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 위절제술은 한국에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위암수술에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는 조기위암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개복 위절제술을 완전히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복강경 위절제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복강경 수술의 도입 초기에 비해 지금은 수술 장비뿐 아니라 외과의의 손기술도 많은 발전을 이뤄 예전보다 좀더 편안하게 복강경 위절제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복강경 수술에 들어가는 장비 및 기구에 대해서도 보험급여가 되기 때문에 최소한 1기 위암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개복 수술을 권하는 의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에도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점이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수술기구의 제한된 움직임, 기구를 통해 증폭되는 손떨림, 불안정한 비디오 화면 등이다. 로봇수술이 등장했을 때 외과 의사들은 3차원 영상, 관절 달린 수술기구, 수술 기구의 자유롭고 정밀한 움직임, 손떨림 제거 기능 등 로봇수술의 첨단 기능이 복강경 수술의 제한점을 극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위암에서 로봇수술의 성적을 보고한 초창기 논문을 보면 복강경 수술에 비해 출혈이 적고, 입원기간이 짧고 림프절 절제도 더 많이 된다는 결과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보고의 한계는 전향적 연구가 아니고 무작위 비교 연구는 더욱 아니었기에 로봇수술의 결과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 즉, 로봇이라는 수술기구의 장점으로 결과가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수술자가 로봇수술이라고 해서 의식적으로 좀더 섬세한 수술을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후에 나오는 위암 로봇수술 관련 논문에서는 입원기간, 절제된 림프절 개수 등은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출혈량의 차이도 로봇수술이 적다거나 차이가 없다는 등 다양하게 나왔다.
지난 1월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첫째, 로봇 위절제술의 기본적인 개념은 복강경 위절제술과 같은 최소침습수술이라는 것이며, 복강경 위절제술은 이미 많은 장점을 가진 최소침습수술이기 때문에 여기에 좀더 발전된 수술기구인 로봇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이득을 얻을 만한 것이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연구에 참여한 위장관 외과 의사들은 복강경 위절제술에는 경험이 아주 많았지만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도입 초기의 케이스도 포함되어 수술자의 경험 정도가 두 군에서 일치하지 않아 로봇수술의 장점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 절제된 림프절의 개수가 차이가 없었던 이유는 위암의 림프절 절제는 가능한 만큼 무조건 많이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D1 또는 D2와 같이 정해진 범위만큼만 해야 하기 때문에 복강경 위절제술에 능숙한 수술자들이 정확하게 림프절 절제 범위를 지켜서 절제했다면 어떤 수술장비를 쓰든 간에 림프절 절제 개수에 차이가 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정리해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에서 복강경 위절제술에 비해 로봇 위절제술의 장점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 이유는 `복강경 수술을 너무 잘 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수술 경험을 보더라도 로봇수술할 때는 복강경 수술보다 수술 시간은 더 걸리지만(로봇은 수술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는 아니다), 수술 중에 출혈이 적고(로봇수술 중에는 피를 닦기 위해 거즈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환자의 회복이 빠르며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서 수치화시킬 수 있는 객관적 차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와 같이 전체적으로는 같은 최소침습수술인 복강경 위절제술과 로봇 위절제술의 차이가 뚜렷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는 `그렇다면 어느 특정한 그룹의 위암 환자에게서는 로봇수술의 이득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전향적 비교 연구 데이터 결과를 다시 분석했다.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위암 수술에서(로봇수술로 극복해야 할) 복강경 수술의 어려움은 어느 경우에 있는 것일까? 로봇수술로 더 편해질 수 있는 위암 수술은 어떤 것일까?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위부분절제술보다는 위전절제술, 정상체중 환자보다는 비만 환자에게서, 그리고 광범위 림프절 절제를 할 때 복강경 위절제술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만, 위전절제술, 그리고 광범위 림프절절제술의 경우 로봇수술의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로봇 위절제술과 복강경 위절제술을 비교한 위암환자 434명의 전향적 데이터를 가지고 비만 여부, 위절제 범위, 림프절 절제 범위에 따라 각각 두 그룹으로 나누어 수술 결과를 비교했다.
