료법을 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협 서울대병원 췌장·담도암센터 교수
이상협 서울대병원 췌장·담도암센터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직계가족 2명 이상 췌장암이면, 조기 검사 필수

첫 번째 강의는 서울대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이상협 교수가 진행했다. 이 교수는 췌장의 위치, 췌장암으로 인한 증상 등 췌장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소개했다. 췌장의 주요 기능은 소화를 돕는 췌장액, 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만드는 것이다. 췌장액은 하루 2~2.5L 분비되고 특히 지방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으로 가 음식물을 분해한다. 이 교수는 "췌장의 위치는 우리 몸을 옆에서 봤을 때 위와 척추 사이, 앞에서 봤을 때 명치와 배꼽 사이"라며 "복부 가장 깊은 곳에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화장애 ▲복부통증 ▲황달 ▲전신 쇠약감 ▲당뇨병 ▲체중 감소이다. 황달이 생기는 이유는 췌장 머리 쪽에 암이 생기는 경우 담도를 압박해 담즙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췌장 꼬리 쪽에 암이 생기는 경우에는 등 쪽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단,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한편 이 교수는 "췌장암 환자의 약 10%는 가족력이 있다"며 "특히 직계가족 중 2~3명의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췌장암 위험이 10배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가족이 췌장암에 걸린 가장 젊은 나이보다 10~15년 전부터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 보통 40대 중반 정도다. 오래 당뇨병을 앓은 환자는 췌장암 발생 빈도가 2~3배로 더 높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있다는 것은 췌장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라며 "갑자기 당뇨병이 생겼거나 당뇨병이 잘 조절되다가 갑자기 조절 안 되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췌장염과 췌장암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한다"며 "췌장염은 무조건 췌장암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췌장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만성 췌장염이면 조직 섬유화가 일어난다"며 "췌장암이 잘 생길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 진단에 쓰이는 가장 일반적인 검사는 CT(전산화 단층촬영)이다. CT로 인한 방사선 피폭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기도 한다. 초음파 내시경으로 검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 상황에 따라 전문가와 의논해 선택해야 한다.

췌장암 환자 중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15~20%이다. 수술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보통 20%이다. 단, 암 크기가 2cm 미만이면 5년 생존율이 50%를 넘는다.

췌장암은 다른 사람의 건강한 췌장을 이식하더라도 소용 없어 시도하지 않는다. 면역치료제도 아직 큰 효과가 없다. 이 교수는 "최근 췌장암 항암제가 개발돼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면역치료제의 역할은 굉장히 미미하다"며 "췌장암은 특정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적절히 선택, 병합해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췌장암은 처음부터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지만, 복합 항암 요법을 병행하여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등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치료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욱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동욱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장암 환자 크게 늘어, 고령화 탓 추정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욱 교수는 '국내외 췌장암 현황과 통계 알아보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에 따르면 췌장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2.9%를 차지한다(2016년 국가암등록통계). 2018년에 발표된 세계 췌장암 통계에서는 한국의 췌장암 발생이 10만명 당 6.7~7.8명 정도로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편인 것이 밝혀졌다. 국내 인구 10만명 당 췌장암 발생자 수는 1999년 2604명에서 2015년 634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교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일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환자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췌장 물혹과 췌장암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동욱 교수는 "췌장 물혹이 암을 진행되는지 여부에 사람들 관심이 많다"며 "암이 될 물혹이라도 그 기간이 1년이 될지 10년, 100년이 될지 모르는데, 물혹을 없애는 방법은 수술밖에 없다"며 "물혹을 없애려 수술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췌장 물혹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서 상담받으라"고 말했다.

한편 췌장암은 진행단계를 1~4기보다는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로 나눈다. 이 교수는 "암이 췌장암 안에만 있으면 '절제가능형', 암이 췌장을 벗어났지만 혈관을 조금만 침범했을 때는 '경계성 절제가능형', 주요 혈관을 침범하면 '국소진행형', 다른 장기로 옮겨 갔으면 '전이성'"이라고 말했다. 국소진행형 암과 전이성 암은 수술이 불가능하다. 항암 치료 등으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동욱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췌장암 진단법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는 등 췌장암 치료 환경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66세 여성 췌장암 환자가 3년 전 췌장암 꼬리 부분 4cm 암과 전이성 병변 두 개가 발견됐지만, 현재 반응이 좋아 건강히 살고 있다"며 "췌장암은 극복 가능한 병으로, 전문의와의 상담으로 공포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박주경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주경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장암, 방사선·수술 등 병행해 최적의 치료법 찾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주경 교수는 다양한 췌장암 치료법에 대해 소개했다. 췌장암을 완치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췌장 머리에 암이 발생하면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한다"며 "췌장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총담관의 일부를 절제하고 재건술을 통해 소장을 남은 췌장, 담관과 위 또는 십이지장에 연결한다"고 말했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암이 발생하면 '원위췌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 몸통, 꼬리 부위를 절제하는 것인데 대부분 비장을 함께 절제한다. 박 교수는 "영유아나 노인, 면역 기능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환자가 아니면 비장을 함께 절제한다고 해서 감염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물게 췌장 전부를 절제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췌장암 로봇수술은 최근 실험 단계를 지나 제한적 사용 단계로 진행 중"이라며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부 환자는 췌장암 수술을 하면 암 세포가 더 빨리 퍼져 위험하다는 오해를 한다"며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췌장암 수술 후 2~3개월 뒤부터는 식사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6개월 정도 후부터는 체중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췌장암에 방사선 치료도 쓰인다.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 조사해 암을 괴사시키는 것이다. 단, 주변 중요 장기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등의 위험이 있어 충분한 방사선량을 전달하는 데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양성자 치료'가 대안이 된다. 박 교수는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데, 암이 있는 부분에만 폭탄을 떨어뜨리는 원리"라고 말했다.

