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04만8355명이던 요통 환자가 2014년 262만5289명으로 5년사이 28%가 증가했다. 허리디스크 환자는 2009년 154만5396명에서 2014년 185만5122명으로 20% 늘어났다.
사람들은 대부분 허리에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더라도 몸에 칼을 대지 않고 병을 고치고 싶어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난 척추관절 전문병원들은 수술 없이 허리통증과 디스크 등의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며, 비수술요법을 적극 홍보한다. 일부 정형외과와 한의원 등에서 시행하는 비수술 요법 중 하나로, 약물이나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통증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요법이 바로 ‘수기요법(手技療法)’이다.
손으로 치료한다는 점은 똑같은데, 누가 하느냐에 따라 수기요법은 ‘카이로프랙틱’, ‘도수(徒手)치료’, ‘추나요법’의 3가지 명칭으로 각각 불린다. 세 치료법은 과연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치료는 의사가 주로 하고, 어떤 것은 물리치료사가 시행한다. 도대체 독자적인 허리 질환 치료법인지, 일반 정형외과적 치료의 부수적 요법인지조차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일부 기관에서는 수기요법을 받으면 허리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축농증, 대상포진, 류머티즘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수기요법의 특징, 그리고 효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분석했다.
- ▲ 손으로 척추를 치료하는 수기요법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카이로프랙틱', '도수치료', '추나요법'으로 나뉜다. (사진=조은선 기자)
Part1. 카이로프랙틱
허리나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단어가 ‘카이로프랙틱’이다. 손으로 뼈를 교정해서 통증이나 허리 질환을 낫게 해주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카이로프랙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정형외과, 한의원뿐 아니라 필라테스(요가·발레·헬스의 장점만 모아 만든 운동법) 센터에서도 해주기 때문에 치료인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의사가 아닌 ‘카이로프랙터’라는 사람에게 받아야 정확하다고 광고하는 곳도 있다. 카이로프랙틱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 ▲ 틀어진 척추뼈와 골반을 손으로 교정하는 카이로프랙틱은 근골격계 질환, 내과 질환 치료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사진=조은선 기자)
미국에서는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
카이로프랙틱은 틀어진 척추뼈와 골반을 손으로 교정해 허리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 생리통 같은 내과 질환 등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손’을 뜻하는 그리스어 ‘카이로(Chiro-)’와 ‘치료’를 뜻하는 ‘프락토스(Practice)’가 결합된 단어다. 약물요법이나 수술을 하지 않고 전문가의 손만으로 치료한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카이로프랙틱이 언제, 누구에 의해 창시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대다수의 카이로프랙틱 연구자들은 120년 전(1895년) 캐나다의 의학자 다니엘 데이비드 팔머 박사가 고대 이집트 등지에서 등이나 등뼈를 두드리고 찌르고 눌러서 질병을 치료하던, ‘손의 의술’을 카이로프랙틱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여긴다. 팔머 박사는 자신의 집 하인이 무거운 짐을 나르다 갑자기 등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뒤 난청이 생긴 것을 보고 척추교정 치료법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가 하인의 솟아난 등뼈를 정상 위치로 돌려 놓자 청력이 회복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정식 의료기법 중 하나로 인정된다. 카이로프랙틱대학도 있고, 의학 교과 내 카이로프랙틱이라는 정규 교육 과정도 있다. 6년 동안 총 4200시간 수료하고, 임상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의를 ‘카이로프랙터’라고 한다.
