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니~, 오느으 히미 드러써요, 엉엉.”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그녀가 내뱉는 단골 멘트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힘들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같은 팀 직원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그녀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양을 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날도 역시나 직장일이 정말 힘들어서 말하는 것뿐이다. 문제는 목소리다. 원치 않아도 술만 마시면 콧물이 나면서 코가 꽉 막혀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그녀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목소리만큼은 믿을 수 있다. 술만 마시면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면서 발음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우선 상대적으로 콧속이 좁은 탓일 수 있다. 알코올은 콧속의 혈관을 확장해 점막을 붓게 만든다. 술 때문에 점막이 부었는데 콧속까지 좁으면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목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목소리는 목에서 발성을 통해 난 소리가 얼굴 전체를 울려서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거치므로 콧속 공간이 좁아진다는 건 결국 목소리를 내는 악기가 변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이유는 비염을 앓기 때문일 수 있다. 흔히 비염은 꽃가루나 먼지 같은 물질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런 물질에 반응하지 않는 비(非)알레르기성 비염도 있다. 그중 하나가 혈관운동성 비염이다. 혈관운동성 비염이면 콧속 점막이 찬 공기, 높은 습도, 술, 담배 연기 같은 외부 자극에 노출될 때 과민 반응한다. 혈관이 확장되고 점막에서 콧물 분비가 왕성해져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른다. 술을 마시면 비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혈관운동성 비염을 앓는 친구와 술을 마실 때는 항상 휴지를 옆에 두자.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khy@chosun.com
/ 포토그래퍼 김지아 jkim@chosun.com
/ 도움말 김준호(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전문의)
월간헬스조선 4월호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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