비만 여부와 위절제 범위에 따라 구분했을 때는 출혈량, 절제된 림프절 개수, 합병증, 재원 기간 등의 단기 수술 결과에 로봇수술인지 복강경 수술인지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반면, 림프절 절제 범위에 따라 분석해보니 축소된 림프절절제술(D1 또는 D1+)을 했을 때는 수술 방법에 따라 수술 결과의 차이가 없었고, 광범위한 표준적인 림프절 절제술(D2)을 했을 때는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 했을 때보다 출혈량이 적었다(로봇군은 98.9mL 복강경군은 140.5mL). 물론 이런 출혈량의 차이가 수혈 여부, 수술 합병증의 차이, 또는 입원 기간의 연장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술 중 출혈량의 많고 적음은 수술이 얼마나 쉽고 문제없이 이루어지는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고,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과도 관련 있는 요소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량의 차이는 그 자체로 어떤 수술법의 장단점을 대표할 수 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다양한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 갑상선절제술 같은 경우 절개창의 위치를 보이지 않게 하는 미용적 이점이 강해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논하기에는 다소 단순한 이야기다. 그에 반해 위절제술같이 같은 최소침습수술인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로봇수술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면, 결국은 로봇 시스템을 통해 더 정밀하고 복잡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보다 더 쉽고 편하다는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단순한 수술에서는 로봇수술의 장점이 적고, 복잡한 수술에서는 로봇수술의 장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근 복강경 위절제술은 조기위암을 넘어서 진행성 위암에도 점차 적용되고 있다. 조기위암과 달리 진행성위암 수술은 광범위 림프절절제술, 즉 표준적인 D2 절제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로봇수술이 D2 절제술에 유리하다는 것은, 곧 진행성위암의 최소침습수술 적용에 있어서 로봇수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물론 이 연구는 진행성위암을 대상으로 시작한 연구는 아니고, 추후에 진행성위암을 대상으로 로봇수술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이 논문의 결론대로라면 D2 절제술에 로봇수술이 좋지만 실제로 진행성위암만을 대상으로 해보니 로봇수술로 해도 복강경 수술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어렵더라` 또는 `출혈도 많더라`라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무작위배정에 의한 비교 연구는 아니고 진행성위암에 최소침습수술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기 이전의 시기에 수술이 시행된 연구다. 또 참여한 수술자의 상당수에서 자신의 로봇수술 초기 경험이 포함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D2 절제술 그룹만 보면 로봇수술 환자군의 26%가 2기 이상의 병기였다는 사실은 이 연구의 결과를 가지고도 어느 정도는 진행성위암 수술에서의 로봇수술의 역할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로봇 위절제술은 복강경 위절제술의 어려움 중에서 비만 환자에게서의 위절제술과 위전절제술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D2 림프절 절제술할 때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암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 진행성위암인 경우 또는 조기위암이라 하더라도 점막하층의 침범이 의심되거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돼 1기 이상의 병기일 가능성이 많고, 그래서 D2 림프절 절제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로봇수술을 환자에게 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
Who may benefit from robotic gastrectomy?
A subgroup analysis of multicenter prospective comparative study data on robotic versus laparoscopic gastrectomy
박중민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병원 외과 부교수로서 복강경 및 로봇수술을 통한 위암수술, 비만위식도역류질환수술, 복강경탈장수술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글·사진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 사진 셔터스톡
엠프레스 엠프레스 편집팀 mpress@mpress.kr
'병원 치료 > 수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시아 로봇수술 미래 발전 방안 조명” (0) | 2016.11.23 |
---|---|
[스크랩] 2cm보다 큰 갑상선암에서도 로봇수술 치료 안전성 확인 (0) | 2016.11.13 |
[스크랩] WHO 수술 감염 방지 가이드 발표 (0) | 2016.11.06 |
[스크랩] 이대 췌장‧담도센터, 고난도 암 수술 경쟁력 갖춰 (0) | 2016.10.31 |
[스크랩] 징그러운 거머리·구더기, 알고보니 ‘수술 명의’ (0) | 2016.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