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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일반 건강상식

[스크랩] 여름은 금연하기 딱 좋은 계절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8. 10.

약藥문問약藥답答

여름은 금연의 계절이다. 언뜻 생각하면 금연은 연초에 많이 시도할 것 같지만, 여름에도 금연보조제 상담을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많다.(사진=셔터스톡)
여름은 금연의 계절이다. 언뜻 생각하면 금연은 연초에 많이 시도할 것 같지만, 여름에도 금연보조제 상담을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많다.(사진=셔터스톡)

여름은 금연의 계절이다. 언뜻 생각하면 금연은 연초에 많이 시도할 것 같지만, 여름에도 금연보조제 상담을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많다. 휴가철을 맞아 다시 한 번 금연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금연보조제를 고르다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금연보조제에도 담배처럼 니코틴이 들어 있으니 안 좋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 답은 ‘아니다’이다.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거나 불안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니코틴 패치나 껌에는 금연으로 인한 이 같은 금단 증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니코틴을 천천히 흡수시켜 흡연 욕구 줄여
약 효과는 약성분이 얼마나 빠르게 흡수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니코틴 패치, 껌, 로젠지(사탕) 등의 금연보조제에는 담배와 똑같은 니코틴이 들어 있지만 흡수 속도가 다르다. 담배는 니코틴을 뇌에 가장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담배를 피우면 15초 만에 니코틴 성분이 뇌 속으로 들어간다. 흡수가 빠를수록 약 효과가 강하게 느껴지고, 그럴수록 중독성이 크다. 담배를 끊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에 반해 금연보조제는 소량의 니코틴이 서서히 흡수되도록 해 담배 피울 때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없다. 담배 담배 대신 니코틴을 넣어주는 약을 ‘니코틴 대체제’라고 부르는데, 이 같은 약을 사용했을 때 니코틴의 혈중농도는 담배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서, 오히려 담배에 대한 욕구를 줄여준다(전자담배는 니코틴 흡수가 비교적 빠른 편이어서, 금연보조제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낮은 수준으로라도 니코틴의 혈중 농도가 계속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담배를 피워도 그로 인한 보상감이 적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흡연만 할 때보다 혈중 니코틴 농도가 더 높아져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간식을 조금씩 먹다 밥을 먹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원리로 아편계 진통제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메타돈 유지요법’이라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메타돈이라는 지속시간이 매우 긴 마약성 진통제를 매일 투여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그들이 혹시라도 마약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도취감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금단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금단 증상 감소에도 도움
금연보조제 역시 금연으로 인한 금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흡연과 마찬가지로 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니코틴 대체제 때문에 암이 걸리지는 않는다. 담배가 중독성이 있는 것은 니코틴 때문이지만, 흡연이 암의 원인이 되는 것은 니코틴이 아니라 담배 연기 속의 타르와 40가지 이상의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니코틴 자체로 인한 부작용은 있다. 팔 안쪽, 엉덩이 등에 접착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의 경우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부 염증이나 가려움증이다. 붙이는 부위를 매일 달리 해주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 구토, 가벼운 두통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밤에 패치를 붙이고 잠이 들면, 수면장애나 악몽 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자각몽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아침에 패치를 붙이면 밤에는 떼고 자는 게 좋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연보조제 껌에 들어있는 니코틴 성분은 껌처럼 씹는 약이 아니다. 껌을 씹듯 열심히 니코틴 껌을 씹었다가는 딸꾹질 같은 부작용을 겪기 십상이다. 사용설명서에서 ‘천천히 씹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니코틴 껌 속의 약 성분은 볼 안쪽의 구강점막에서 흡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강한 맛이나 약간의 얼얼해질 때까지 3~4초 간격으로 천천히 씹은 후, 강한 맛이나 얼얼함이 진정될 때까지 껌을 잠시 볼 안에 두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니코틴 로젠지도 씹어먹는 사탕이 아니다(그랬다가는 딸꾹질만 난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주다가 강한 맛이 느껴지면 잇몸과 볼 사이에 두고, 입안 점막에서 약이 흡수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만성질환자가 금연 시 주의해야 할 사항
드문 경우지만, 간혹 금연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가령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약을 복용 중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는 담배 연기 속의 화학물질을 간에서 청소해야 하니까 간의 대사효소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가동된다. 이로 인해 흡연자의 경우, 카페인, 여성호르몬, 일부 우울증 치료약, 조현병 치료약, 혈압약 등의 약물 혈중 농도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조금 낮게 유지된다. 이로 인해 흡연자는 다른 사람보다 약을 좀 더 많이 먹어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담배를 끊으면 그동안 담배연기 속 유해물질을 청소하느라 바빴던 간 효소들의 가동률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 간에 무리가 덜 가니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약도 덜 청소되니까 문제가 생긴다. 금연은 하고, 약은 원래만큼 복용하면, 약물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약의 효과와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쉬운 예로 늘 하루 3~4잔의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담배를 끊으면 갑자기 커피가 더 독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금연과 동시에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을 줄여주는 게 좋다. 같은 이유로 여러 가지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금연을 시도할 때는 금연으로 인해 약효가 증가하는 약이 있는지, 약의 사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는지 의사, 약사와 미리 상담해두는 게 안전하다.

금연하면 살찐다는 말은 사실일까? 단기적으로 약간의 체중 증가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1972~1973년,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태어난 사람 91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담배를 끊은 사람이나 체중 증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었다.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면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금연 시 체중 증가를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당근을 씹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하는 것도 체중 증가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 뒤에 변비가 생겨서 답답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며,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운동하는 식으로 완화할 수 있다.

 

금연보조제, 금연 성공률 높여줘
마지막으로 담배를 그냥 끊는 것과 약의 도움을 통해 끊는 경우, 성공률에 차이가 있을까? 정답을 ‘그렇다’이다. 본인의 금연의지가 없으면, 약의 도움을 받아도 금연에 성공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혈중 농도를 낮게 유지시키는 금연보조제라 할지라도 니코틴 대체제 역시 습관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제품을 12주 이상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알고 쓰면 금연보조제의 도움을 받는 게 혼자만의 의지로 담배를 끊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최근의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때보다 금연보조제를 사용했을 때의 성공률이 2~3배 더 높다. 물론 성공률이 제일 높은 방법은 금연보조제에 더해서 의사, 약사에게 상담까지 함께 받는 것이다.

금연 뒤에 전에 없던 기침을 하는 사람도 있다. 뜨거운 담배연기에 화상을 입고 제대로 일하지 못했던 기관지의 섬모들이 기능을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쌓인 노폐물을 청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담배연기가 아니어도 열기가 타오르는 여름은 금연하기에 참 좋은 날이다.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정재훈
과학·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약과 음식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은 약사다. 현재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방송과 글을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서 ‘J정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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