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판이 삐져나오거나(디스크) 신경다발이 나가는 공간이 좁아져 있는 경우(협착증),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는 디스크의 크기를 줄이거나 염증을 녹이는 약(스테로이드)을 주입하는 치료를 한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척추질환을 허리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몸의 불균형으로 본다. 망가진 척추 부위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되 주변의 인대나 근육 같은 구조물에 영양을 공급해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강남자생한방병원 박종훈 의무원장은 "척추 한방치료는 구조물의 퇴행을 막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재발이 적다"고 말했다.
박 의무원장은 "척추 전문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어도 비(非)수술 한방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이 환자 2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7명은 척추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통증이 재발한 경우였다.
- ▲ 강남자생한방병원 박병모 병원장이 디스크로 입원한 환자에게 약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병원은 손상된 디스크에 고농도 약침을 직접 주입하는 약침치료(신경근회복술)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척추 한방치료 주요 방법
▷약침: 염증 씻어내고 신경 회복시켜
자생한방병원은 척추 치료를 위해 '신경근회복술'이라고 부르는 약침요법을 쓴다. 피하조직에 놓는 약침과 달리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확인한 척추의 손상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 그러면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물질이 빠르게 배출되고 신경세포의 돌기가 빨리 자라는 효과가 있다. 박 의무원장은 "한방 고서(古書)에 허리가 아프면 협척혈(夾脊穴)을 치료하면 낫는다는 대목이 있다"며 "해부학의 관점에서 협척혈은 두 척추뼈가 맞닿는 돌기 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곳에는 척추 후(後)관절, 심부근육, 신경이 밀집해 있어 여기에 약침을 주입하면 약성분이 디스크까지 전달되면서 염증을 줄이고 근육과 관절, 신경에 영양분을 공급해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지난달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미국 침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신경근회복술의 통증 감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로 요통과 방사통이 있는 환자 23명에게 3주 동안 1주일에 두 번씩 신경근회복술을 했더니 허리 통증지수가 치료 전 7.9에서 종료 후 1.7로 줄었다. 강남자생한방병원 박병모 병원장은 "걷기조차 힘들었던 환자가 3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라며 "신경근회복술은 한약 알레르기 때문에 약을 먹기 어려운 환자에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쓰는 신바로메틴 성분은 천연 한약 성분이다. 스테로이드가 전혀 없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추나수기요법: 비뚤어진 척추 바로 잡아
척추질환은 오랜 기간 잘못된 자세를 유지하다 척추뼈의 배열이 비뚤어지면서 주변 근육과 인대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약해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박종훈 의무원장은 "수술이나 비수술 처치로 통증을 잡는다고 해도 배열이 틀어져 있으면 거의 대부분 재발한다"고 말했다.
추나수기요법(推拿手技療法)은 손가락과 손바닥의 힘으로 관절과 근육을 밀고(推) 당겨(拿) 위치를 교정하고, 뭉치고 굳은 근육을 풀어 기가 원활하게 돌게 하는 치료법이다. 박 의무원장은 "기혈이 정상적으로 순환하면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 회복되고 질병의 원인을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추나요법은 중증 척추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 의무원장은 "건강보험 적용은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약 복용: 영양분 공급해 뼈·연골 강화
먹는 약도 자생한방병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의 한 부분이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척추질환 치료에 쓰는 한약의 기본 성분은 '신바로메틴'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고서에 척추 치료약으로 소개된 '청파전'의 성분을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와 공동으로 분석해 발견했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에서 수분과 영양분이 빠져나가 약해진 디스크와 주변 연골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해 튼튼하게 만들고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은 이 연구 결과를 지난 2011년 보완대체의학 분야의 SCI급 학술지인 '민족약학저널'에 게재하기도 했다.
신바로메틴은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돼 현재는 근골격계 질환 전문의약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박병모 병원장은 "한약은 유효 성분과 작용 기전이 규명되지 않아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신바로메틴의 발견과 이어진 후속 연구는 한의학이 과학으로 인정받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이 한약에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가 크기다. 환(丸)약의 경우 기존 약의 10분의 1정도로 크기를 줄여 한 알의 크기가 은단과 비슷하다. 크기가 줄어든 만큼 먹기 쉽고 흡수도 빨라 소화시간이 기존 대비 40% 이상 단축됐다. 크기는 줄었지만 농축도는 50% 정도 높여 1회 복용량의 유효 성분이 기존 대비 1.5배나 된다. 박종훈 의무원장은 "예전에는 알의 크기가 커 약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진 이후 이런 얘기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 ▲ 허리디스크 환자의 치료 전(왼쪽)과 치료 후 MRI 사진. 튀어나왔던 디스크가 정상화됐다. / 자생한방병원 제공
◇한방 척추 치료, 16주 이내에 통증 절반으로
한방 척추 치료법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재활의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MRI(자기공명영상)로 디스크가 확인된 환자나 다른 병원에서 디스크로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 128명을 관찰했다. 24주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약침과 추나치료를 하고 매일 한약을 먹게 했더니 하지방사통(다리로 뻗어 나가는 허리 통증)은 치료 시작 전 7.42(통증이 전혀 없으면 0, 극심하면 10)에서 치료 후 1.09로 줄었고, 허리 통증은 시작 전 4.39에서 치료 후 1.07로 줄었다. 환자의 58%가 치료 시작 8주 만에 통증 완화 효과가 나타났고, 90%는 16주 안에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매일 한약을 먹어도 환자의 간 수치는 정상이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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