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에 해외 온천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면 대개 컨디션이 좋아져서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 또 국내에서 냉·온욕을 꾸준히 실천해온 이들을 보면 마치 암을 떨쳐낸 것처럼 얼굴이 밝아 보인다. 따뜻한 물이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열은 인체가 질병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전 중 하나다. 몸속에 침입한 병원균을 죽이거나 불순물을 땀으로 배출시키기도 하는 효과적인 자연치유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병을 회복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열이 유용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해왔다. 고대 로마인들은 냉·온욕을 할 수 있는 정교한 목욕시설을 지었다. 핀란드인은 사우나를 그리고 러시아인은 증기욕을 애용해왔다. 한편 아궁이, 화로, 온돌방 등을 잘 활용해온 우리 민족의 지혜도 놀랄 만하다.
항암치료 시 온열요법 병행하면
효과 높아진다
심하게 고열을 앓고 난 환자들 가운데 임질이나 매독 같은 질병이 호전되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한 이후로 핫팩이나 온욕을 이용해 감기나 에이즈 그리고 암까지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인위적으로 발열시켜 질환을 치료하려는 모든 방법을 '온열요법(Hyperthermia Therapy)'이라 한다. 온열요법의 원리는 단순하다. 병원균이 대개 열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다.정상 세포는 체온이 45℃까지 올라가도 피해가 없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은 40~42℃에서 무력화된다.이 체온에서도 살아남은 세균은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체온이 상승하면 인체는 항체와 인터페론 생산을 늘려 면역 시스템을 가동한다. 온열요법이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질환은 암, 바이러스질환, 에이즈, 만성중독증 등이다.
온열요법을 암환자에게 적용하는 연구가 유럽에서 시작됐는데 이를 특별히 '암온열요법(Oncothermia)'이라 부른다. 최근 유럽종양학회를 중심으로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 시 온열요법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임상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암에 적용하고 있는데 그중 육종암, 흑색종, 두경부암, 뇌암, 폐암, 식도암, 유방암, 방광암, 직장암, 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중피종 등에 대해 미국 국립암연구소 주관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해 치료한 결과, 암의 크기가 크게 줄었다는 연구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체온이 오르면 대사율과 함께
면역 활성도 증가
인체에 열을 가하면 정상세포는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발산함으로써 기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암세포는 발한기능이 저조해 열을 분산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암세포 조직은 성장이 억제되고 스스로 파괴되기 시작한다. 미국의 생리의학자 가이튼 박사는체온이 10℃ 오르면 대사율이 100% 증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인체 대사율이 증가하면 인체의 면역 활성이 더불어 증가한다고 밝혀진 것이다.평소에 면역세포가 구분할 수 없었던 암세포가 열을 받으면 스트레스단백질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온열요법을 항암화학요법과 병행하면 약제의 세포 독성이 증대되기 때문에 용량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감소돼 오심, 구토,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등의 부작용이 줄게 된다. 최근 국내 병원의 연구에서는 통증 감소 등 삶의 질을 개선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방사선치료와 병행한 경우 치료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기계를 사용하는 온열요법에는 초단파, 고주파, 초음파 등 전기적 에너지를 사용해 열을 내는 방법이 있는데, 이 가운데 고주파를 이용한 암온열치료기가 병원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암연구소에서는 암의 종류와 부위에 따라 각각의 경우에 맞는 세부적인 치료 방법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온열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듯
온열요법은 시술이 단순해 보이지만 온도와 용량에 따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시술받아야 한다. 현재는 1회 시술 시간이 1시간 그리고 일주일에 2회씩 6주간을 1사이클로 해서 총 3사이클을 받아야 하고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과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만간 유효성에 대한 연구가 완성되면 건강보험 대상으로 지정될 것이다. 또 현재 연구 추세로 보면 온열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일부 암에는 단독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전망이 밝아 보인다.
고주파 암온열치료에 의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열에 의한 화상, 물집, 통증 등이 국소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치료 후 곧 회복된다.한편 체온과 심박수에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온열요법을 사용한다면 호흡기감염증부터 에이즈까지 각종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대상포진이나 감기, 독감 그리고 만성피로증후군을 치료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1.
찜질팩을 원하는 부위에 붙이거나 개인용 온열기를 대고 휴식을 취한다. 모든 온열기는 유해 전자파가 나올 수있음을 고려해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로 등록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 심부까지 온도가 전달된다는 시험 결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2.
사우나, 냉·온욕, 반신욕 가운데 한 가지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실천한다. 집에서 샤워로 대신할 수 있다. 손등과 발가락 부위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1분씩 교대로 5회 정도 샤워기로 분사한다. 우리 몸의 기순환 중심이 되는 합곡과 태충이라는 혈자리를 자극하는 방법인데,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면 신진대사가 촉진돼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3.
한의학 이론에 의한 뜸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황토방이나 숯가마 시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땀을 빼는 것도 몸에 남아있는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도회지를 벗어나 청결하고 맑은 공기에 자연시설을 갖춘 곳을 찾도록 하자.
4.
열을 내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는 부추와 고추가 잘 알려져 있다. 입맛을 돋우고 열도 내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보자.
신현종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 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도 월간헬스조선 신현종박사 Column List
07월호미슬토요법
08월호자연치유력의 회복 '해독요법'
09월호커피관장 디톡스 '거슨요법'
10월호고용량 '비타민C 요법' 다양한 효능 밝혀졌지만...암치료 유용성 논란
11월호미래의 '암치료'는 개인별 항암 맞춤의학
12월호腸내 미생물로 암치료하는 시대 온다
2015년도 월간헬스조선 신현종박사 Column List
01월호대사율·면역력 높이는 효소 암 치료 효과는 제한적
02월호약물로 쓰이는 허브 500가지,차로 마시고 향기 맡고… 난치병에 효과 기대
03월호 암을 이기는 따뜻한 물의 마법
↑ [헬스조선]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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