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한국 최초 여성장관이 임명되자 남자 직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서서 보는 사람이 앉아서 소변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고개를 숙이겠는가?" 이처럼 남성들은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이 단순한 배뇨행위가 아니라 남성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남성들에게 앉아서 쏘라며 자꾸 옆구리를 찌른다.
심지어 2011년 한 방송에서는 서서 소변을 볼 때 소변방울이 얼마나 튀는지 특수카메라까지 설치해 적나라하게 공개했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쉬쉬했던 '변기전쟁'이 다시 발발했다. 여성들은 화장실 청결을 위해 남성들에게 '앉아쏴'를 요구했고, 남자들은 "내가 여자냐"며 반발했다.
물론 앉아서 소변 본다고 해서 남자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건 남성들도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이 몇십 년간 고수한 습관을 다짜고짜 바꾸라고 하니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이다.
- ▲ 사진 헬스조선 DB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입장도 전부 옳은 말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남성의 전립선 건강과 성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의학적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가 젊은 남성에게만 해당하거나 인종적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건강이나 청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슬람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 중에도 앉아서 소변을 보면 좋은 사람이 있다. 바로 배뇨 장애가 있는 남성이다. 배뇨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을 완전하게 배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변을 볼 때는 골반 근육이 이완돼야 하는데, 서서 소변을 보면 골반 근육 긴장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배뇨 기능까지 완벽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보다 몸에 남아있는 소변 양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때 앉아서 소변을 보면 복압이 증가해 잔뇨를 효과적으로 배출시킬 수 있다.
/ 에디터 이현정 lhj@chosun.com
도움말 = 이규성(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월간헬스조선 4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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