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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여행을 떠나요

[스크랩] [답사 여행기 ⑩] 전 세계 골퍼의 로망 ‘올드 코스’를 둘러보고 여행을 마무리하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9. 1. 8.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 여행기 ⑩​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넘나들었던 11일간의 트레킹 답사여행 막바지, 이대로 떠날 순 없다. 골프의 발상지까지 와서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를 보지 않고 떠나는 건 억울한 일이다. 라운딩은 못해도 좋다. 올드 코스 호텔의 ‘디 오픈’ 우승자들 사진이 걸려 있는 길고 근엄한 복도를 스윽 거닐고, 18번 홀에 있는 ‘스월큰 브릿지’ 위에서 사진한 장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여행 답사의 말미,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동 트레킹 여행을 꿈꿔본다.

골프코스 전경
골프의 태동지이자,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던 600년 역사의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 클럽’ 올드코스 1번 홀 전경. 스콘웰 브릿지는 골퍼와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는 단골 장소다. /UK드림투어 제공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로

골프를 잊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하면 연상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하이랜드나 스카이 섬을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위스키와 골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몇 해 전 스코틀랜드를 다녀온 친구가 골프의 발상지 올드 코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왜 난 스코틀랜드에 와서 골프 생각을 한 번도 못한 것이었을까?

오늘 일정은 아무 것도 없다. 느지막이 일어나 에딘버러로 돌아가서 에딘버러 성을 구경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즐기는 것이 일정의 전부다. 난 일어나자마자 지도를 확인했다. 다행히 올드 코스가 있는 세인트 앤드류스는 조금만 돌아가면 된다. 골프에는 문외한인 채 사장에게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올드 코스를 보기위해 스코틀랜드에 오는지 장황하게 설명했고 결국 우리는 세인트 앤드류스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바람은 밤새 고성 호텔의 육중한 창문을 두들겨댔는데 아침이 되니 포근한 햇살이 창을 비집고 들어왔다. 약 3시간 만에 명성만큼 고급스런 올드 코스 호텔 앞에 도착하자 행색이 초라해 들어가기가 머뭇거려졌다. 그렇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올드 코스 호텔을 구경하랴 싶어 근엄한 도어맨의 서비스를 받으며 호텔로 들어갔다. 편안한 라운지가 한쪽으로 있고 조금 더 들어가자 ‘디 오픈’ 우승자들 사진이 걸려 있는 길고 근엄한 복도가 나타났다. 그 권위와 고급스러움에 주눅이 들어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복도 끝에 있는 문으로 빠져나왔다.

그곳이 TV에서 보던 그 유명한 올드 코스 18번 홀이었다. 올드 코스는 1번과 18번 홀 페어웨이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그곳을 관광객이 둘러볼 수 있게 허용하고 있었다. 1번이나 18번 홀에서 티샷을 할 때는 관리인이 관광객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지 못하게 통제를 하고 티샷이 끝나면 허용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플레이어와 관광객이 뒤섞여 다소 혼잡스럽지만 그것이 올드 코스 방식이어서 그마저도 경이롭게 느껴졌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올드 코스 18번 홀에는 ‘스월큰 브릿지’라는 작은 돌다리가 있다. 잭 니콜슨을 비롯한 세계적 골퍼들이 이 다리 앞에서 고별사를 하고 은퇴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리다. 많은 사람이 이 다리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줄을 서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골프 치는 사람과 캐디들, 골프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잔디
올드 코스는 1번과 18번 홀 페어웨이를 함께 사용하는데, 티샷을 할 때는 관광객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지 못하게 통제를 한다. /UK드림투어 제공​

완벽한 여행을 위한 준비

우린 올드 코스 1번 홀 스타트 하우스에서 마치 플레이어처럼 점심을 먹고 기념품도 샀다. 내 평생에 이곳에서 라운딩을 즐길 날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항아리 벙커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악명 높은 올드 코스에서 굳이 라운딩을 할 필요가 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역사가 쓰인 올드 코스 구경하고, 스월큰 브릿지에서 사진 찍고, 스타트하우스에서 플레이어처럼 식사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채 사장에게 올드 코스와 세인트 앤드류스 관광을 트레킹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자고 제안을 했다.

생각해보니 여행 내내 무엇인가 아쉬웠는데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앞뒤가 바뀐 것이었다. 여행 초반에 너무나도 압도적인 아일랜드 트레킹을 즐기고 나니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스코틀랜드가 시시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 신들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더블린이 아닌 에딘버러로 들어와서 스카이 섬과 하이랜드 트레킹을 마친 뒤 아일랜드로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머릿속으로 일정을 짜보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동 트레킹 여행이 될 것 같았고,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우린 그날 밤 에딘버러 메인 스트리트인 ‘로얄마일’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에필로그. 맙소사 그 날씨에 스코틀랜드 트레킹을 했다고요?

돌아오는 비행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옆 자리의 노신사가 가벼운 눈인사를 한다. 아이고, 편하게 가긴 글렀구나. 난 이런 류의 사람을 잘 안다. 비행의 무료함을 수다로 때우려는 사람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말을 걸어온다. 자신은 승마 심판이며, 국제 승마협회 회의를 위해 서울에 간다고 했다. 국제 대회 심판과 회의를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데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좋더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줄줄 늘어놓는다. 그렇게 자기 얘기만 한참 떠들다 비로소 내게 무슨 일로 어디를 다녀오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트레킹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자 깜짝 놀라며 “날씨가 안 좋았을텐데 어떻게 트레킹을 했냐?”고 했다. 지난 며칠간 서유럽 전역이 엄청난 악천후였다는 것이다. 따져보니 우리의 스카이 섬 일정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여행을 가면 TV 뉴스에서 기상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린 너무 피곤하고, 또 너무 ‘깡촌’으로만 다녀 TV 켤 생각조차 못하고 열흘 넘게 보냈던 것이다.

테이블과 소파가 있는 호텔 내부, 올드 코스 전경
올드 코스 호텔 식당에서 플레이어처럼 식사를 했다. 호텔 창으로 보이는 올드 코스 전경은 골퍼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헬스조선 DB​​
※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기가 이번 10편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1536.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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