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운동도 철분 배출 원인, 성장장애·집중력 저하·두통 유발
학업 피로와 비슷해 방치 쉬워… 철분제, 수개월 충분히 복용해야
◇과도한 다이어트가 원인
여고생들이 철결핍성 빈혈이 잘 생기는 이유는 성장이 급격히 일어나고, 월경을 시작하면서 철 요구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면서 철이 풍부한 육류, 생선, 달걀, 콩 등을 잘 챙겨먹지 않는다〈그래픽〉. 2015년 중고생 7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체중 감소를 시도한 여학생은 42.2%나 됐다. 이들 중에 단식, 살 빼는 약 복용, 식사 후 구토 등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은 18.5%였다.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대 교수는 "여고생들 중 자신의 체중에 불만을 가지고 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철결핍성 빈혈뿐 아니라 영양실조까지 초래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운동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경우 땀으로 철분 배출이 증가하고, 운동 중 위장관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달리는 중 발에서 적혈구가 파괴돼 철 요구량이 증가하면서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드물지만 소화기 궤양, 용종 등의 질환 때문에 장기에 출혈이 생겨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윤회수 교수는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철결핍성 빈혈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헬리코박터 균이 위장 내에서 철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기엔 집중력 저하, 심하면 얼굴 창백
철은 우리 몸의 각 기관에 산소를 운반하는 일을 한다. 철이 부족하면 산소 결핍 상태가 돼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빈혈 초기에는 무기력하고 머리가 띵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철분 결핍이 뇌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빈혈이 심해지면 두통, 어지럼증, 식욕저하, 창백한 피부 증상이 나타난다. 숨이 차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영대 교수는 "고등학생은 한창 학업량이 많아 빈혈 증상을 학업에 따른 피로로 생각하고 진단을 제대로 안 받는 경우가 많다"며 "빈혈을 방치하면 성장 장애나 집중력 저하로 인해 학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이 되면 혈색소 수치에 따라 적정량의 철분을 섭취해야 한다. 철분제는 공복에 먹어야 흡수가 잘된다. 하루 3회, 식간(食間)에 복용하도록 한다. 위장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식후에 복용을 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C 영양제나 비타민C가 많이 든 키위·레몬 등과 함께 먹으면 철분 흡수가 증가한다. 그러나 칼슘제나 우유, 치즈 등 칼슘이 많이 든 식품은 철의 흡수를 저하시키므로 같이 먹지 않아야 한다. 김영대 교수는 "철분제를 복용하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 돼도 2~3개월간 철분제를 더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肝)에 있는 저장철까지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윤회수 교수는 "철분제 복용에도 불구하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헬리코박터 감염이나 장기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혈
혈액 안의 적혈구의 수나 헤모글로빈이 정상치보다 부족한 상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인 남자는 1㎗의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13g 이하, 성인 여자는 1㎗의 혈액에 헤모글로빈이 12g 이하일 때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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