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한 뒤 이익을 편취하는 사무장병원이 나날이 늘고 있다. 소규모 병원이 기업형 사무장병원으로 덩치를 키워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배분하기도 하고,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행위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 내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사무장병원 근절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사무장병원을 막을 해법은 없는 것일까.
건보재정 1조1301억… 사무장병원 `꿀꺽`
사무장병원이 요즘 진화하고 있다. 비의료인이 의사나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설립한 뒤 경영에 관여하는 형태의 사무장병원이 일반적이다. 비의료인은 병원 개원이 힘든 의사에게 투자하고 이익금을 배당받는다.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여러 개 개설해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란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병원까지 등장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단의 연도별 사무장병원 기관구성비를 보면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은 2012년 10.1%, 2013년 13.2%, 2014년 13.4%, 2015년 33.3%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과잉진료 및 부실진료를 하며, 건보공단에 의료비를 부당 청구해 건보재정을 고갈한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사무장병원 적발 건수는 총 928건이며, 누적 환수금액은 약 1조1301억원에 달한다. 2009년만 해도 누적 환수금액은 3억4700만원이었지만, 2010년 87억5600만원, 2011년 576억원, 2012년 692억5700만원, 2013년 1192억7900만원, 2014년 3403억2800만원, 2015년 6월 기준 2164억200만원으로 불법 사무장병원의 환수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전국적으로 횡행하는 사무장병원에 징수해야 할 금액이 2015년 1조원이 넘어, 건강보험재정 누수 및 환자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실장은 "특히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은 환수결정금액도 11.2%에서 26.8%로 늘었다"며 "법인 사무장병원의 형태와 유사하게 명의를 도용해 한 개의 의료생협이 최대 6개의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사례도 적발됐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무장병원 징수율 66.7%… 징수금 4.2%
사무장병원 가운데 독보적 성장세를 자랑하는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은 불법 의료기관 양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설립 기준이 느슨하고, 관할 기관이 달라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의료생협은 최소조합인 300명, 최저출자금 3000만원의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시도지사에 설립 및 폐업 신청을 하면 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기관을 관리 및 지도한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허술한 의료생협 기준을 악용해 일부 지역에선 보험설계사를 이용해 출자자를 모집한 뒤 의료기관 개설 목적의 의료생협을 추진하는 브로커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심한 경우 의료생협을 설립해놓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에게 운영권을 장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설립 당시 서류상으론 흠이 없기에 운영 과정을 모니터링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적발해야 한다. 하지만 적발해도 사무장이 회계장부를 교묘히 조작하거나 이미 수익금을 빼돌린 경우가 많아 부당 이득을 환수하기 쉽지 않다.
김제중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주무관은 "의료기관 개설, 변경, 휴업, 폐업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되는 의료기관을 선별한 뒤 조사하거나, 큰돈이 원장이 아닌 제3자에게 가는 흐름을 포착해 조사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막상 조사하러 나가면 서류를 미리 조작해두는 경우도 있고, 적발한다 해도 이익금을 미리 분산시켜 놔 징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래된 사무장병원일수록 환수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징수율이 매우 낮아진다. 사무장병원의 경우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병원을 설립하기 때문에 개설 자체가 무효화돼 설립 시점부터 환수금이 정해지는 까닭이다. 게다가 설립한 지 1년이 넘은 사무장병원 열에 아홉은 개설 무효화 처분에 불복해 2~3년의 기간이 걸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 징수 기관 비율 91.1%, 징수금 비율 37.9%에서 2015년 징수 기관 비율 66.7%, 징수금 비율 4.2%로 사무장병원 징수율과 전체 징수금액 간의 불균형이 더 심해진 이유다.
사무장병원 근절 위해 사전예방 정책 필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사후 처벌과 징수 실적 중심에 맞춰진 제도를 사전 예방과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월 16일 사무장병원 근절 및 징수 강화와 위해(危害) 대응을 위해 공단 내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을 신설키로 했다. 제도개선팀과 조사지원팀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은 의료생협 설립을 제한하는 법률 검토부터 의료기관 적발 및 징수까지 전반적 업무를 총괄한다. 여기에는 공단의 의료자원 정보포털인 급여관리시스템(BMS)이 활용된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과 관리에 대한 감독을 일원화하고 의료생협 개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세부 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은 개설인가는 시도지사가, 관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이같이 분산된 관리체계를 복지부로 일원화하자는 것.
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복지부로 지도·감독 권한을 전환해야 한다"며 "부처의 관할권 이전과 함께 비조합원 이용 50% 이하 허용 조항도 삭제해 의료생협 설립 기준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개설 기준을 `인가`에서 `허가`로 변경하고, 비영리기관에 의료기관을 무조건 개설토록 허용하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 통로인 의료생협도 최소 조합인 수가 500인, 최소출자금 1억원, 복지부 장관이 인가하는 방향으로 개설 기준을 변경하자는 논의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무장병원의 조기 적발을 위해 자진신고 및 내부자 고발을 유도하는 제도적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진 신고한 의료기관에 한해 낮은 승수(3배→1.5배)의 과징금 처분, 부당이득금 반환 의무기간 유예 등의 혜택을 줘 자정을 유도한다. 그뿐만 아니라 `whistle blower reward` 제도를 통해 내부고발자에게 부당청구로 발생한 손실비용에서 회수한 금액의 15~30%를 보상한다. 김제중 사무관은 "사무장병원 적발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내부자 고발"이라며 "특히 페이닥터로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적발될 경우 공범으로 조사받게 될 수 있으므로 인지하는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셔터스톡
엠프레스 양보혜 기자 bohe@m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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