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은 최근 증가하는 암 중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지난 20년에 걸쳐 무려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심사평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구강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2,300여명에 이른다.
구강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원인으로 꼽히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헐리우드 톱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본인의 구강암 원인이 아내와의 구강성교로 인한 HPV감염 때문이라 발언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구강성교를 통한 HPV감염과 구강암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강암은 혀, 입술, 잇몸, 뺨 안쪽 표면 등 입 안에 생기는 모든 암을 말한다. 40대 이상 중년의 흡연 남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며,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구강암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 비흡연자에게서 구강암이 발생했다면 HPV감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HPV가 구강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구강성교로 HPV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구강암에 걸릴 위험이 3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또 올해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강성교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HPV 감염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HPV 감염과 구강암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때, 장기적으로 구강 내 HPV 감염이 구강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구강성교가 유일한 바이러스 감염원인은 아니지만 구강성교 등 성적 행위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 가능성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
HPV 외에 구강암 발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흡연과 음주다. 지속적으로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을 하는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실제 구강암 환자의 75%는 흡연자라는 보고가 있으며, 특히 흡연과 음주를 동반할 경우 구강암 발생 위험은 약 30배 이상 높아진다. 구강암의 대표적 전조증상은 입 안이 허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목에 멍울이 잡힐 경우, 인후통, 백태 등인데 흡연자에게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구강암을 의심하고 주저 없이 이비인후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강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조기 발견과 치료다. 암 절제 범위에 따라 수술 후 재건술을 통한 구강 구조의 기능 회복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구강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설암의 경우, 암이 발생한 부위의 혀를 일부 제거해야 한다. 이 때, 암이 발생한 범위 외에 암이 퍼졌을 것이라 예상되는 범위까지 포함하여 제거하게 되어, 암 이 클수록 제거 범위는 더 넓어진다.
혀를 일부 제거하면 발음, 음식 섭취, 삼킴 등의 기본적인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건술을 통해 혀의 기능을 회복 시켜주어야 한다. 재건술은 화상을 입은 부위에 다른 피부 조직을 떼어 이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신체의 다른 근육과 피부를 이용해 구강 구조 일부를 만들어주고 신경조직을 연결하여 기능을 회복시킨다. 최근에는 의술의 발전으로 대부분 정상적인 기능 회복이 가능하지만, 제거 범위에 따라 회복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으므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젊은 비흡연자의 구강암은 암 자체가 공격적인 양상을 보여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젊은 나이에도 구강 통증, 허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방치 말고 빨리 이비인후과 진단을 받아야 한다.
구강암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구강 내 에서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과영역이라 생각하여 이비인후과적 치료의 필요성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구강암은 목 부위의 림프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고려하여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입 안을 보고 촉진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구강암은 목 부위의 국소전이뿐만 아니라, 폐, 간, 뼈로의 원격전이 가능성이 있으며, 구강암 치료 과정에서 엄격한 기도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강, 구강, 인두, 후두 등의 기관으로 이어지는 상부 호흡기계통의 전문가인 이비인후과전문의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수술 후에는 종양 부위의 절제와 재건술로 인해 정상적인 구강 기능이 불가능하므로, 말을 하고 음식을 삼키는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활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암의 치료 과정에서 폐렴이나 패혈증 등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의 유발이 가능하다. 이처럼 구강암은 단순히 구강 내 문제가 아닌 전신질환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암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암 환자 관리가 가능한 이비인후과적 치료를 받는 것이 사후관리에 용이하다.
구강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이비인후과 검진과 더불어 평소 구강 위생을 청결히 유지해야 하며,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육류와 같은 음식은 구강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과도한 섭취는 피하고, 녹색 채소와 과일류 섭취를 통해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
기고자=고려의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권순영 교수 /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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