박주경 교수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및 수술 등 치료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의 병기, 나이와 건강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게 된다”며 “치료법에 대한 전문의의 판단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통증 관리 적극적으로 해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희승 교수는 췌장암 치료의 부작용, 관리법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항암 약제별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알렸다. 강의에 따르면 젬시타민은 골수기능 저하, 탈모, 아브락산은 말초신경독성, 5FU는 구내염, 설사, 골수기능 저하, 옥살리플라틴은 말초신경이상, TS-1은 골수기능저하, 식욕부진, 설사, 카페시타빈은 수족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 후 오심과 구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권장하는 음식이 마른 음식, 가벼운 차, 신선한 채소, 과일이고, 피해야 할 음식은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지나치게 단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오심이 느껴질 때는 심호흡하기, 구토가 심할 때는 먹지 않기, 소화되기 쉬운 음식으로 소량씩 자주 먹기, 소화가 쉽도록 충분히 씹어서 삼키기, 선호하는 음식 중심으로 식단 짜기, 물기 많은 음식보다 적은 음식으로 섭취하기 등이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변비를 피하려면 불필요하게 누워 있지 말고, 설사가 있을 때는 탈수 예방을 위해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고, 복용 중인 변비약을 중단해보라"고 말했다. 구강 건조, 구내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증상이 이미 생겼다면 부드러운 칫솔모로 자주 양치하고 처방된 가글약이 있으면 가글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더불어 이 교수는 "췌장암으로 보존 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40%가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며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피곤하고, 화나고, 걱정되고, 외롭고, 우울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은 약으로도 조절되지만,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행복했던 장소와 시간을 생각하는 '상상 요법'을 시도하거나,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다. 아픈 부위 주변을 마사지하거나 가볍게 두드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픈 부위에 얼음주머니나 따뜻한 물주머니를 대거나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근육을 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희승 교수는 "환자 상당수가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통증이 있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와 신속하게 상의하여 진통제를 투여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관중석 어르신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관 늘어났다는 진단,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

강좌 마지막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와 그에게 치료받은 췌장암 경험자 이경숙씨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황 교수는 "이씨는 2010년 췌장암 3기를 진단받았을 당시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예상되었으나, 1년간 항암치료와 방사선을 병행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며 "이후 7년간 재발이 없다가 2019년 초에 다발성 폐전이암을 진단받고 여러 개의 전이암을 절제한 후, 현재는 재발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췌장암 발견 계기에 대해 "직장 내 건강검진을 했는데 의료진이 '췌장이 남들보다 늘어났다'고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7개월 후에 등줄기가 아프고 몸이 자꾸 피곤해 허리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정형외과를 찾았지만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소화가 계속 안 되고 살이 찌는 데 이상을 느껴 이씨는 병원의 정확한 진단을 받았고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황 교수는 "이씨는 췌관이 늘어난 것이 검사에서 발견됐다"며 "췌관이 늘어난 것은 췌장암 진단에 중요한 소견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췌관은 나이 들면 늘어날 수 있지만 남들보다 심하면 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암 크기가 커서 수술이 안 됐지만, 27번의 항암 치료, 33번의 방사선 치료로 1년 후 암 크기가 줄어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암이 생기기 전과 후 생활 속에서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이씨는 "과거에는 음주와 고기를 좋아했다"며 "지금은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고, 청국장, 된장찌개를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병원에서 췌장암 경험자로서 환자들에게 멘토로 봉사한다. 더불어 그는 "혼자 집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하다"며 "노래 교실을 다니고 드럼을 치는 등 신나는 일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로 "췌장암은 나 혼자만이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고, 가족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며 "미안해서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말고, 다 나아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원하는 바를 말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도전하라"고 덧붙였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31/20190731019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