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무역회사 대리였던 최모(35)씨는 현재 건설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 건선 때문에 3년 전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 손등에 빨간 발진이 처음 생겼을 때는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른 팔 전체가 빨간색 지도처럼 변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뒤 악수를 꺼리는 외국 바이어를 만나게 되면서 위축돼 일을 하지 못했다. 동료들도 가까이 하지 않아 최씨가 사표를 낼 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씨는 "공사장에서는 긴 옷과 장갑을 착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며 "하지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여전히 두렵고 샤워도 언제나 집에 가서 한다"고 말했다.
- ▲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가 중증 건선환자에게 광치료를 하고 있다. 중증 건선은 바르는 연고는 효과가 없고 광(光) 치료나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피부에서 시작해 심혈관·척추도 공격
건선은 초기에 좁쌀만한 발진으로 나타나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피부가 딱딱하게 두꺼워지고 비듬 같은 각질이 떨어지는 피부 질환이다〈그래픽〉.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이 몸 전체의 10% 이상에서 나타나면 중증으로 분류하는데, 대한건선학회 조사에 따르면 건선을 9년 정도 앓으면 중증·난치성으로 진행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른 질환도 생긴다. 건선 환자의 10~30%는 류마티스관절염과 비슷한 건선성 관절염을 앓는다. 중증 건선 환자는 건선이 없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은 1.62배, 협심증은 1.97배, 심근경색은 1.57배, 고혈압은 1.9배다. 통계에 잡히는 국내 건선환자는 18만여명인데, 이 가운데 10%가 중증 환자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최근에는 건선성 관절염이 손가락 같은 작은 관절 뿐 아니라 척추 같은 큰 부위의 염증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신체 증상·사회적 차별 탓에 삶의 질 '최악'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증상도 괴롭지만, 중증 건선 환자들은 '옮는다'는 오해 탓에 받는 차별대우로 더 상처를 받고 있다. 한 건선 환우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증 건선 환자의 71%가 차별을 받은 적이 있고, 92%는 업무와 학업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사회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환자는 더 위축되고 우울감이나 자살충동을 느끼게 된다. 건선 환자는 건선이 없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은 39%, 불안증은 31%, 자살충동은 44% 높았다는 조사가 있다.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46점)는 건강한 성인(53점)은 물론 당뇨병 환자(52점)나 암 환자(49점)보다 낮았다. 이주흥 교수는 "건선 환자에 대한 차별은 환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질 낮은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치료를 제대로 못 받게 하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증상 줄이는 치료 방법 있지만 비용이 문제
건선은 증상이 경미하면 연고만 발라도 증상을 억제할 수 있지만, 중증·난치성일 경우 연고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 없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나 광(光)치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면역억제제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다른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광치료 역시 효과는 일시적이다. 두 가지 방법이 더 이상 듣지 않을 경우 생물학적제제(동물의 단백질에서 뽑은 면역억제물질로 만든 약)를 쓴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는 약이다. 이 약을 쓰면 중증 건선을 경미한 증상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평생 써야 하는 생물학적제제의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1년 약값이 700만~8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환자단체와 의료계에서는 "중증 건선도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적용해서 환자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건강보험 산정특례
치료비가 매우 비싼 암이나 난치성 질환의 경우 건강보험 부담 비율을 다른 질환보다 훨씬 높게 책정하는 것. 암 치료비는 건강보험이 95%, 환자 본인이 5%를 각각 부담한다.
/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kw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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