“질병은 비뚤어진 척추뼈에 신경 눌려 생기는 것”
카이로프랙틱 관점에서 보면 허리디스크, 요통, 목통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얼굴 통증, 어지럼증, 생리 불순, 불면증, 만성피로 같은 내과 질환도 모두 척추가 비뚤어져서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온몸의 질병과 통증이 척추를 중심으로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맨 꼭대기에 있는 뇌부터 아래쪽 골반으로 이어지는 ‘몸의 기둥’ 척추는 추간공, 디스크, 척추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척추 중심에는 뇌에서 시작된 척수신경이 자리 잡고 있다. 척수신경은 신체의 모든 장기, 근육, 혈관, 인대, 피부 등으로 뻗어나가 각각이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든다. 카이로프랙틱 이론에 따르면 잘못된 자세, 생활습관, 운동과 스트레스, 교통사고 등으로 척추뼈가 제자리를 이탈할 경우 뼈 밑에 있던 디스크가 옆으로 튀어나와 문제가 생긴다. 이 디스크가 뼈 옆의 빈 공간(추간공)으로 흐르는 척수신경과 혈관, 림프절을 눌러 신경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눌린 곳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목 부위의 신경이 눌리면 두통, 불면증, 코감기, 축농증, 시력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등 중간 부위의 신경이 눌리면 천식, 기관지염, 대상포진, 위궤양 등이, 등의 아래 부위 신경이 눌리면 여드름, 류마티스 질환, 콩팥병, 변비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골반 부위의 신경이 눌리면 치질까지 유발될 수 있다.
“어지럼증·생리불순까지 치료 가능” 주장
- ▲ 뼈가 틀어져 디스크가 빠져나온 상태. 추간공을 지나는 신경근이 디스크에 눌려서 제 기능을 못한다.
카이로프랙틱은 비뚤어진 척추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식이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해 허리를 돌리거나 엉덩뼈를 누르는 등, 찌르고 돌리고 누르고 당기는 방법으로 뼈를 맞추는 것이다. 비뚤어진 부위와 방향을 고려해 환자를 눕히는 자세와 몸을 고정시키는 자세, 카이로프랙터가 환자에게 힘을 가하는 정도, 방향 등이 달라진다. 이렇게 하면 척추와 디스크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눌린 신경이 다시 원활하게 기능해 근골격계 질환과 내과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카이로프랙틱의 이론이다.
“효과 적고 사지마비 부작용” 비판도
정형외과에서는 카이로프랙틱 이론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통증을 완화하거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형외과적 치료법만큼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 김준성 교수는 “다수의 논문에 의하면, 허리통증에 카이로프랙틱을 포함한 수기 치료가 일부 효과 있으나 기존의 현대의학 치료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말했다. 내과 질환을 척추 교정으로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척추가 심하게 휜 사람도 별다른 질병이나 통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다”며 “척추가 질병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므로 척추 교정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2014년 11월 미국에서 30세 남성이 목에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받은 뒤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김준성 교수는 “목에는 뇌부터 온몸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며 “시술 후 통증 악화, 어지러움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척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뇌졸중, 사망 등의 치명적 부작용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미국만큼 제대로 된 카이로프랙틱 교육기관이 드물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류머티즘 질환을 앓던 직장인 김모(48)씨. 어깨와 목이 경직되고 통증이 심해서 오후 3~4시가 되면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 정도였다. 찜질방에 가고 스포츠마사지, 지압 등을 받아 봤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도 여럿 찾았지만, 뼈에 별 이상이 없으니 운동하라는 말만 들었다. 김씨는 우연히 카이로프랙틱을 한다는 곳을 발견하고, ‘정말 효과 있을까’ 라는 의문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등록했다. 김씨는 “한 달 정도 카이로프랙틱을 받고 나니 통증이 줄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통증이 점점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며 “체형교정과 운동치료도 같이 한 덕분인지 군살이 빠지고 몸매의 균형도 잡혔다”고 말했다.
허리건강 찾아 주는 마법의 손, 3대 수기(手技)요법 大해부①_카이로프랙틱
허리건강 찾아 주는 마법의 손, 3대 수기(手技)요법 大해부②_정형도수치료
허리건강 찾아 주는 마법의 손, 3대 수기(手技)요법 大해부③_추나요법
/ 기획ㆍ취재: 김하윤기자 khy@chosun.com
※도움말: 김명준(대한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장), 김준성(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민선(대한카이로프랙틱닥터협회 회장), 이종수(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주성완(다나을한의원 원장)
※참고도서: 《추나임상학》(군자출판사),《카이로프랙틱 개론》(도서출판 청담) 촬영협조 고도일병원 사진제공 자생한방병원
월간헬스조선 (134페이지)에 실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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