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삶의 질
오늘날 의학은 질병들의 치료와 통증완화, 생명연장에서는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죽음을 막는 의학 기술이 삶을 막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생명보존장치에 의존해 살면서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누릴 수 없게 된다면 ‘이런 인생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암 환자는 경우에 따라 병원의 희생양이 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임상실험 중의 항암제를 선택하여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의사의 판단에 맡겨 죽었다면 그 의사를 원망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제 여러분은 암 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어디까지 치료를 맡길 것인가, 어떤 희생까지 치를 것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와 그 부작용을 견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얻으려 하는 것은 삶이다.
치료의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사와 환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하여 의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치료를 끝낸 의사가 이런 말을 한다.
“원발 병소에서는 암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다른 장기에 전이된 흔적이 보입니다.”
이 때 의사는 원발병소의 암이 없어졌으므로 해당 암 치료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다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환자는 다르다. 원발병소에 암이 없어졌다하더라도 전이가 되었다면 그것은 치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암 치료에 있어서 치료 성공의 개념이 의사와 환자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와 환자, 그리고 그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의 기회가 거의 없다. 터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원천 봉쇄되어 있다. 대부분의 환자나 그 가족은 의사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 환자나 가족은 의사를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치료를 더욱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자신에게 선택권만 있다면 사는 것처럼 살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완전 무의식 상태나 반무의식 상태로라도 목숨을 이어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존심을 지키고 싶고 하루하루를 두려움이 떨며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겠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많은 사람들은 삶에 질에 대한 기준을 바꾸게 된다.
성적인 능력도 삶의 질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전립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된 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생존과 성적능력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한 결과 32%가 어떤 식의 생존이든 성적능력과 바꿀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고 68%가 5년을 더 살 수 있는 확률이 10%를 넘는 조건이라면 성적능력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환자들의 힘겨운 선택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 등의 여성관련 암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여성 암은 여성을 상징하는 기관과 삶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선택을 한 후 많은 여성 암 환자들은 심한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그것이 투병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환자에게는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 선호, 인생의 목표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환자가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사가 선택사항들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의사나 환자는 어떤 치료법에 동의하건, 삶의 질이란 단순히 건강의 정도나 생존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한 환자의 동의가 없는 한 의사는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불쾌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치료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환자는 치료를 받고 병이 낫지 못했거나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분노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태도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삶의 양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연요법을 연구하는 많은 연구가들은 자연요법만이 삶의 질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자연요법만이 삶의 질을 독점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막연히 의학치료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의학적인 처치도 하지 못해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치료나 치유방법에 있어서 의학치료나 자연요법을 이분화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라고 깎아 내릴 필요도 없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치료법, 혹은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할 필요도 없다.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 모두 골고루 이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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