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건강상식/일반 건강상식

[스크랩] ‘볼기’를 이해하면 건강이 보인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4. 27.

사람 몸은 의학과 예술의 만남

볼기(Mottoms)는 사람에만 있고 다른 동물에는 없거나 있어도 희미한 정도이기 때문에 사람을 상징하는 부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외형은 단순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여러 근육들과 연계돼 중심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중요장기들을 그 안에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윗몸에 평생 깔려 살아야 하는데다 항상 옷으로 가려져 세상에 떳떳이 내놓지 못하고 지내는 등 희생과 봉사로 일관해야 하는 것이 ‘볼기’다. 설상가상으로 옛날에는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죗값을 추궁하기 위한 벌로 다른 부위는 놔두고 볼기를 쳤었다. 이렇듯 몸의 고통을 혼자 당해 억울하고 분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지내고 있는 부위가 바로 ‘볼기’인 것이다.

 

신비스런 인생 드라마의 주연 같은 ‘볼기’

필자는 평생을 법의학(法醫學)이라는 학문을 통해 사람의 침해된 권리 회복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옹호하는 일에 이바지해 오면서, 볼기의 이러한 처지를 동정해왔다. 그래서 이러한 볼기의 처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볼기가 생리적으로 탁월한 기능을 지닌 여러 장기들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신비스러운 인생 드라마의 주연이면서도 음지에 숨어서 연기해야 하는 아량의 아름다운 예술성마저 나타낸다는 것을 밝혀 이해하게 되는 것이 곧 볼기의 권리인 둔권(臀權)을 찾아주는 길이겠다 싶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감추기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의 수줍은 문화가 볼기를 사람들의 눈과 격리시켜 매장된 셈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볼기의 모양만이 아니라 볼기 내부에 담고 있는 눈에 띄지 않는 구조와 기능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이해한다면 곧 볼기를 슬기롭게 이해하게 되어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남성의 나체와 신체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남성의 나체와 신체도>

볼기 근육이 없다면 균형 잡을 수 없어

우선은 볼기의 명칭부터 정리하면 방둥이, 엉덩이, 궁둥이 등의 명칭이 있는데, 볼기의 상반부를 엉덩이라 한다. 하반부, 더 정확하게는 앉았을 때 바닥에 닿는 부위를 궁둥이라 하며 이 두 부위를 합쳐 부른 것이 ‘볼기’인 것이다. 골반 주위에 근육은 있지만 지방은 없거나 소량 끼어 빈약한 볼기를 우리말로는 방둥이(幼若臀, 유약둔)이라고 하는데 사춘기 이전의 볼기는 모두가 방둥이에 해당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작품 <남성의 나체와 신체도, Disegno De Nudo Maschile, Di Spalle>는 아름답고 정확한 인간상과 함께 근육의 볼륨 속에 존재하는 골격의 근육과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즉 머리에서 허리까지의 상반신은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지배하는 머리와 호흡기 그리고 혈액을 공급하는 순환기가 있는 흉부영역임을 의미한다. 하반신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으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역할로서 복부와 볼기 그리고 다리로 이루어진다. 상반신과 하반신을 연결하는 주동적인 역할은 골반이 하게 되는데, 골반은 곧 볼기 내에 포함 되어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고 해석하면 좋을 작품이다.

즉 볼기가 감싸고 있는 골반은 인체의 중심에 있는 골격으로서, 위로는 척추를 떠받치고 있으며, 아래로는 고관절(股關節)을 통해 하지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부위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즉 골반을 중심으로 한 몸의 상하에 있는 근육과 골격들은 골반근육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땅바닥에 수직인 축을 감지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일 볼기에 근육이 없다면 넘어지려고 할 때 균형을 잡을 수 없으며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기도 힘들게 된다.

따라서 볼기를 중심한 자세를 바르게 취하고 보행 시에 골반저(骨盤底)근육이 관여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및 무릎통증 등이 생겨나지 않으며, 약만으로는 낫지 않는 이 부위들의 통증이나 이상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골반의 하부에 깔려있는 골반저근육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그 의의를 알고 단련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그것이 곧 ‘둔권옹호’가 되는 셈이다.

 

BC 4세기에 제작된 <아름다운 볼기의 비너스>
BC 4세기에 제작된 <아름다운 볼기의 비너스>

이성간의 사랑을 연출하는 주역

또 골반 안에는 생식기로 남성의 경우는 전립선과 정낭을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질과 자궁 및 난소를 수용하며, 배설기로는 방광과 직장 등을 수용하고 있어 건강만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이성간의 사랑을 연출하는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다행히 여기에서 아름다운 볼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작품을 통해서 갖기로 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볼기의 비너스, Aphrodite Kallipygos>라는 작품이 있다. 이 비너스 상은 근세 이전의 서양미술에서 볼기가 주역이었던 시절인 기원전 4세기 경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다른 비너스 조각들은 그 아름다움의 중심을 얼굴이나 유방, 아니면 허리나 다리에 두고 볼기는 가린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반대로 다른 부위는 가리고 볼기만 내놓고 그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이 전시되고 있을 때 이를 보러 137온 관객들이 보고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그 볼기를 자꾸 만져서 볼기 부위가 까맣게 변하고 닳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별실로 옮겨져 격리 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육체 에너지의 자유로운 발산을 위해 볼기를 마구 흔들어 대고 있다. 그러나 그 리듬과 놀림이 볼기가 지닌 구조와 기능의 의미를 알아 세련되고 교양미 넘치게 즉 둔권옹호의 의미를 숙지하고서의 움직임이라면 그 인생에는 멋과 함께 행운이 찾아들 것이다.

 

인생의 미(美), 추(醜), 정(靜), 동(動)의 씨앗

병원에서 새어나오는 볼기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병원에 오래 동안 근무해서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많이 다룬 경험이 있는 간호사는 그 환자(특히 남성)가 앞으로 병이 호전될 것인지 아닌가를 의사보다 더 먼저 알아맞힌다고 한다. 그 방법은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설 때, 또는 치료를 마치고 나갈 때 그 환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를 살핀다는 것, 그 시선이 간호사의 볼기를 본다면 그 환자는 틀림없이 소생 치유될 가망이 있고, 간호사의 볼기에는 무관심하다면 그 환자는 소생 치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볼기에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예술적인 신비로운 기능과 생리적 내부 구조를 담고 있어 그 속에서는 인생의 미(美)와 추(醜), 정(靜)과 동(動) 그리고 절제(節制)와 쾌락(快樂) 등의 씨앗이 자라다가 적절한 때가 되면 이를 발아(發芽) 표출시켜 인생 드라마를 연출하게 하는 것이 바로 볼기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볼기는 이러한 생리적 기능과 예술적 감각을 내포한 보배로운 부위라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게 될 때 둔권은 자연히 보호되고 옹호되리라 생각된다.

 

문국진 박사

문국진
문국진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다.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과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평화교수 아카데미상, 동아의료문화상, 대한민국학술원상, 함춘대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2/2016042202390.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